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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진행: 정릉도서관 최강섭, 동덕여대 사회봉사 황정원
※ 인터뷰 일자: 2020.11.05.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은아: 안녕하세요? 낭독 독서회 행복한낭독자 이은아입니다.
수연: 성인 독서 모임 논스톱 오수연입니다.
코로나랑 같이 1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 지난 한 해 동안의 과정을 간단하게 이야기 해주신다면, 2020년은 어떤 해였나요?
은아: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삶의 기억이 없는 한 해라고 생각해요. 저의 개인적인 생활보다는 온 집중이 공공영역에 쏟아져있었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가다 보니까 개인적인 활동을 돌아봤을 때는 별로 기억 나는 게 없네요.
수연: 아쉽죠. 한 것도 없이 지난 것 같고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이었어요. '그 많던 시간동안 뭐했지?' 한 게 없는 것 같은 한 해였어요.
그 전과 달라진 일상 속에서 달라진 일상에서 특히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나요?
수연: 엄청 달라졌죠. 개인의 시간이 없어졌으니까요. 그리고 나의 생활을 공적인 기준인 사회적 합의 혹은 기준, 지침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 부분은 공공을 위해서 희생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은아: 자유가 많이 없어졌죠.
그 전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 전에 동네 안에서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보였던 적이 있나요?
수연: 그럼요. 동네에 없어진 가게들이 많이 있죠. 성신여대 근처 외진 곳의 주점이 많이 없어졌고 집 근처에서는 미용실이랑 고깃집이 없어졌어요. 또 지금은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미세먼지 심할 때 쓰던 마스크랑은 다르죠. 그 때는 마스크 착용이 개인의 자유였지만 지금은 의무가 되었으니... 많이 달라졌어요.
은아: 피로감도 느끼죠. 1년이 이제는 피로해요. 사실 저는 동네에서 특별히 달라진 점은 잘 모르겠어요.
수연: 놀이터에 아이들이 줄었어요. 또 카페도 보면 전과 다르게 안에 있는 사람 수가 평일에는 현저히 줄었죠. 주말에는 여전히 많지만 동네를 둘러보면 많이 느낄 수 있더라고요.
강섭: 도서관도 오랫동안 휴관을 했었는데 그 동안엔 아이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집에 머물러 있는 게 더 안전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의 아이들은 도서관 밖이나 비상계단에 앉아서 쉬더라고요. 아이들이 그 곳에 머무를 수는 있지만 되게 짠하죠. 공간이 있는데도 아이들이 이용을 할 수 없어서 그런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해야 하는 건 아이들의 안전이니까, 그런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하라고 하거나 모여서 앉으면 안된다 주의를 주는 거죠. 잔소리 처럼 들릴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수연: 맞아요. 애들이 가장 큰 피해자죠.
저희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가요? 지금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수연: 여행도 가고 싶고요, 식당에서 마음 편히 밥먹고 싶어요.
은아: 저도 마음 놓고 외식을 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극장도 가기는 하는데 아직까지 극장이나 공연장은 가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저는 공연보는 것을 되게 좋아하는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극장이나 공연장을 맘 편히 가고 싶어요.
그래도 규모가 있는 곳은 떨어뜨려서 앉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소극장들은 그마저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으시니까 그런 부분의 아쉬움이 크시겠죠. 코로나-19 이후에 더 찾았던 장소나 거점이 있으신가요?
은아: 텃밭을 새로 시작했어요. 제가 그 텃밭을 가꾸게 된 이유가 여행을 특별히 가지 못하니까 이렇게라도 외부에 나가서 생활을 해야 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자연을 즐길 수도 있고요. 주말마다 가서 시원한 바람도 느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평소에 안하던 것 까지 하게 되네요.(웃음) 겸사겸사 아이들도 바깥구경 시켜주려고 시작한건데 저희 아들은 안간다고 했어요. (작물의 수확은 하셨나요?) 처음이라 그런지 제 밭만 실패했어요. 지난 주에 수확했는데 알타리무가 너무 안 자랐더라고요. 아쉽지만 무는 그래도 조금 자랐어요.
지금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릉 주민이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던 적이 있으신가요? 동네에서 위안을 받은 경험이 있으셨나요?
은아: 학교이야긴데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안전할 거라는 안도감이 있어요. 다른 학부모님들이 어떻게 느끼시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소규모 학교라서 매일 등교하지만 마음 놓고 보내고 있어요. 요즘은 다 작은 것을 추구하는데 우리 아들 학교가 아주 모범사례 같아요.
수연: 이런 와중에도 휴관 중에도 도서관 대출 서비스가 이어지는 것은 좋았어요. 물론 전처럼 마음 편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 도서관에서는 여러 방면으로 주변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무리 없이 해주셨어요.
코로나-19 이전과 그 이후에 함께하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느끼시는 지 궁금해요. 생각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은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약속만 하면 바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요. 물론 낯선 사람하고 만나는 것은 꺼려지게 돼요.
수연: 서로 못 알아봐요. 동네에서라도요. 시간이 가면서 안보니까 뜸해져요. 가까이서 늘상 보는 사람은 괜찮은데 모임을 통해서만 만나는 사람들은 잘 안 만나게 되니까 점점 안부 묻는 횟수도 줄어들고 잘 지내겠거니 하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다시 만나면 좋겠지만 그런 면에서 인간 관계가 소원해진 것 같아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면 바뀐 일상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해야 다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지 그런 방법이나 제안이 있으신가요?
수연: 계획적으로 잘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마냥 시간이 흘러가니까요. 예전과는 생활리듬이 달라졌잖아요. 특히 엄마들의 시간은 더 조각조각 흩어지기 쉬워서 모아 지는 시간을 만들기가 힘들어요. 책을 보기도 그렇고 본인의 취미생활을 하기도 그렇고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없기 때문에 틈새시간들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뭘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틈새시간들을 잘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은아: 코로나-19에 대해서 너무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방역의 방향도 예방보다는 사회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도 코로나-19의 두려움에 벗어나서 어떻게 하면 본인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또 저는 개인적인 SNS 활동을 통해서 저의 소식을 알리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들 소식도 알게 되고요. 이거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강섭: 정릉도서관에서는 독서회와 같은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와해되지 않기 위해 올 한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습니다. <랜선 커뮤니티 만들기>와 같이 비대면 모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워크숍도 진행했었고요, 참여자 분들의 열기로 후속 스터디모임도 운영했습니다. 이어서 정릉도서관 독서회 단위로도 온라인 독서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일단 한번 해보자!'를 목표로 다양하게 지원을 해드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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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정 :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정릉사전 (정릉도서관 외, 2017) * 정릉도서관에서 열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