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오프닝
[BLIND] 오프닝
처음 맞았을 땐 분명 아팠던 것 같다.
아팠던 것 같다기엔, 아픈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서 '아프다'라고 발음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점점 희미해진다.
그래도 약물 냄새 틈에서 희미하게 기억나는 게 있다.
잿더미 속에서 지어진 이름.
"너는 꼭 성공해야 해, 애쉬"
흐릿한 기억 너머 목소리들이 맴돌았다.
그들은 하나둘 재가 되었고, 나는 잿더미 속에서 살아 남았다.
"이래가지고는 다 쓰러져가는 비개조인도 못 이기겠군."
나는 그런 것쯤은 아무 상관 없었다. 누군가 내 머리를 발로 찼고, 머리가 윙윙 울렸고,
언젠가 '아프다'고 발음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지금은 고통 없이 머릿속 부품 하나가 잘못된 듯이 끊임없이 진동소리만 나고 있었다.
모두가 위 잉 위 잉 진동하고 있었다.
"저 애 센터로 불러내지."
누군가 오고 있다.
(스토리텔러 : 오수민)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오수민에게 있습니다. (ⓒ 오수민,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