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폐창고
[BLIND] 폐창고
겨우 숨을 고른다.
디오로나는 급박한 상황에도 줄곧 평온했지만, 축축한 손을 쥐었다 펴고 있었다.
애쉬는 식은 금속 같은 손가락의 감촉을 떠올렸다.
"당신이 일부러 져 준 걸 알고 있어."
디오로나는 말이 없다.
"그때 왜 웃었던 거지? 무슨 의미였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데이터 상에서 그런 건 안 나오나? 그냥 마음이 그랬다고 해 두지."
애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디오로나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개조 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이름밖에 기억 안 나."
"이름이 뭔데?"
"내 이름은,"
정적이 화염 속 잿더미처럼 밀려온다.
먼지처럼 뿌옇게 가라앉고 있었다.
(스토리텔러 : 오수민)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오수민에게 있습니다. (ⓒ 오수민,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