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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1 - JUN 4 2023
Ahn Jinkyun Koo Jamyoung Son Changan
이번 《Ghost Light》 스페이스 애프터의 2022-23 기획 주제인 ‘물질’을 ‘빛’의 개념으로 접근한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 ‘빛’은 자연광이 아닌 인공의 빛, 전자이자 데이터로서의 빛, 그리고 오류 로서의 빛을 말한다. 사진의 역사에서 이미지는 빛의 화학적 작용의 결과물이었으므로 언제나 ‘시각적 참’과 ‘증빙’의 역할을 했다. 카메라에 빛을 담아 필름에 새기고 그것을 현상함으로써, 빛으로 나타난 세계의 형상과 색은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자 신호를 빛으로 전환하 고, 이것을 다시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장치의 등장 이후, 이미지는 자연의 빛이 아 닌, 전자 신호의 저장, 소프트웨어를 통한 현시의 과정으로 변화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에 서 나타나는 알 수 없는 ‘오류’에 관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 중 안진균, 손창안 작가는 각각 과거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담긴 디 지털 사진 파일들이 깨져버리는 현상, 즉 Data Corruption으로 이미지가 영구 손상되어 버린 경험을 통해 오늘날 이미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장 매체 안에서 이미지를 손상시 킨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이번 전시는 이러한 ‘손상’이 과거 필름이 든 카메라에 빛이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영구 손상과 같이, 새로운 빛에 의한 ‘손상’으로 접근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렌즈를 통해 집적된 가시적인 외부 세계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재현하고 저장한다. 그런데 이 저장 상태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명확지 않은 이유로, 조용히, 오류와 손상이 진행된다. 무엇이 이러 한 이미지의 변화를 일으키는가? 이에 대해 이번 전시에 참여한 또 한명의 작가인 구자명은 소 프트웨어의 뒤를 살핀다. 그는 프로그램 자체의 코드 도식을 추출하여 그것이 가진 비밀스런 형 태를 도출한다. 순수한 광물을 통해 구현되는 그의 형태는 흐르고 미끄럽고 거친 기이한 유기체 처럼 나타나 데이터의 낯선 집적과 흐름을 보여준다.
Chat gpt가 이슈가 되는 가운데, 오늘의 빛은 인간이 만든 전기 신호의 전환과 통신, 그리고 저장을 통해 유통된다. 그리고 그것은 침묵 속에서 우리의 세계를 흐르며, 때로는 알 수 없는 버 그와 고장을 일으킨다. 오늘의 이미지 또한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미술은 질료를 필요로 하 지만,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예술에 대해 흔히 ‘비물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빛 또한 물질인 세계에서 비물질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이미지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은 오늘의 미술이 지닌 또 다른 물질이며, 이것은 언제나 조용한 파국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 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이같은 동시대 시각 체계의 특성에 대해 이미지를 재현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운용과 오류에 주목한 작품을 통해, 과거 빛으로 가능했던 이미지의 탄생과 파괴를 오늘의 빛으로 빗대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