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민수 21,5)


  음향 시설이 좋지 않은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습니다.

  “잘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잘 들리는 자리로 당겨 앉는 분은 많지 않았고, 음향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자고 나서는 분은 아주 적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짊어지기보다는 그저 “안 들리니 크게 말하라”는 요구와 불평만 남아 있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불편함을 피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는 신자인지, 아니면 어려움과 불편함 속에서도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는 주님을 따라가는 신자인지 말입니다.


지금 어디에 앉아 있습니까?


  하느님의 집인 교회에 와서도 카페에 온 손님처럼 이것저것 계속해서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영신 수련』에서 우리 삶 앞에 두 개의 깃발이 서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편안함과 자기중심을 약속하는 세상의 깃발이고, 다른 하나는 십자가와 겸손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깃발입니다.


지금 어느 깃발 아래 서 있습니까?


  요구만 되풀이하는 것은 기도도, 신앙도 아닙니다. 교회는 나의 요구를 충족해 주는 곳이 아니라 나를 기르시는 어머니이십니다. 주님은 내 목적에 따라 이용되는 분이 아니라 나의 주인이십니다.

  사순 시기는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 더 불편한 자리를 선택하며 그리스도의 깃발 아래로 한 걸음씩 돌아가는 시간임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