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Lee Hyunsook
| 홍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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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의 증인들 Jehovah's Witnesses

2024

single channel video

23'54''




야훼의 증인들

- 2014년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중심으로 

이 영상은 2014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여호와 증인 국제대회의 기록이다. 그때 촬영하고 10년이 지난 2024년, 이제 와서 새삼스레 편집을 하게 되었다. 그날 촬영을 작정하고 그 곳에 간 것은 아니었는데 세계각지에서 온 수어하는 신도들의 박수소리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어 찍게 되었다. 박수소리는 수어로 거의 국제적으로 공통으로 반짝반짝하는 몸짓인데, 손가락을 꽃모양으로 쫙 펴고 위로 들고 좌우로 돌리는 행위이다.  그날의 광경은 오만 여명 이상이 모여 함께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퍼포먼스였다. 

내 동생은 ‘여호와의 증인’신도이다. 육십이 넘은 나이인 지금까지도 그렇다.  엄마는 더 훨씬 전에 침례를 받았고, 동생은 걔가 중학생일 때 자전거타고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오랫동안 있어 심심할 때, 엄마가 어떤 멋진 대학생과 같이 성경공부를 하게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렇게 된 것이다. 

내가 이 영상을 찍을 때쯤에는 나의 동생은 이미 직장을 그만두고 여호와의 증인들만 모여 사는 공도라는 지역에 들어간 한참 뒤였다.  동생은 나에게 이런 훌륭한  국제대회를 서울에서 하니 한번 엄마모시고 보러 나왔으면 좋겠다고 청했던 것같다. 나는 물론 거절하면서 “너는 어떻게 변하지도 않고 그렇게 그것을 한결같이 주욱 믿을 수가 있니?” 한마디 했더니 “누나는 예술(이라고 칭하는 것들)을 믿고 나는 종교(이라고 칭하는 것들)를 믿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앗, 그런가? 뭐가~  그러네?! 그러니 너도 매일 흔들리면서 저항하면서 그러나 어쩌지는 못하고 간다는 건가?

대번에 거절한 것이 미안했던 차라 나는 그 뒤에  슬그머니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엄마를 모시고 갔다. 모셔다 드리기만 하고  그냥 되짚어 올려고 했는데 그 박수소리를 보았고 떼지어 움직이는 군중들의 움직임이 아름답게 보였다. 또 거기서 처음 본 촉각 통역의 광경, 너무 경이로워서 몸을 움직여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 대지도 못했다. 

과연 동생 말마따나 소위 내가 하는 ‘예술’이란 것과  동생이 하는 ‘종교’라는 것을 나란히 비교하며 보니 은근 재미있었다. 그러나 작업을 염두에 두고 촬영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비판적인 내 시선이 엄마에게도 동생들에게도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할 것도 많은데 뭐 굳이!  그러나 여태까지 그 촬영 분을 버리지 않고 컴퓨터 안에 모셔두고 있었고 거의 십년이 지난 지금 그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는게 있었다. 지금이라도 편집하지 않으면 십중팔구 버려질게 뻔했다.  

그날 아름다웠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몸짓과  수어로 노래부르는 장면들이었지만 ‘여호와의 증인’ 종교에서 확실히 멋진 점은 또 있다. 병역의무를 거절한다는 것, 그것을 거절하고 차라리 감옥에 간다는 것 그것에 얄짤 없다는 것!  멋지다!! 그것을 그들은 ‘중립’을 지킨다 말한다. 우리나라가 지금은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고 있어 감옥에 안가도 되지만 몇 년 전까지도 많은 젊은 청년들이 중립을 지키고자 감옥에 갔다. 사실 ‘대체복무제’의 실현도 이 종교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고 그 노력의 지난한 과정을 봐온 나로서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없세(전쟁없는 세상 단체)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빚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교에 들지 못한 것은 군대반대하고는 다르게, 다른 것들은 맞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종교는 대체적인 다른 기독교인들이 그렇듯 반페미니즘적이며 모든 관점이 서구 백인 남성에 머물러 있다. 반동물적이며 반퀴어적이고 찐보수이다. 물론 이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그저 일부 나와 닿았던 일부분의 감각이다. 종교를 만나든 예술을 만나든 만난다는 것은 아주 좁지만 찐한 접촉의 감각에서 시작되는 것 아닌가?  


홍이현숙, 2024년 1월 10일





작가 소개 


홍이현숙은 대한민국 경상북도 점촌 산골 마을 출생이며, 대학에서는 조각을 전공했지만 영상설치,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동물이 나를 비춘다”라는 의미의 동물권 세미나 모임인 ‘ALiM;’의 회원이다. 잘 안 보이는 것들, 사이에 있는 것들, 혹은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고자 하는 전시 《은닉된 에너지》(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95) 시리즈로 시작하여 장소와 몸(사람, 동물, 사물)을 유비하는 설치 작업(국립극장계단, 1997 · 인사동 육교, 2000 · 통일전망대, 2002)을 하였다. 2005년, 대안공간 풀에서의 개인전부터 영상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의 몸이 어떤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과 직접 만나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2012년 《폐경의례》(복합문화공간 에무, 서울), 2019년 《한낮의 승가사》(공간 일리, 서울), 2021년 《휭,추-푸》(아르코미술관, 서울) 등의 개인전을 진행하였고 국내 및 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양평공공미술프로젝트 《실신프로젝트 남양광하》(2015) 총감독을 역임했고, 《가상의 딸》(2004~6)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한 바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 되어있다. 일상적 수행과 수련을 통해서 길어 올린 추상으로 인간이라고 하는 주류의 존재에서 탈 중심화해보려 한다. 냄새와 소리와 진동, 그것들을 타고 넘으며 어떤 순간의 비약적인 체험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공감각의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결국 목격할 것이고, 같이 존재할 것이고, 그래서 넘나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