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애프터는 작품과 전시 그리고 비평 간의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동시대 한국 미술의 지형은 제도권이 제안하는 제한적 방식의 반복을 통해 움직여 왔다. 그것은 미술관과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작가와 작품이 이동하고, 거기에 비평적 논의가 장식처럼 부가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시대 미술의 존재 이유와 미술을 해야 하는 원초적 질문은 희미해졌으며, 하나의 전시가 끝나면 한 사람의 작가도 한편의 비평도 함께 공기 속으로 사라져 공허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고착되었다.
스페이스 애프터는 동시대 한국 미술의 동인(動因)으로서, 바로 ‘미술’이라는 물질을 탐구하며, 그로 인해 요동치는 변화를 발굴하는 前과 後의 공간이다. 이곳은 예술이 이상과 무모와 결탁하여 키득거리던 자신만만한 유머와 야생을 회복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것은 미술의 존재 이유를 묻는 근본적 회복과 재귀적 태도이면서, 앞뒤 살피지 않는 직관으로 딛는 발걸음에 대한 요구를 담는다. ‘개의치 않는 것.’ 이것이 스페이스 애프터의 모토이다. 이곳을 딛고 서서, 선망의 이름들이 유통되는 욕망의 경주에 냉담하고, 맥박 없는 후행으로서의 비평을 경계하며, 최신 유행 담론 따위에 무관심한 대신, 미술이 지닌 인간과 비인간의 본능, 그리고 응당 그 감각 및 운동에 충실한 미술을 행한다.
아방가르드의 역사가 보여주듯, 이곳에서 일어날 다양한 이야기도 머지 않아 기성 세대의 관습적 과거의 길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낭만주의 이후, 미술은 늘 그렇게 움직여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 자체이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끊임없는 역동이 일어나는 현장은 비엔날레도, 거대 미술관도 아니며, 지금 한국의 작은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분방한 작당과 오만한 실행에 있다. 그것이 역사이다. 그리고 after의 古語인 ‘æfter’는 이같은 복잡계와 복합체 속에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분류를 뛰어넘는 결합과 종횡의 역사를 담기 위한 기표이다. 작업하고, 비평하고, 토론하고, 미술을 계속하여, 미술을 하는 것. 이것이 일어나는 장소가 스페이스 애프터이다.
open hours ; wed-sun 12: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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