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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진행: 정릉도서관 최강섭
※ 인터뷰 일자: 2020.10.31.
코로나19와 함께 한 1년, 어떠셨나요?
우선 가장 첫 번째 키워드는 건강이에요. 제가 올해 많이 아팠어요. 코로나 때문에도 고립되거나 단절되거나 집안에 머물러야 되는게 있었는데 거기에 덧붙여서 다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다 나을 때쯤에는 손이 안 좋아져서 진정한 고립과 무력, 뭔가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거의 반 년정도 지내게 된 것 같아요. 근데 그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 그건은 아니에요. 되게 많은 것들을 만들고 하고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돌아보니까 재미있는 한 해였어요. 그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 했던 것을 많이 하게 됐는데, 우물가를 구경하다가 우물에 푹 빠진 것 같은 딱 그 이미지거든요. 그 우물에 내려가 봤더니 되게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네!'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결국은 고립되어있고 연결이 많이 끊어지니까 조용히 머물러야 했었기 때문에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코로나 상황과 별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1월쯤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오픈을 했어요. 정말 열심히 썼거든요. 또 7월까지 많은 그림을 그렸어요. 시간이 많아지니까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릴 수 있었고 숨겨져 있던 자아도 드러났죠. 그런 작업을 하다 보니까 올해 하나 완성을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손이 아파서 완성까지는 못 했어요. 대신에 그림 그리는 동아리가 있거든요. 예전에 그림책 만들던 동아리였는데 그 선생님들이랑 열심히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전시회도 했어요. 그게 기분이 되게 좋았던 점이 강북정보도서관에서 리모델링을 하면서 전시회를 했는데 저희가 그린 그림들을 크게 출력하셔서 도서관에 걸어주셨거든요. 아팠지만 소소하게 그런 것들 했고요, 친구가 인스타그램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도 배우고 같이 해보는거죠. 혼자서는 못 하는데 항상 같이 하는 그룹들이 있으니까 거기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받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쪽으로 활동을 확장하셨는데 또 어떤 경험들을 하셨었나요?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니까 모르던 사람들을 되게 많이 알게 되었어요. 책도 쓰시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도 계신 김여정 작가님도 그림책 '덕후'시더라고요. 강연, 방송 등을 통해 그림책을 굉장히 많이 소개해 주시는데 어떻게 하다가 SNS 이웃이 되었어요. 이 분이 온라인으로 독서토론회를 하셔서 참여해봤는데 작가를 직접 초청하세요. 김동식 작가 같은 경우는 신간이 나오고 함께 했어요. 너무 신선하잖아요! 카카오톡으로 하는 토론이긴 해도 작가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답변이 직접 생생하게 오고 가고...
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입니다>를 쓰신 김민석 작가님은 글을 메일링 서비스로 볼 수 있게 해줘요. 저는 이전에 이슬아 작가의 <심신단련>을 보면서 '요즘은 이렇게 해서 글을 파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김민석 작가님이 말하자만 그런 플랫폼을 만드셨더라고요. 그래서 재밌는게 카트에 담듯이 분야별로 자기가 원하는 작가를 살 수도 있고,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해서 글을 받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매일 글이 이메일로 오더라고요. 그 분이 주로 작가들을 섭외하시면 온라인 상으로 토론회도 하는데 되게 재미있는 체험이었어요.
정릉 또는 성북구 안에서 경험하셨던 것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이나 순간 혹은 장면이 있으신가요?
사실은 올해는 지역 오프라인 모임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정릉이나 성북지역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있었어요. 우선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손 쓰는게 불편하다 보니 직접 나서서하는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 했지만, 그 대신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 활동을 새롭게 시작했어요. 저는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잘 맞았어요.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 아동분과에서 활동했는데) 놀이와 독서 활동을 결합한 책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해보는게 재밌더라고요. 사실은 제가 지난 3년동안은 지역에 나가 너무 다양한 것들을 해보다보니 작년 쯤에는 많이 지쳤어요. 그래서 많이 정리하고 내가 앞으로 쭉 끌고 나가는 것들을 지키면서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에 하던 독서회랑 글쓰기 모임 이런 것들 많이 정리하고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를 시작한건데 다치는 바람에 활동을 많이 못 했고,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한 책 모임 자체도 예정보다는 많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코로나19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결핍을 느끼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나요?
우선은 참여하고 있는 놀이활동가 모임에서 마을사업 예산을 땄었는데 활동하고 있던 작은도서관이 문을 닫아서 하지 못했어요. 정릉도서관에서 진행하던 콩콩놀이터도 같은 이유로 못하게 됐죠. 이런 상황에서 연초에 '활동하던 공간이 언제 열릴 지 모르고 위험도 있으니 올해 활동은 쉬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지금 저는 놀이하는사람들 성북지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성북구에서 해마다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놀이활동가 교육을 진행하는데 교육을 들은 사람들 끼리 작년에 만든 모임이에요.
코로나19 영향으로 놀이시장 자체가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잖아요. 아이들이 모일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 놀이하는사람들은 전국적인 모임이니까 여기서는 놀이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를 볼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선생님들이 **줌(ZOOM)으로 모여서 놀이 방법 같은 것들을 시연하고 같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서울시 조례도 만들고 놀이터 활동가도 양성하고 온라인 상으로 캠페인도 하고... 물론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들은 많이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방과후나 키움센터 같은 곳에서 수요가 있어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1시간은 놀이 수업하시고 1시간은 줌으로 하신대요.
