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untitled
2023
Digital C-print, LED strip light, Walnut veneer frame
26.2x33.5cm
8-2
untitled
2023
Digital C-print, LED strip light, Walnut veneer frame
36.8x49.1cm
8-3
untitled
2023
Digital C-print, LED strip light, Walnut veneer frame
56x74.7cm
8-4
untitled
2023
Digital C-print, LED strip light, Walnut veneer frame
73.6x98.2cm
A미술 대상에게,
아마도 다섯 번 이상 당신의 공모전에 지원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면접 기회조차 받을 수 없었습니다. 매년 심사위원이 바뀌기는 하지만, 당신이 선정한 심사위원이니 나의 푸념을 들어줘야 할 주체는 A 미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당신의 미술 대상에 선정되었다면, 분명 이 작업을 전시했을 것입니다. 나는 일 년 전부터 이 작품을 이맘때 완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원형 전시실에 이 작업이 무척이나 어울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소 어두운 그 전시실에서 이 작업은 말 그대로 빛이 났을 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보다도 아름답게 빛났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작업의 주인공은 단연코 빛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빛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규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그 의미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상태에 멈춰 있는 것이 이 빛에게 부여된 임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빛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빛은 사진을 정확하게 반으로 가릅니다. 여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점은 이 빛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빛은 그저 앞으로 뻗어 나가고 있을 뿐, 자신이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빛이 하고 있는 일이란 이러한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그 자체인 것입니다.
나는 빛의 이런 무심함에 매료되었습니다. 나도 이 빛처럼 무심하게 초월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매일 마주했던, 나의 시선을 강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던, 한 발짝도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게 하는, 그 숨통을 조이는 장면들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지난 11월 오픈 스튜디오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당시에는 전형적인 평면 전시의 형식을 따라 가로로 나란히 적당한 간격을 두고 벽에 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시는 바와 같이 각각의 작품에서 뻗어나오는 빛의 선들이 위에서 아래로 이어져 하나의 긴 선을 이루도록 세로로 걸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빛이 더욱 부각되고, 사진 용지 위에 새겨진, 내가 매일 마주했던 장면들은 힘을 잃어, 마치 무의미한 배경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당신의 아름다운 원형 전시실에서 전시했다면 전선은 모두 벽 뒤에 숨겼을 것입니다.
2024. 1. 10
안진균 드림
작가 소개
안진균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과 영상전공으로 학사과정을, 왕립예술대학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으로 《영원한 휴가》(SeMA 창고, 서울, 2022), 《Slice》(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19), 《Hanged Man》(이프리미디스 갤러리, 베를린, 독일, 2019), 《Hanged Man》(서울유치원, 서울, 2016), 《Three Faces, Two Places, One Device》(하다 컨템포러리, 런던, 영국, 2014), 《On the Surface of Images》(피닉스 브라이튼, 브라이튼, 영국, 2012)가 있다.
영국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스위스 알티튜드 +1000 사진 페스티벌, 벨페스트 사진 페스티벌, 주영한국문화원, 러시아 로스포토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헤적프레스와 아티스트 북 『Slice』와 『Hanged Man』을 출판하였다. 2012년 브라이튼 포토 프린지 오픈 우승자, 2013년 벨페스트 사진 페스티벌 선정작가, 프레시 페이스트 앤드 와일드 아이드 선정작가, 폼 매거진 #36 탤런트 선정작가,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Ahn Jinkyun earned his B.F.A from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in 2010, and an M.A from Royal College of Art in 2012. Solo exhibitions include Permanent Vacation (SeMA Storage, Seoul, 2022), Slice (Art Space BOAN2, Seoul, 2019), Hanged Man (Efremidis Gallery, Berlin, 2019), Hanged Man (Seoul Kindergarten, Seoul, 2016), Three Faces Two Places One Device (Hada Contemporary, London, 2014), On the Surface of Images (Phoenix Brighton, Brighton, 2012).
He has participated in group exhibitions at the Photographers‘ Gallery, London, UK; Alt. +1000 Photo Festival, Rossiniere, CH; Belfast Photo Festival, Belfast, UK; Korean Cultural Center UK, London, UK; РОСФОТО, Saint-Petersburg, RU. He published two artist books Hanged Man and Slice with Hezuk Press. He has been selected as the winner of Brighton Photo Fringe Award in 2012, as the selected artist at Belfast Photo Festival in 2013, Fresh Faced and Wild Eyed in 2013 and Foam Magzine #35 Talent. Residencies include SeMA Nanji Residency in 2023 and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Residency Goyang in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