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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정릉도서관 최강섭, 동덕여대 사회봉사자 황정원
※ 인터뷰 일자: 2020.10.30.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성북구를 거점으로 캘리그라피, 서예 등을 주제로 한 예술, 문화 강의 활동과 정릉도서관 캘리그라피 동아리 '휴캘리' 멘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선생님께 2020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새롭게 시작하는 해라고 생각해요. 그냥 ‘왜 이러지?’ ‘왜 이런 상황이 왔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걱정보다는 조금 깊이 생각하고 ‘아 이 상황을 어떻게 잘,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기계를 다루는데 많이 어려움이 있는데 그 전에 외부에서 어떤 제의가 들어와도 기계를 이용해서 하는 일 같은 경우에는 거부감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촬영, 인터뷰, 유튜브 등. 예전에는 대부분 거절을 했는데 이것을 “못 해요”라고 계속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부딪혀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거절했던 일들이 완성이 되니까 되게 뿌듯하더라구요. 시작은 겁이 많이 났지만 즐거웠던 경험으로 남았어요.
아~ 그래서 새롭게 느껴지는 해 라고 하셨구나! 저도 느껴지는 게 저희가 4월에 선생님 뵈었을 때 이야기한 것을 돌이켜보면 그 당시 선생님은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시간을 겪으면서 마음이 바뀌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4월보다는)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을 하고 여러 도전을 하고 계시지만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겪는 동안 개인적으로 결핍이 느껴졌던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서로 만남에 대해서 거부를 하고 만나면 피하게 되는 상황들이 어색했어요. 그러나 이런 상황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면을 피하기 보다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꼭 대면이 아니더라고 우리가 좋았던 경험들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예를 들면 전화로 안부 묻기 같은...
제가 나이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험은 처음이에요. 또 제가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아는 분들에 대한 수업은 이미 그 사람들의 얼굴을 알고 있고 마스크를 썼을 뿐 그 사람들의 행동(행위)는 다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고 만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목소리만 알지 아직도 얼굴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길에서 뵈어도 말을 나누지 않는 이상 서로 모를 것 같아요. 그게 아직도 되게 답답해요. 수업이라는 것이 아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과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수강생들과 쉽게 친해지지를 못 해요. 만나면 눈만 보이고 만남 후에도 바로 헤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때에는 수업하는 곳에서 중간에 간식을 챙겨주셨었는데 먹을 때는 마스크를 잠깐 벗어야 하니까 그때 잠깐이라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죠. 그런데 요새는 간식도 못 먹게 하니까 얼굴을 볼 수조차 없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간식을 먹거나 하는, 이러한 일상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는데 그 당연한 일상들이 얼마나 고마웠던 것인지 다시금 느껴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을 보내던 중 동네에서 겪거나 본 것 중에 기억에 남은 게 있으신가요?
사람들을 거의 못 만나다가 우연히 만나면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아요. 반가움이 배가 된다. 그 전에 더 자주 만나고 많이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돌아다니는 것은 덜 하다 보니까 길에서 만나면 서로 더 반가운 것 같아요.
이전에 우리가 ‘함께하는 것’에 각자가 부여했던 의미와 가치와 의미가 있었을텐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저로서는 그 가치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부분도 삶의 경험치와 세대별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질문을 드려요.
전에는 만남을 통해 수업을 하고 행사를 한다든지 많은 사람과 교류를 했는데 상황이 바뀌다보니까 이러한 교류가 멀어진 느낌은 있어요. 특히 정릉 같은 경우에는 끈끈한 이웃 정이 있잖아요. 정릉은 서울이면서도 시골같은 따뜻한 동네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만남의 횟수가 적어지고 행사들도 개최하지 않다 보니까 빨리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예전엔 몰랐던, 그저 당연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을 다시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성북구 혹은 정릉에 살아서 다행이다라고 느껴졌던 순간이나 기억이 있을까요?
성북구가 뉴스에 자주 등장을 하는데 제가 수업하는 곳에 계신 어머니들이 성북구에 사시는 분들이에요. 들은 이야기로는 자식들이 성북구에 오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부모님 보러 오기 창피하다고 오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그런 상황도 있는데 이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우리 마을이 항상 어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서로 잘 보듬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을 보시면 많이 안타까우셨을 것 같아요.) 네, 그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못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우리가 어디를 돌아다니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코로나 이후에 자주갔던 거점이나 장소가 있으신가요?
전 산에 많이 올라갔어요. 저희 집 바로 뒤에(봉국사 뒤쪽, 국악중 근처)있는 산에 간다. 그곳에 개울도 있고 오리도 많고 되게 좋은데 가끔 차 타고 어디 멀리 못 가면 뒷산에 올라갔다 오면 1시간 20분 정도 걸려요. 가면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구요.
바뀐 일상에서 다 같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부분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신 것이 있으신가요?
결국은 본인들이 잘 하는 것들이 있듯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지켜가면서 다시 만났을 때 파이팅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늘어지고 처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지키고 가꿔가고 있을 때 만나서 서로 반가워서 자신감이 넘쳤으면 좋겠어요. 이 시기에 각자 맡은 바를 잘 하고 자기의 능력을 키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이후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주제나 분야가 있으신가요?
정릉이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 아니고 주택들이 어우러져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많아요. 저희 집 건너편에 보면 어르신들이 산책도 많이 하시고 삼삼오오 모여서 자주 노시는데 정릉천 주위를 깨끗하게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길음뉴타운 같은 아파트 단지들은 각자 청소를 열심히 하셔서 깨끗한데 여기는 어질러져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정릉천별동대라는 모임도 있지요. 전에도 느낀 부분이지만 동네가 조금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인터뷰 진행에 동덕여대 사회봉사 친구가 함께해주었어요. 함께 하시면서 어땠나요?
(황정원)저는 정릉이라는 동네가 고등학교 때 이 근처에서 학원을 다녀서 자주 왔다갔다 했어요. 제가 사는 제기동이랑 거리는 가까운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어요. 물론 제가 제 동네에서 이런 활동을 안 해서 이런 만남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두 분이서 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마을 축제 같은 것도 자주 하시고 동네 주민분들끼리 만남도 갖는다고 하셔서 정릉이라는 동네가 되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워 보였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활동들이 이루어지는지 관심이 생깁니다. 동화 속에 있는 마을 같고 인터뷰하시는 거 들으면서 굉장히 색달랐습니다.
정릉이 이웃 간에 더 끈끈한 정이 있기는 해요.
정릉이라는 동네 자체가 작기도 하고 복작복작해서 더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도 지혜롭게 잘 살아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