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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청년활동가 김다미
※ 인터뷰 일자: 2020.11.03.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릉시장 슬로카페달팽이를 운영하고 있는 최영미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한 1년, 어떠셨나요?
슬로푸드나 슬로라이프 실천에 있어서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집중을 더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서울시민음식독서학교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아진 상황 때문에 좋은 사람도 많이 오게 되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이 많아져서, 또는 해외에 나가려다가 못 가서 머물고 있으면서 신청하기도 했다고 해요. 슬로라이프가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제공은 되었지만 제 삶에 있어서는 크게 바뀐 것은 없어요. 평소에도 집 바깥을 잘 나가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또 좋아해요. 최근에는 활동가로서 친환경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어요. 직접 가르치면서 내가 생각했던 기준과 그들의 기준을 맞춰가면서 시작을 잘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함께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전과 같은 가치를 가질까요?
사실 상반기에는 일이 많이 줄었어요, 카페 외에도 다른 일을 많이 하거든요. 자연스레 시간이 생기고 카페에 자주 머물면서 마을사람들과 자주 보게 되고 자주 밥도 해먹다보니까 그들과 더욱 본질적인 고민을 나누게 되었어요. ‘코로나시대에 마을에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버들치마을’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친환경 활동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죠. 아이스팩을 모아서 필요한 상인이나 업체에 나눠주는 프로젝트나 친환경황마수세미를 나눠주거나 하는 실질적인 행동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담은 ‘버들치마을 안내서 <B.Story>'라는 책도 만들게 되었어요. 우리가 꿈꾸던 일이 결국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나온 새로운 마을 프로젝트의 시작이에요. 정릉에 오랜 시간 동안 살고 있는 분들과 더 많은 작업을 하려고 해요. 슬로카페달팽이도 정릉에 있고 하니까요.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지요. 바뀐 일상에서 모두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월든 : 숲에서의 일 년>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인데, 우리는 ‘의도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스스로 삶을 이끌어갈 필요가 있어요. 또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다양한 경험의 기회로 삼아보길 바라요. 나 스스로 선택하며 끌어가는 삶인지, 끌려가는 삶인지. 광고를 보고 끌려가지는 않는지 등등의 고민을 해야 해요. 누군가 TV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어지고 결국엔 물을 끓이게 되는 현상이 생기죠. 그게 과연 나의 선택이었을까? 나의 취향일까? 생각을 해봐야 해요. 또 사회에서는 나의 취향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을 주고 있는지, 나는 그 속에서 자유로운지를 의심해야 해요. 저는 최근에 '진정한 자유‘ 무엇인가 갱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진정한 자유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에 공감하게 되었어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 사회적 통제나 미디어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실현하는 거죠. 결국 우리는 자유롭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죠. 현 상황도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마스크 등에 대해 공부를 하면 불안한 마음보다는 좀더 편한 마음으로 사회적 규제를 따르게 될 거예요.
요즘 코로나 시대를 주제로 해서 좋은 음식이라는 관점에서 슬로푸드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제가 슬로푸드 운동을 하는 사람이니 (알고 싶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좋은 먹거리, 친환경 먹거리를 팔고 싶다 등의 말을 해요. 다양한 연령층, 계층의 사람이 오는데 찾아와주시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변하고 싶은 건가? 이걸 기회로 돈을 벌려는 건가? 코로나시대에 인터넷쇼핑몰 중 먹거리만 잘된다고 하잖아요. 합리적 의심이 들죠.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현대의학도 그렇고 항상 증상에 대한 처치만 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좀 더 원론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많아진 주제가 있다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했어요. 제가 원래 있던 커뮤니티는 코로나19 때문에 잘 모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대신 정릉지역에 6명 정도가 모여서 환경커뮤니티를 시작했어요. 배달이나 편리함으로 인해서 코로나 시기에 더더욱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배달을 시키지 않고 직접 가서 가져오거나, 용기를 갖고 가서 담아오는 등의 실험을 해봤어요. 불편은 잠시일 뿐이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편하게 살아야 편한 걸까요? 그동안 편리함을 쫓다가 우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또 한편으로는 어떤 시스템으로, 누구가 돈을 벌게 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고 좀 더 선한 영향을 미치는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코로나19가 기회가 돼서 앞으로를 설계한다고 하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삶이다 보니 ‘흘러가는 대로 살자’가 저의 모토예요. 결국 그 흐름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제가 끌고 가야 하죠,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고 사는 것은 힘들어요. 온라인이나 이런 방식을 쓰는 것은 확장성의 문제이지, 온라인 시스템만으로 어떻게 살아요. 줌으로 회의나 강의를 하고 나서 화면을 껐을 때 허탈함을 항상 느껴요. 늘 마지막 말은 ‘우리 곧 만나요’예요. 그동안 코로나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럴 때마다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까요? 소신은 흔들리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 소신이라는 것은 나 스스로 정해야 하는 것이고, 앞서 이야기했듯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다면 충분히 흘러가는대로 살 수 있습니다. 저의 소신은 ‘Good(좋고), Clean(깨끗하고), Fair(공정한) 선택을 하며 산다’입니다. 슬로푸드 철학을 대표하는 캐치플레이즈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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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숲에서의 일 년 숲에서의 일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