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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필름 extra film
2024
싱글채널영상, 16mm 흑백필름 HD 디지털 스캔
5' 58'', 흑백, 무음, 반복 재생
크레디트
연출: 정재경
조연출: 한정선
연구: 이유니
출연: 권가이, 김예빈, 김태훈, 류하영, 박준형, 석예린, 손선아, 신민수, 신성식, 옥주리, 이육헌, 정회동
필름 촬영, 현상: 김은정, 전성권
자문: 전진모 (신촌극장)
<엑스트라 필름 extra film>은 2021년 기획, 감독한《리플렉트 프로젝트 Reflect Project》를 위해 창작한 <어느 인물 A Character>을 《그 '밖'의 것들(et cetera)》 전시 기획 맥락 안에서 재구성한 작업이다.[1]
extra[2]
상업 극영화는 이야기의 사실적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마치 우리의 현실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다. 영화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의 배경에는 '엑스트라 (extra)'가 존재한다. 이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 교실 뒷자리에 앉아있는 학생, 대형 교회 강당에 앉아 기도하는 신도, 마트 식품대에서 장 보는 주부가 되어 일상을 재현한다.
조끼를 걸치면 부동산업자, 여기다 앞치마를 하나 걸치면 시장 상인이 되고, 평상복으로 나가면 동네 아줌마가 되고...” (엑스트라 출연 경험자 인터뷰 내용 중)
극의 주요 배우들은 맡은 배역의 성격을 분석하고, 자기 경험과 연기 기술을 통해 가상 인물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이와 다르게 엑스트라는 인물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연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연기자이지만 연기를 하면 안 돼요") 드라마의 배경에서 엑스트라는 마치 배경 사물처럼 그저 지나가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일상적 현실에서 마주치는 타인이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처럼, 드라마의 배경으로 물러난 엑스트라의 행위와 표정은 선악의 도덕규범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 2'의 얼굴에서 민주주의, 국가,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결의에 찬 영웅적 표정도, 어느 혁명가의 열정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3]
<엑스트라 필름>이 응시하는 지점은 극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선악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장르명이 아닌 물질로서의 필름 표면에는 영화, 드라마, 광고의 실제 보조 출연 경험이 있는 12명이 이전에 연기한 학생 1, 행인 3, 피해자 1, 주부 2, 관객 1, 경비원 2 등을 다시 재현하는 배우(actor)이자, 동시에 작품 내에서 맡은 배역을 실증하는 비-배우(non-actor)의 모습으로 동시에 기록되어 있다. 이 같은 형식을 통해 필름은 상인 2, 학생 1, 아줌마 3과 같이 누구나 될 수 있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연기와 실존 사이에서 포착되는 무정형의 인물상을 기억하는 표면이 된다.
[1] 서울시-문체부 공공미술프로젝트 지원으로 제작된《리플렉트 프로젝트》는 1960년대 답십리 영화종합촬영소가 있던 동대문구 답십리로 약 150m 구간에 설치되어 2021년 8월 1일 공개되었다. 《리플렉트 프로젝트》는 1960년대 답십리로에 있었던 영화촬영소 제작 영화를 다양한 작가가 참여하여 동시대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를 공공 미디어 작품 형식으로 시민과 공유하고 있다. 전시는 2024년 7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www.reflect-project.org
[2] 영어 extra의 사전적 의미는 '평범한 것 이상 (more than usual)', '~밖의 (outside)', '~을 넘어서 (beyond)', 또는 '여분' 의미를 담고 있다.
[3] 윤리, 도덕의 추상 관념이 현실 공간에서 상상 가능한 규범이 되기 위해서는 분노, 공포, 기쁨, 슬픔과 같은 신체 감정으로의 전환이 전제된다.
“extra film”
Single-channel video, HD digital scanned from 16mm B/W film, 5' 58'', B/W, silent, loop, 2024
“extra film” refers to the supporting actors, who are difficult to determine ethically whether they are good or evil, appear in the periphery of the movie. The film’s surface records the appearance of 12 actors who have previously acted as a student #1, pedestrian #3, victim #1, housewife #2, audiences #1, security guard #2, etc., re-acting their roles for the “extra film.”They are both actors who present the roles they played in the work and non-actors who testimony their extra roles; the film becomes a surface that remembers the amorphous figure between fiction and memory that can be anyone, such as a merchant #2, a student #1 or housewife #3, and does not belong to anyone simultaneously.