저는 개인적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으면 지역의 경계가 흐려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다 보면 당연히 접근성이 높아지고 그 안에서 담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훨씬 확대가 되지요.
맞아요. 공간제약이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 그림동아리도 사실 강북구의 선생님들이랑 하는 데 줌을 통해서 만나고 온라인 전시회도 해요. 넘나드는 관계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활동을 하면서 힘들고 우울한 적도 종종 있었는데 그걸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림그리는 작업과 줌으로 하는 독서 토론이었어요. 줌으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직접 만나서 소통을 하지 못해서 답답한 부분이 있는데 우선 저처럼 몸이 좋지 않은 사람도 혹은 외출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줌으로 독서 토론을 하면 일반 독서토론과 달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집중도나 말 전달의 선명도가 더 높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활동들이 더 생생하게 남아요. 단점도 많지만 해보니까 장점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에서도 올해의 어린이 한 책 관련해서 무슨 활동을 할지 논의할 때 저는 논제문을 만들고 그 책에 대해서 아이들과 심도있게 이야기해보는 온라인 토론회를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만나서 만들기를 하거나 동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하기도 하고 제가 줌으로 활동을 해보니까 장점들도 있어서 우리도 이런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건의하고 싶더라고요.
지금 시대에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저는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사람마다 그 가치에대해 판단하는 것은 다르지만 같이한다 혹은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 그 전과 지금 이 상황에서 동일한 가치 혹은 의미를 가지는지 선생님 생각을 알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몸이 아프니까 그 가치나 의미가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하는 여러 모임들이 없었다면 되게 힘들고 외롭고 우울해졌을 것 같아요. 모임을 가지면서도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고 지나고 보면 쌓인 것들도 많고 또 계속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오프라인에서도 만남을 갖기도 하면서 이런 관계들이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서 의지가 되고... 때문에 그 가치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또 올해는 여러 가지를 하는 것 말고 한 가지를 깊이 있게 천천히, 머물러 보면서 얻어 가는 것들이 많았어요. 코로나 전의 상황이었다면 주로 밖을 봤을텐데 그런 활동들이 잠시 중단되고 멈추니까 밖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 있어야지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오히려 나를 집중하면서 상황 상 고립되어있지만 온라인이든 새로운 방식의 모임을 통해서 관계 맺기가 가능했고 그 안에서 이것 역시도 가치 있음을 알게되신거네요. 방법은 달라졌지만 같이 한다는 것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셨네요.)
코로나19 이후 자주 찾게 된 곳이 있나요?
온라인 서점이요. 도서관에서 책을 열심히 공급해주시는 혹은 대출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만 코로나로 책을 빌려보기 전보다 어렵게 됐으니 어쩔 수 없이 많이 책을 사다 보니까 온라인 시장에서 새롭게 뜨는 책들을 많이 보고 신간 도서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게되어서 신간 도서를 많이 읽었어요. 책에 대한 접근도 달라졌어요. 항상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위주여서 평소에는 신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는데 올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빌리기는 어렵고 새로운 시장의 책들을 많이 보게 되니까 신간을 많이 사기도 하고 많이 봤어요.
코로나로 바뀐 일상은 우리 모두가 경험을 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좋아진 부분이 있고 이게 위기로 온 부분이 있을거에요. 위기의 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어떤 부분을 대비해야 위기를 잘 겪어나갈 수 있을지 선생님 의견이 궁금해요.
사실 저는 고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여가시간을 다양한 활동과 사람들로 재미있게 채워나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자기 생활이 크게 흔들리는 이웃들도 있겠죠. 코로나19가 우리의 시야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랜선에서 만난다고 하면 내 기호에 맞고 내 취향에 맞는 것만 보고 있는거잖아요. 하루 종일 그게 아닌 것에 대해서는 더 무관심해지고 더 무지해지는 것 같아요. 그 시야 밖에서 펼쳐지는 나머지의 어려움은 외면 받기 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40대 이후의 사람들은 익숙한 틀이 아니면 채택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 변화를 어려워해요. 계속 적응하면서 변해가는 것을 위기라고 생각해요. 그 시야의 밖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은 더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보는 것들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은 그것 조차도 어려운 거니까. 제 생각에는 많은 분들이 생계가 어려워진 것으로부터 오는 답답함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을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명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마을 주민들과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좋지만 거동이 불편하시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목소리도 수집해 놓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복지관에 보면 독거 어르신들 일주일에 한 번 생활 관리해주시는 선생들님이 이런 상황에 가장 가까이 있으니까 그 분들과 인터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올해 흐름의 내년까지는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더 관심이 갖게 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그 부분은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들었는데 저는 창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간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안전한 공간의 제공. 물론 자연환경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그건 너무 일반적인 것 같아요. 공공공간의 중요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책추진단 운영위원회: 민을 대표하여 관과 함께 성북구 한 책 읽기 독서운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체입니다. 세대별 독서운동 추진을 위한 분과활동을 합니다.
**줌(ZOOM) : 화상채팅 서비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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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야책 : 정릉 마을 잡지. 5호 (호박이넝쿨덩쿨 편집위원회, 호박이넝쿨덩쿨,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