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자 명대신문(제6면, 명진칼럼)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첨단산업과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기술혁신의 매개체로 대도시의 중요성은 널리 인식되고 있다. 대도시는 활자화되기 어려운, 그 이상의 가치와 유용성을 갖는 암묵적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새롭고 까다로운 선호를 지닌 소비자들이 많이 분포돼있고, 이들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기술혁신을 유도한다. 대도시가 갖고 있는 이와 같은 기술혁신의 장점은 국내에서 서울이 기술혁신이 일어나기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서울을 모른 채 서울에 살 수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동력으로서 대도시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그리고 이를 실현시킬 필요가 있다면, 단순히 '서울에' 살 뿐만 아니라 '서울을' 살 필요가 있다. 서울을 산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서울만이 지닌 잠재력, 서울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 등을 적극적으로 누리면서 이를 각 개인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고자 노력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서울을 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무엇인가?
첫째, 각자가 대도시에서 일어날 기술혁신의 주체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암묵적 지식을 공유하고 기업의 시제품을 평가하고 유연적 전문화를 달성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며, 서울에서 그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서울시민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나부터 먼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고민하여 진취적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또한 기존의 조직 내에 편입되기보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호하는, 그리고 그에 따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대도시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혁신의 이벤트들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어쩌면 서울에서 생활비가 많이 드는 까닭은 이 이벤트들이 무한히 제공되기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기회를 마다한 채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TV와 책만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서울을 사는 방법은 서울이 아닌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이렇게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로 대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셋째, 혁신을 함께 그릴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마련하여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이촌향도의 인구대이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혁신에 유리한 서울의 환경을 선호하는 청년들은 서울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같은 학번이나 학과, 학교의 울타리에 얽매이지 말고, 다른 학번, 학과, 학교에서 같이 꿈을 그릴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해당 분야에서 이미 그 꿈을 실현한 분들을 멘토로 삼으며 직접 만날 기회도 모색할 만하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틀 내에서 구축 가능한 이 인적 네트워크의 외연과 심도야말로 기술혁신에 대한 서울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될 것이다.
지식기반경제, 창조경제에 있어 기술혁신은 그 내용에서 가장 핵심에 해당되며, 이 기술혁신을 주도할 핵심집단은 새로움과 변화를 선호하는 청년층이다. 서울의 청년들은 단순히 서울에 살 뿐만 아니라 서울을 살아감으로써 국내의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