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Form is romantic storage of fragmented information.
2019
UV prints on synthetic papers
Dimensions variable
Graphic design Young Sam Kim
3D Graphic LPSCAPE
안녕하세요, 양정애 기획자님.
완성되지 못한, 어떤 이유에서건 검열당한 그런 작업이 있냐고 물어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레지던시 중반 쯤이었나 봐요. "그냥 저한테 하소연하듯 편지를 써주셔도 돼요"라고 하신 것 같아 그냥 두서없이 한번 적어보려 합니다.
선생님과 작업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날 머릿속에서 뭔가 반사적으로 떠오른 작업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독일을 기점으로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결혼 후 영국으로 넘어오면서 경제적 기반을 잃고 (뭐 그때도 넉넉하진 않았지만…)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과 공간 없이 어딘가에 혼자 떨어진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작업은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모든 것이 무언가에 의해 차단되고 있는 것 같았고 계속 일당 100파운드 언저리의 알바 자리를 찾고 있던 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누군가가 니 작업으로는 돈을 벌 수 없을 거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씩 꾸준히 저를 어딘가로 몰아 붙이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의외의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뮌헨 바이에른주의 건축부서였는데 제가 뮌헨 공대의 Kusnt am Bau(독일 공공미술) 프로젝트 경쟁 부분에 초대되었다고 하더군요. 10명이 초대되었는데 그중 제가 들어간 것도 놀라웠고 꽤 큰 예산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잘해보고 싶었어요. 전자정보공학과 건물이었는데 그것도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형태가 정보가 만들어내는 사건이라는 이야기와 이 공대 공간이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에서 계속 공간 작업을 해 왔던 터라 새로 지어지는 공대 건물에 들어가는 작업을 구상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잘하고 싶었고 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준비하는 동안 조금 들떠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요. 저는 정말 열심히 몇달을 준비했습니다. 독일로 여러 차례 건너가 전자정보공학과 학생들에게 작업의 문장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공사장을 찾아가서 짓는 과정을 보고 공간의 스케일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작업이 과감하면서 직접적이지만 건축과의 관계에서 함께 존재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새 건축물의 공간을 모두 제 작업의 컨텍스트로 묶을 수 있는 작업을 구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재료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조경과 건축하시는 분들에게 계속 조언을 구했습니다. 염치없었지만 계속 물었습니다. 생각이 점점 구체화되고 그 형태가 드러나면서 어쩌면 꽤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기대도 생겼습니다. 모델을 만들면서 실제 지어진 상태를 상상하며 피식거리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말 고민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심사에 제출하고는 크게 긴장하거나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할 만큼 했고 뭔가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메일 한 장을 받았습니다. 그제서야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파이널 3인에 올랐고 컨셉적인 부분과 디자인에서 만장일치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다 금새 제 손에 들어와서 쥐고 있던것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그래…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전문제와 또 다른 문제들로 채택되지 못하였습니다.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이 난 작업인지 미안성으로 남은 작업인지 사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할때마다 드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프레젠테이션 보드 그대로 마무리된 작업이기도 하고 또 설치가 되지않았으니 미완성인듯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물질로 설치되어야 마무리가 되는것인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이게 말씀하신 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연락주세요.
김신애 드림
작가 소개
김신애는 형태를 독립적이지도 절대적이지도 않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일시적 사건으로 보았다. 형태의 본질을 그것을 이루는 정보 자체로 이해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택된 관계 속에 존재하는 정보들을 드러내고 형태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예술대학 Prof.Olaf Nicolai 반에서 디플롬과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했다. 주요 활동으로는 《로맨틱 스토리지》(SeMA 창고, 서울, 2022), 《평면긋기》(새탕라움, 제주, 2022),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아르코미술관, 서울, 2021), 《Not Just Tiny But Abstract》(OCI미술관, 서울, 2019), 《Spiele mit der Ewigkeit》(그림미술관, 베를린, 2018), 《위옆옆아래》(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5) 등이 있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18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Shinae Kim understands the nature of the form as information itself, not as a fixed shape. So it doesn’t exist independently or absolutely, but more relatively. She has been trying to reveal the relationship between information in the space by using various materials. She studied painting in Hongik University, and received a diplom with Maeisterschuler in 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Munchen, Klasse Olaf Nicolai. Her major works have been shown in Romantic storage (SeMA Storage, Seoul, 2022), Slicing space (Seetangraum, Jeju, 2022), Nothing Makes Itself (ARKO Art Center, Seoul, 2021), Not Just Tiny But Abstract (OCI Museum of Art, Seoul, 2019), Spiele mit der Ewigkeit (Grimmuseum, Berlin, 2018) and upsidesidedown (Project Space Sarubia, Seoul, 2015). She has participated in MMCA Residency Goyang i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