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명 개인전 <모노코크: 정원의 원리>
전시기간 | 2023. 12. 3 - 31
12:00 - 19:00 (월, 화 휴관. 단 4일 월요일과 5일 화요일 정상 운영)
전시 오픈일 3일(일)은 17시부터 관람이 가능합니다.
전시공간 | 스페이스 애프터,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5길 64, B1
글 | 구나연, 황재민
그래픽 디자인 | 씨클레프
사진 기록 | 양이언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Jamyoung Koo Solo Exhibition, Monocoque: Principles of the Garden
December 3 - 31, 2023
12:00 PM - 7:00 PM, Closed on Mondays and Tuesdays
Open on December 4th and 5th
Available from 5:00 PM on the opening day of the exhibition (Dec. 3)
Space after, B1, 64, Yeonhui-ro 15-gil, Seodaemun-gu, Seoul
Essay by Nayeon Gu, Jaemin Hwang
Graphic Design by C-clef
Photography by Ian Yang
Sponsored by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모노코크: 정원의 원리
구나연(미술비평가, 스페이스 애프터 디렉터)
구자명은 2020년 <웹사이트 구조의 편집 방법 개발>, 2021년 <소프트웨어의 성장과 형태에 대해>에 이어 2023년 <모노코크: 정원의 원리>를 통해 우리 삶의 지배적인 기술 양식에 대한 문제에 접근한다. 그의 작업은 소프트웨어를 형성하는 코드의 구조를 시각적 경험의 요소로 환원하고 이를 유효한 조형적 상태로 변환하기 위한 고유의 방법론을 구축한다. 이 같은 방법론은 과거 맥루한이 기술매체를 '인간의 확장'으로 개념화 한 고전적 모델의 역(易)확장, 그리고 정보화 시대 이후 보편화 된 소프트웨어의 기호 세계에 대한 역(易)원근법의 특성을 갖는다. 그의 작업은 신체와 언어의 매체적 확장으로 나타난 소프트웨어의 축조 방식을 물질로 육화하여 우리 앞에 역행시키고, 코딩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이미지를 독해하여 이를 역원근법적 시선으로 형태화 한다. 이러한 역확장과 역원근법적 체현은 순수한 물질의 비정형으로 수렴되고 소프트웨어의 본질적 구조에 대한 평직으로 응집된다.
이번 <모노코크: 정원의 원리>는 전통적이며 물리적인 자연과 인공적이며 기호화 된 자연 간의 대칭적 생태계의 접면에서 위치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지구적 생태계에서의 육체적 호흡과 더불어 기술 생태계 내부의 기능적 호흡을 통해 지속된다. 이것은 자연과 반자연이라는 대립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인간이 구가하는 경험세계의 변화라는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구자명의 작업은 말하자면 자연 체계의 요소인 화학식과 정보 체계의 코딩의 간극에서 일어나는 이질적이며 동시적인 상호작용, 즉 두 개의 '시스템'이라는 톱니가 맞물리어 빚어내는 낯선 결과물이다. 구자명은 두 시스템의 중간에서 구름, 해, 붉은 별과 같은 전통적 자연 대상의 이름을 띤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 및 덩굴, 돌멩이, 토끼 등의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선택해 그 코드를 분석하고, 이를 골조-몸체-기관이라는 유기체적 생성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모노코크(monocoque)의 구조를 도출한다.[1]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코드에서 이양된 물질적 몸체는 더이상 가공할 수 없는 알루미늄과 몇 가지 광물의 순도 높은 완고함으로 현현하여 우리가 지각하는 자연 생태계의 형상과도 거리를 둔다.
이렇게 조성된 오늘날의 정원(庭園)은 생물적 논리와 기술적 논리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통해 빚어진다. 물질이면서 기호인, 자연이면서 인공인 이곳은, 미술이 재현하고 추상해야 할 또다른 영역의 출현을 목도하게 한다. 구자명의 작업은 동시대의 첨단 미디어를 통해 제안된 이미지나 기술적 경험에 대한 논평이 아니라, 기술의 존재방식 자체의 리얼리티를 외화시키고 기존의 역사적 리얼리티의 물리적 측면의 내화를 통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외화와 내화의 엉킨 구조 사이에서 만들어진 가시적 통로가 그의 모노코크이자 정원의 원리가 된다. 복잡한 도식과 모호한 형태, 읽기 힘든 기호와 생경한 물질의 양감. 어쩌면 이것이 일상적 감각과 기능의 표피를 걷어낸 오늘의 궁극적 재현이며 조각일지 모른다. 그가 만든 정원 안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세계의 본성과의 생경한 마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1] "모노코크란 자동차 제조 산업에서 차체(body)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용어로, 별도의 뼈대 없이 프레임과 외피가 하나의 몸체로 일체화된 구조를 의미합니다. 기술이 없던 시절, 하드웨어를 담는 프레임과 외피를 따로 만들던 유니바디(unibody)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 작업의 소재인 소프트웨어와 조각의 물성이 되는 하드웨어를 통합해 엮어낸 결과물을 설명하기 위해 해당 개념을 빌려오고 있습니다." (구자명, 「해크 경험(hack experience)」, 고양레지던시 세미나(202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