풍년식품
Poongnyeon Foods
Poongnyeon Foods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년식품에서는 참기름과 고춧가루 등 다양한 식자재들을 팔고 있습니다. 198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원서동 주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중한 곳입니다.
Poongnyeon Foods sells various ingredients. This place, which has been in business since 1985, is a precious place in contact with the lives of the residents of Wonseo-dong.
️✒️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 : 학생 창작 시
모순1
이서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창덕궁 옆을 지나가다
풍년식품에 들어간다
오랜 시간 동안 북촌을 지키는
풍년식품 안에서
오랫동안 동네에 자리한
또 다른 가게들을 떠올려 본다.
머릿속에 구름처럼
몽글몽글
새하얀 생각들이
천천히 새겨진다.
‘앞으로는 북촌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을 많이 찾아가야지’
옆에 있던 친구들이 말한다.
“저기에 원래 있던 가게 허물고 편의점 새로 들어온대.”
“와아아아!! 잘 됐다. 그게 훨씬 보기도 좋고 편하지.”
모순2
이서윤
오랫동안 북촌에 있던
풍년식품 앞에서
오랫동안 동네에 있었을
또 다른 가게를 떠올린다
속으로 다짐해본다
앞으로는 계동에 오랫동안
있었던 가게들을
몰아내지 않겠다는 다짐
오랜시간이 지난 후
나는 여전히 다짐한다
모두가 여전히 다짐한다
마음속에서만 다짐한다
작은 가게
조다온
단짝 친구처럼 있다가
연기처럼 사라질까봐
괜히 걱정되는
작은 가게
도움
김희서
비가 울먹이듯 내렸다
길이 발을 집어삼켜서
넘어질 뻔했는데
옆에서 잡아줘서
안 넘어졌다
비가 주저앉듯 내렸다
비가 가게를 집어삼켜서
먹힐 뻔했는데
옆에서 도와줘서
안 먹혔다
작지만 소중한 것
정하린
길을 걷다가
참기름 냄새가 나서
돌아보게 된 곳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옛날 방앗간 같은,
작지만 따뜻한 공간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 속에
한 사람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은
🎙️️ 시인과의 대화 : 학생 시인 인터뷰
정하린, 김희서(인터뷰이) x 이서윤, 조다온(인터뷰어) x 이서윤(PD) x 조다온(편집)
조다온
안녕하세요 ‘중앙중학교의 시인을 찾아라!’의 조다온입니다.
이서윤
저는 이서윤입니다. 저희가 오늘 중앙중학교 1학년 국어시간에 찾아낸 시인들을 인터뷰 해보겠습니다. 시인님들 나와주세요!
정하린
안녕하세요. 시인 정하린입니다.
김희서
저는 시인 김희서입니다. 반갑습니다.
조다온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시인이 쓴 시를 낭독 하는 모습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서윤
정말 잘 들었습니다. 김희서, 정하린 시인님 오늘 저희가 인터뷰를 할텐데 솔직하게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다온
모둠의 대표 시인이 된 기분이 어떤가요?
김희서
제 시를 여러분들께 보여드린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합니다.
정하린
저는 제가 직접 하겠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뿌듯합니다.
이서윤
두 분이 쓴 시 모두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시인님들은 각각의 시에 무엇을 나타내려고 하셨나요?
김희서
저는 아무래도 사회 시간에 공부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시 속에 담아내고자 노력했어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원래 마을에 있던 가게들이 점점 떠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현상으로 힘들어하는 가게들의 심정과 제 경험을 부드럽게 엮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조다온
가게들의 심정과 경험을 부드럽게 엮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김희서
저희가 풍년식품으로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 비가 내렸잖아요. 그때 다리를 다쳐서 목발을 짚고 있는 친구가 빗물에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한 일이 있어요. 당시 옆에 있던 친구가 그 친구를 잡아줘서 넘어지지 않았었는데 저는 이 경험이 참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리는 비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가게들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요.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가게를 덥치더라도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주면 넘어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를 써 보았습니다.
정하린
저는 풍년식품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시 속에 나타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 가본 풍년식품은 작고 허름해 보이는 가게였어요. 왠지 요즘 느낌과는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된 이정순 사장님의 이야기가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은 공간에도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이 느낌을 시 속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이서윤
혹시 이정순 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정하린
우선 풍년식품이 1985년부터 이어진 가게라는 것이 놀라웠어요. 전남 광주 출생이신 사장님께서는 학교에서 농업을 전공하고 서울에 올라오셨다고 해요. 서울에서 처음 풍년식품을 차리신 후, 75세가 되신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듣고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순 사장님의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는 ‘풍년식품’은 겉보기에는 작고 허름하지만, 그 속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다온
두 분 시인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시를 읽어보니 더욱 공감이 잘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시를 쓰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것은 무엇일까요?
정하린
저는 풍년식품만의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풍년식품에서는 동네 주민들에게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팔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가게 안에 들어가자 마자 고소한 참기름 향기가 진동하더라고요. 마치 방앗간과 같았던 풍년식품의 본 모습은 스치듯 바라봤을 때는 알 수 없지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신경을 썼습니다.
김희서
아까 이야기한 대로 제 경험을 시 속에 잘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한 시의 구조를 통해 운율과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 신경을 썼어요. ‘비가 울먹이듯 내렸다’와 ‘비가 주저앉듯 내렸다’는 표현을 비슷하게 반복하면서 운율도 형성하고 가게의 마음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서윤
시인님들의 말씀을 통해 한 편의 시를 쓸 때에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이 담긴 시이다 보니, 시를 쓰고 나서 ‘풍년식품’에 대한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정하린
처음 풍년식품 갔을 땐 그냥 흔한 가게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정순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공간이 사장님께는 굉장히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우리에게는 거리에 있는 많은 가게들 중 하나이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분께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곳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희서
저도 하린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조다온
작지만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시인님께도 자신만의 작지만 소중한 대상이 있으신가요?
정하린
저는 제가 키우는 강아지가 제겐 작지만 소중한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많은 강아지들 중 하나로 보이겠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이서윤
역시 강아지는 사랑이죠. 혹시 북촌에서 즐겨 가는 장소가 있나요?
김희서
저는 중학교에 와서 북촌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등하교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특별히 즐겨 가는 장소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서 북촌의 다양한 공간들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조다온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것처럼, 북촌의 다양한 공간들을 알아 간다면 앞으로 이곳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시인님들은 앞으로 시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가실 계획일까요?
김희서
이번에 시를 쓰면서 시인의 마음에 공감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인이 어떤 심정으로 한 편의 시를 썼는지,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서 썼는지를 상상하며 시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하린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시인이 되어 보고서 그걸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모든 시에는 다 소중하고 중요한 사연이 들어있다는 것 말이에요.
이서윤
시인님들이 앞으로 시와 더욱 친해지는 시간들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혹시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한 기분을 한마디씩 덧붙여주실 수 있을까요?
김희서
제 시에 대해서 소개해보니까 저도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독자들이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제 시에 조금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하린
저는 제가 시를 썼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어요. 인터뷰를 통해 그 사실이 더욱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조다온
그럼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중학중학교의 시인을 찾아라!!’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