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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청년활동가 김다미
※ 인터뷰 일자: 2020.11.02.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희 : 정릉2동주민이면서 책방도 운영하고 주로는 마을온예술이라는 문화예술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정훈 : 호박이넝쿨책 주인장이고, 운영을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코로나-19 여파를 맞아서 흐지부지 하고 있습니다. 걱정이네요.
코로나-19와 함께 한 1년, 어떠셨나요?
가희 : 코로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해야 하는 일들은 진행을 한 것 같아요. 문화예술 교육을 하고 있으니까 하긴 하되, 방식이 온라인으로 전환이 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더 피곤해 하고 더 준비 과정에 공이 많이 들어가고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던 것 같아요. 다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갈증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공연 같은 경우에는 관객이 없다보니 피드백도 없고 느낌도 없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던 것 같아요. 다행히 1단계로 떨어졌을 때는 공연도 진행을 할 수 있었고 더 감사했어요. 책방 같은 경우에는 위험하다 싶을 때는 자제했지만, 워낙 소규모로 진행되는 곳이어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8월 이후에는 위축이 되긴 했어요. 그래도 공공기관에 비해서는 소수로 모이는 것은 가능해서 그나마 조금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어요. 올해보다도 내년이 어떻게 될지 고민이 돼요.
정훈 : 호박이넝쿨책이 예년에 비하면 매주 놀지 못했던 게 올해인 것 같아요. 줌으로도 놀아보면서 안 해본 것에 대해 신나했던 적도 있긴 해요. 그러면서 올해 한가하게 보내나 싶었던 게 오히려 새로운 시도들로 채워졌어요. 유튜브에 라디오 극장을 올린다던지 안 해본 걸 하니까 너무 버겁고 힘들었어요. 원래 올해는 계획이 라디오 극장에서 대본 연습해서 코로나 나오기 전에 공연했던 것처럼 창작극 공연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다 같이 모일 엄두가 안 나고 하면서 라디오만 올렸어요. 예전에는 동네에 호박이넝쿨책을 알리는 것에 집중했어요. 올해도 성북 책모꼬지나 정릉더하기축제 정도의 활동만을 예상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기후위기에 관련된 공론장도 열어보고 그런 모임도 만들어가면서 단지 동네에 우리를 알리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가 우리의 역할을 찾는 것에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에 ‘함께 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전과 같은 가치를 가질까요?
가희 : 형식적으로 보면 큰 행사를 지향했다면 지금은 소규모로 바뀌면서 동네에서의 돌봄이나 이런 형태에 대한 고민을 학교나 큰 곳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돌보는 것이 더 필요하고 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학교가고 했는데, 지금은 대규모로 가는 게 부담되고 하니까 주변에서 소규모로 하면 좋겠다는 시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전부터 소규모로 몇 명씩 동네에서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자유롭게 돌아가면서 가보는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되면서 생기고 있지 않나 싶어요.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지요. 바뀐 일상에서 모두 함께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정훈 : 저는 코로나19로 인해서 평소에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찌 보면 강제로 휴식을 줬다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히키코모리 같은 친구들이나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이 나는 게 경쟁사회에서 점점 밀리고 위축이 되다보니 자꾸 숨게 되잖아요.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된다거나 쉬는 날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안도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놀고 있으니까 집에서 움츠려 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다들 놀 때 나도 뭔가 준비 해야겠다 용기를 얻을 수도 있어서 긍정적이라 생각을 하는데 또 그 와중에 방역전선에서 병원에서 이런 상황과는 무관하게 힘들게 일하고 있으실 분들을 생각하면 함부로 이런 이야기를 못하죠. 이런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가희 : 저희가 <정릉야책>이라는 잡지를 내고 있는데, 나오면 항상 출간기념일 파티를 해요. 올해는 더 크게 공연도 올리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하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가장 시기가 안 좋을 때 나왔어요. 계획대로 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정훈 : 저도 출간기념일이 아쉬워요. 올해가 더 특별했던 게 원래는 야책에 원고를 갖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기존에 호박이넝쿨책을 이용하는 사람들 위주였어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는 우리 책방에 자주 오는 사람들 말고도 동네사람들 글이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출간기념일도 올해부터는 ‘동네 작가의 모임’ 컨셉으로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까지 못 모이겠더라고요. 그 부분이 안타까웠어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낭독모임도 공연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창작극을 올리기 위해서 대본 집필을 열심히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될 것 같으니까 안 써지고 그러더라고요. 못할 것 같으니까 의무감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아요. 저를 비롯해서 낭독모임 사람들은 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아쉽기도 하고요.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동안, ‘정릉에 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것이 있나요?
정훈 : 정릉에서 몇 년간 활동하다보니 이전에 살던 동네와는 다르게 인근에 있는 동네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일이 아니면 딱히, 특히 아파트에 살 때에는 누가 사는지는 알지만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옆집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릉에서 살면서는 많은 사람을 알게 되니까 집에 고립되어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잠깐만 보자고 하면 금방 모이는 게 신기하고 그런 면에서 든든함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예전에 비하면 집에 있는 시간은 많죠. 그렇지만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었다면 일 할 때 말고 만나는 사람이 없고 특히 동네사람도 많이 몰라서 괴로웠을 것 같아요. 여기는 주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동네사람이어서 잠깐이라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요. 이게 코로나를 이기게 하는 힘이기도 해요.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많아진 주제가 있다면?
정훈 : 기후위기에 관련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원래 예전부터도 자원이 낭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어요. 나만 많이 쓰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아예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자제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활태도가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환경과도 연결이 되는 그런 정도로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인류가 버틸 수 있는 온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렇지...’정도로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위기를 느꼈어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얼마 전에는 약국하시는 분이 오셨는데 비닐은 이제는 돈 주고 사야하니까 손님들이 많이 싫어한데요. 그런데 구조적으로 해야 하니까 하게 된다는 거죠. 누군가 정해놓지 않으면 끊임없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이면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또 아까 말했던 히키코모리 같은 분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비슷한 상황에 있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그들도 이 계기를 통해서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희 : 마을 교육에 대해서 더 현실적으로 시작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제가 있는 조합은 5~6년 정도 하고는 있는데 대부분이 학교하고 연계된 활동을 하다 보니 마을 안에서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꼭 조합이 아니더라고, 마을 안에서 공방이나 책방이 있으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같이 키우고 그러면 아이들이 갈 곳도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놀이터나 그런 공간도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정도부터 갈 수 있으니까 아동이랑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요. 아이들이 마을 곳곳에 가서 소소하게나마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정훈 : 옛날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은 진작 포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생존의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작게 꿈을 꾸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살면서 잘 놀다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 상황에서 나의 역할이 무엇일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실어보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책을 보더라도 그런 목적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얼마나 힘이 될 진 모르겠지만 책 읽는 힘을 그렇게 써봐야겠다고 생각해요.
가희 : 그동안 마을에서 활동한 게 5~6년 된 것 같은데,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보고 방향설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활동에 집중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내가 잘 못하는 일은 내려놓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걸로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정리될지는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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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tory : 정릉천생활권의 새 이름, 버들치 마을 (마을인시장사회적협동조합, 2020) "당신이 만나보아야 할 '버들치마을' 사람들"
*정릉도서관에서 열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