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5. 음악극 프로젝트 演話歌 III - 나실인 <빌런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빌런이 등장한다해도 당연할 것만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을 당하는 사회를 사는 우리들의 여러가지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은 이 정도 환경이면 반드시 빌런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싶은 장소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진행된다. 거기서 시끄럽게 소리를 내는 사람들, 이를 악물고 분노를 참고 있는 사람들,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모른채하는 사람들, 혹은 불쾌한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어 보려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에게 악당 혹은 괴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빌런villain의 어원은 옛 프랑스어인 vilein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했다. 빌라villa(고대 로마의 농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 것이다. 중세시대 기사 계급 영주들과 귀족들의 횡포에,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고 언제나 흙투성이 얼굴, 거름 냄새를 풍기는 빌라누스, 즉 농민들은 도시가 생겨나는 근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도시 시민들에게도 차별을 받았다. 도시의 상인들은 농작물을 싸게 강매하고, 이를 거부하면 도시의 군대를 끌고와 협박하곤 했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 중에서는 도둑질 등의 범죄 행위를 하면서 도시를 기점으로 교역하는 상인들을 약탈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고, 이런 농민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빌런'은 악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 프로그램

나실인: 빌런스 (2021, 위촉세계초연)

Sirin Na: Villains (2021, Commissioned by SORI, World Premi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