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10
신민 SHIN Min
🏠 http://cargocollective.com/daughternose
📧 fatshinmin@gmail.com
미술 작가이자 퍼포먼스 연출가인 신민은 주로 시각예술의 영역에서 조형적인 작업을 만들거나 여성과 노동자, 약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왔다. 눈에 구멍을 낸 소녀상들 속에 (향)연기 를 피워 성범죄 피해 아동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딸기코의 딸들> (2011), 패스트 푸드점의 프렌치 프라이 포대로 만든 알바생 군상 조형 작업 (2013-2015) 을 통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노동력을 비판하는 등 조형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또한 트러스트 무용단의 객원 퍼포머 (2006-2008)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퍼포먼스 연출작 및 출연작 으로는 <(예술로 이런 이야기 하는것 창피한데)I can’t STOP!> (2020, 삼일로창고극장), <들이쉬고, 내쉬고, 그대로 유지> (2016, 인천아트플랫폼, 공동연출), <가성비 甲> (2016,아오병잉 페스티발), <basketball standards> (2016)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차별과 혐오에 당당히 No를 외치자’는 의미의 문구가 적힌 유토 원형 두상 300여 점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작업인 <No> (2017, 가변크기),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내가 삐라를 뿌린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Flyer> (2018, 킵인터치서울) 등 관객 참여 형식의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머리망
검정 새틴 리본이 달린 머리망은 서비스직 여성의 공통 악세서리이다. 백화점에서도 커피숍에서도 햄버거집에서도 병원에서도 여성들은 머리망을 한다. 내가 마주하는 고객 중에 일반인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이 머리망을 한 여성을 고객으로 만나면 서로 말하지는 않지만 동질감을 느낀다. 일종의 표식이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비스직 최전선에서 진상들을 마주하는 동병상련을 감지한다. 휘핑도 한바퀴 더 올려주고, 그린티파우더도 듬뿍듬뿍 넣어준다.
나는 머리망을 한 다양한 여성 두상을 만들고 싶다. 머리망으로 대상화된 서비스직 여성들을 이야기하고싶다. 서비스직에서 한번이라도 일해봤던 여성들은 머리망을 한 여성 조형물 군상을 보고 굴종의 애환, 벼랑끝의 생계를 기억할 것이다.
이상하게 나는 어릴때부터 용모와 행동이 단정치 못했다.
일할때에도 이상하게 꼭 내가 묶은 리본은 시든 꽃처럼 축 늘어진 형상을 띠었고, 내가 포장한 선물들은 뭔가 께림직한 이미지가 되었다. 뭐든 똑부러지게 깔끔히 마감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손댄 것들의 지저분한 미감을 좋아했다. 내가 만들거나 그린 깨죄죄한 오브제들에서 내 존재감을 느낄수 있어서 든든했다.
머리망은 지저분한 나의 외모를 멸균해주는 물건이다. 내 외모를 소독해준다. 나의 맨얼굴, 보라빛 입술, 새까만 딸기코, 기름진 얼굴을 검정 새틴 리본과 동그란 머리그물이 정리하고 소독해준다.
머리망의 멸균효과는 내가 문제시하는 무엇가를 보여준다.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