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세탁소
Baekyang Laundry
Baekyang Laundry
계동길의 유일한 세탁소인 백양세탁소는 겉모습만 봐도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정겨운 공간입니다. 45년이란 오랜 세월을 계동에서 함께한 만큼 역사와 정이 많은 곳입니다.
Baekyang Laundry is the only laundry in Gye-dong. As 45 years have passed, it is a place with many history and memories.
️✒️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 : 학생 창작 시
19700401
김이제
본래 고향은 마산이었다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저 먹고 살아야 했다
서울로 가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거기도 똑같더라
어렵게 배운게 세탁일이다
뿌리박은 곳이 계동이다
쉽게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눌러앉아 있다
사장님의 세탁소
이승제
오늘도 걷는 계동길
길을 걷다보면 항상
자리를 지키는 빨간 천막
50년간 변함 없는
계동의 마지막 세탁소,
백양세탁소
“세탁소는 나에게 전부야”
사장님의 한 마디가
나의 마음을 울리네
같은 자리
지윤
35년 전, 계동을 책임지던
7개의 세탁소
다른 가게들은
눈물을 훔치며 오가는데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양세탁소
마지막까지 계동을
책임질 가게였으면
마음 세탁소
카레나 페리체
매일 지나는 계동길,
모습이 계속해서 바뀌지만
자리를 계속 지키는
세탁소 하나가 있다.
그동안 익숙함 속에 묻혀
모르고 있던 곳
역사가 정말 긴 곳
한가해 보이지만 정말
많은 손님이 왔다간 곳
힘들고 얼룩진 마음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곳
우리 동네의 유일한 세탁소
백양세탁소
✍️️️ 마을 가게 인터뷰 후기
김이제 (후기 글)
중앙고등학교 정문을 통해 내려가면 친근한 우리의 하굣길, 계동길이 나온다. 계동길을 내려가다 보니 지난번에 마을 탐방을 갔을 때 들렀던 익숙한 가게들이 보였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한번 봤던 곳이라고 왠지 모를 친근한 마음이 일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GS25 앞에 빨간 천막의 세탁소가 보였다.
항상 지나치기는 하지만 한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던 공간인 이곳. 백양 세탁소는 계동길에서 가장 오래된 세탁소이자 유일한 세탁소이다. 세탁소 앞의 오래 된 자전거가 한 대와 빛바랜 빨간 천막이 이곳의 나이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세탁소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내부로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부가 작았다. 세탁소 안에는 드라마 <올인>이 틀어져 있었고 사장님은 우리를 반겨 주셨다. TV를 끄고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죄송해서 그대로 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장님은 몇 년 전에도 중앙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찾아 왔었다면서 학생들이 한두 명만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서 놀랐다고 하셨다. 인터뷰 내내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길고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몰랐던 사실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장님이 계동에 오게 된 이야기였다. 경상남도 마산이 고향이었던 오승호 사장님은 6.25전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집을 나와 서울로 올라오셨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계동에 오셨던 건 아니다. 어쩌다 뚝섬에 가게 되셔서 무슨 일이든 먹고 살기 위해 배웠다고 하셨다. 그곳에서 세탁 일을 배우고, 일에 좀 익숙해지셨을 때 바로 이곳, 계동의 세탁소로 오게 되셨다. 마치 교과서에 등장할 것 같은 역사적인 인물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한 마음이 들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세탁 일을 배우셨다는 게 마음 아팠다.
이곳에 정착해서 일하신 지도 벌써 50년이 지났다고 하셨다. 우리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 이곳에는 정말 많은 추억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께 지금과 예전 계동의 차이를 여쭤봤는데 다른 곳은 많이 바뀌었지만 이 골목만은 그대로라고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골목을 채우는 사람들은 많이 바뀐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 가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지금은 동네 할머니들 하고만 인사를 하고 지내신다는 사장님. 새로운 가게가 생겨도 3개월만에 다른 가게가 들어오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가게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표정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
계동에 처음 오시게 된 이야기, 세탁소에서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예전의 계동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 등. 사장님께 정말 많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드라마 소리 때문에 녹음이 잘 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시간 때문에 질문 몇 개를 빼 먹은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중간에 친구들이 사장님의 말씀에 맞추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게 웃겼고, 인터뷰를 하는 잠깐 동안 오승호 사장님의 입장이 된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이야기가 재밌었는데 애들은 점점 기운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특히 넋 나간 사람처럼 힘들어 하는 페리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작은 공간에서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통해 본 마을 가게
카레나 페리체(사진 및 설명 글)
인터뷰 전에 겉은 허름하고 빨간 천막이 있는 세탁소 앞에서 인터뷰를 할 생각에 약간 긴장한 우리의 모습이다.
드라마 <올인>을 보고 계시던 사장님과 TV를 켠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장님의 목소리가 아닌, 드라마에 귀를 기울이는 승제의 모습이다.(덕분에 드라마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모두 인터뷰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창밖에서는 조효원, 솔샘 등 여러 사람들이 지나갔다. 조효원이 밖에서 김이제를 기다리고 있다. 자리가 세 개밖에 없어서 나랑 승제가 돌아가면서 앉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허름하지만 새롭게 보이는 세탁소의 천막 아래서 계동에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키시는 사장님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