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함께한 일 년의 시간,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의 삶과 일상

2021년 1월, 찬 기운을 실은 바람과 함께 금천예술공장은 새로운 입주작가를 맞이하며 새해를 시작했다.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 그리고 여름에서 가을을 넘어 다시 찬바람이 느껴질 무렵까지 12기 입주작가 16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금천에서 시간을 보냈다. 느낌표(!)와 물음표(?)에 둘러싸여 쓰고 지우는 시간을 보내면서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기도, 다음 작업을 위한 쉼표(,)를 두기도 하며 새로운 작업을 위해 다시 첫줄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 연계로 기획된 <일상기록 프로젝트>는 그간의 기획전시와는 조금 다르다. 레지던시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으로 지금껏 작품으로 마주했던 작가들의 사적이고도 일상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첫 시도이다.

‘삶을 기록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LIFE LOGGING》은 일상 전반을 기록하고 수집하며 공유에 이르는 것을 말하며,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부터 팬데믹의 상황은 반복되는 일상과 삶에 있어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케하여 우리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적응에 탁월한 우리는 어느덧 변화된 환경에 익숙해져 보통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매일같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잊지 않으려 메모를 남기며, 플레이리스트에 방금 들은 노래를 추가한다. 스치듯 지나간 순간들을 붙잡기 위해 기록하고 때론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다시 들여다보기도 한다.

‘일상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출발한 프로젝트는 저마다의 서사를 그리며 개인의 흔적이 묻은 삶의 기록으로 남겨졌다. 김희천임노식, 최윤은 금천예술공장까지 운전해서 오는 출근길에 주목한다. 호흡을 가다듬는 출근 시간은 매일 같은 길을 운전해오면서도 때에 따른 선곡과 다른 생각들을 상상하게 한다. 그렇게 도착한 스튜디오는 의심의 여지없이 대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곳일 것이다. 1월부터 꾸준히 개인 스튜디오의 모습을 촬영한 유지영돈선필은 시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공간을 발견하게 한다. 한편 김태연은 새로운 스튜디오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주변의 사물을 규칙적으로 정리했다. 그 사이 금천의 구석구석을 관찰한 허우중은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곳에 자신만의 애정을 보낸다. 박형진신민은 일상이 된 레지던시 생활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상황을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한편 권도연전명은은 사진을 통해 척박한 공장지대에 자리한 금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팬데믹으로 입주작가 간의 교류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김영미문서진은 짧았지만 기념적인 만남의 순간을 수집했다. 반면 문이삭은 일상이 곧 작업이 되고, 작업에서 일상을 찾을 수 있는 경계 없는 지점을 보여준다. 또한 올해 단행본을 제작한 김신욱김영글은 각자 다른 방식과 형태로 과정의 기록물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작업의 반영이면서도 작품의 이면에 있는 사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또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기회이길 바란다. 아울러 한 해 동안 쌓아온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록 간의 교차를 통해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공간으로서의 금천예술공장을 공유하고자 한다. 끝으로 오늘의 자리가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작가들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오늘의 쉼표 한 조각 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입주작가들에게도 올해의 시간이 어떤 ‘기록’으로 특별히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

박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