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신문(제821호), 2011년 9월 21일, 6면(칼럼)
대학생으로서 여러분은 부모님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시작하였거나, 혹은 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리라. 그래서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립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점점 많아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많이’ 버는 것에 관심이 더 클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 등으로 얕게나마 재테크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이미 했을 수 있으며, 틈날 때마다 로또를 사면서 이 모든 고민을 일거에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지대와 지대추구행위에 대한 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방식에 대해 유용한 팁을 여러분에게 제공한다.
경제학에서 지대(地代)는 토지의 가격이란 뜻 이외에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자주 활용된다. 토지는 특정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탓에 하나의 토지는 다른 토지와 완벽히 대체될 수 없다. 그래서 토지의 공급은 근본적으로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inelastic)이다. 다른 재화와 달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그 토지의 공급이 신속하게 늘어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토지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토지소유자는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내 토지의 수요자들은 많은데 공급할 사람은 나 외에 없다는 사실은 곧 내가 부르는 대로 토지가격이 형성됨을 뜻한다. 개발사업에서 핵심 부지의 소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소위 ‘버티기’나 ‘알박기’가 비근한 예이다. 반드시 개발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소유자는 원래 천만원에 팔았아도 괜찮을 토지를 1억에도 충분히 팔 수 있다. 이 때 1억과 천만원의 차이에 해당하는 9천만원은 토지소유자에게만 귀착된 채 사회의 어떠한 생산적 활동과도 연계되지 않는다. 지대추구행위가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그러나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한 지대추구행위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대신 경제적 독립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토지소유자가 많은 돈을 벌었는지에 주목하여야 한다. 갑작스럽게 9천만원이라는 돈이 생긴 까닭은 바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독점적 성격 때문이다. 즉 다른 토지와 대체될 수 없고, 그렇다고 유사한 토지가 시장 내에서 쉽게 공급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토지에 대한 수요가 크다. 시장에서 이러한 독점적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대부분은 그런 토지를 구입할 만큼 자본이 넉넉지 않다. 부모님 없이는 당장의 원룸 보증금도 마련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학생활을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러한 토지처럼 만들 수 있다. 고로 경제적 독립의 관점으로만 보자면, 대학생활은 향후 사회에 진출하여 지대를 추구하게끔 여러분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향후 효과적으로 지대를 추구하기 위해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첫째,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현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장을 찾는 것은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순간 이미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평창의 토지를 뒤늦게 구입하는 것과 동일하다. 수입은 있겠지만 수익률은 높지 않다. 높은 지대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4년 동안 듣게 되는 수많은 강의는 이 길을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가 아닌 10년 후의 노동시장을 생각하라. 대학에서의 강의는 당장의 환금성이나 취업가능성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 당장 돈이 되고 취업하기 쉬운 분야는 실제 여러분이 뛰어들 때쯤 이미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0년 후 여러분의 능력이 경력과 결합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할 때쯤 수요는 한껏 늘어났으나 공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분야가 여러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이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토대로 주위를 관찰하기 시작한다면, 여러분들은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머지 않아 그 대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동일 전공 학생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라. 동일 전공으로 묶여 있는 학생들은 향후 서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대체가 쉬우면 쉬울수록 독점적 권한은 줄어든다. 따라서 나만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강의 내에서도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고민하여야 한다. 특히 자신의 관심사와 적성을 살려 타 학과의 강의를 많이 수강할 필요가 있다. 성적증명서에 기록된 수강과목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이 여러분의 능력이 지닌 비탄력성의 정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해외여행과 공모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라. 주위 친구들도 가기에 해외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주위 친구들도 하기에 공모전을 준비하기에는 투입되는 비용과 노력과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해외여행은 다른 세계와 직접 맞부딪힘으로써 향후 부각될 이슈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며, 공모전 역시 자기만의 관심사를 깊이 고민하고 풀어낼 수 있으며 이에 대해 공적인 인증도 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나의 해외여행은 다른 이들의 해외여행과 목적지나 일정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내가 준비하는 공모전은 학과 친구들이 일반적으로 준비하는 공모전과 다르기 마련인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그 어떤 주식이나 펀드, 그리고 로또보다 유용한 재테크수단이 있다. 바로 여러분 자신이다. 대학생활의 마지막 일분 일초마저도 이 재테크수단을 위해 투자하라. 그리고 과감히 추구하라. 여러분만이 누릴 수 있는 지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