Credit (2021)
Starring:
Hoi Dong Jung, Tae Hun Kim, Ye Bin Kim,
Ga I Kwon, Yook Heon Lee, Jun Hyeong Park,
Ha Young Ryu, Yerin Seok, Min Soo Shin,
Sungsik Sin, Seon Ah Son
Directing Artist: Jaekyung Jung
Assistant Director: Jung Sun Han
Research: Younee Lee
Film Production: Sung Kwon Jeon, Eunjung Kim (Space Cell)
Film Scan: Archives and Cultural Center
Advisor: Jinmo Jun (Sinchon Theater)
작가 소개
정재경은 도시 일상 속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명백하게 판단 내리기 어려운 지점을 추적하고, 이를 주로 무빙 이미지 형식 안에서 탐구한다. 사회 질서의 언어 안에서 무질서가 드러나고 혼돈 안에서 이성적 사유가 발화되는, 즉 이성과 광기가 분별 되지 않고 서로 끊임없이 동요되는 지점에 대한 관찰을 통해 우리 시대의 규범과 그 안에 부재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정치, 경제, 역사적 갈등이 남긴 흔적을 장기간 기록, 수집, 관찰하면서 물질 흔적 이면에 내포된 형이상학적 개념인 윤리성의 문제를 추적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최근 《코스모그라피아》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서울, 2019), 《도깨비 터》 (신촌극장, 2020), 《어느 장면》 (신촌극장, 2021) 《코메디아》 (shhh, 2022)개인전을 진행하였다. 참여 그룹 전시로는 《23회 브르노 국제디자인비엔날레》(모라비안 뮤지엄, 체코 2008), 《Public Space? Lost & Found》(MIT 미디어 랩, 미국, 2014),《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21), 《경계와 신호》(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1),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3), 《2086: 우리는 어떻게?》(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2023) 등이 있다.
정재경은 RISD 학사와 MIT석사를 거쳐,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UCSD) 시각예술 프로그램에서 윤리성과 시각성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ünstlerhaus Schloss Balmoral,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금천예술공장, SeMA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시간 예술 연구, 전시 공간 쉬(shhh)를 설립하고 기획, 운영하고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MMCA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Jaekyung Jung is interested in tracing ambivalence in the everyday life of the city, which stands between what is ethically right and wrong. He employs moving images and archives to reveal such interests. His recent solo exhibitions include Cosmographia (Seoullo Media Canvas, Seoul, 2019), A Scene (Sinchon Theater, Seoul, 2021) and Commedia (shhh, Seoul, 2022).
His works has been exhibited at the 23rd Brno International Biennial of Graphic Design (Moravia Gallery, Brno, 2008), Public Space? Lost & Found (MIT Media Lab, Boston, 2014), Art(ificial) Garden, The Border Between Us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Cheongju, 2021), Signaling Perimeters (The Nam-Seoul Museum of Art, Seoul, 2021), Ones Who Inhabit The Twilight Zone (ARKIPEL, Jakarta, 2021), and Watch and Chill 3.0: Streaming Suspens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2023) among many. He also directed Reflect Project (Dongdaemun-gu, Seoul, 2021-24), a commissioned public art project supported by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and th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Jung holds a B.F.A from the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a Master of Science in Visual Studies from MIT and a PhD in Art and Media History, Theory, and Criticism-Art Practice Concentration from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Recently, he participated as a resident artist at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Residency in Goyang (KR), Seoul Art Space in Geumcheon (KR) and Kunstlerhaus Schloss Balmoral (GE). In 2021, Jung founded "shhh," an art space focusing on time based art research and exhibition based in Incheon, South Korea. Currently, Jung is a participating artist in the Korean Pavilion of the 18th Venice Biennale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in 2023. His work is a part of the permanent collections of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MMCA), MMCA Government Art Bank, and Seo-Seoul Museum of Art in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