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 미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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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매일 반복되었다.
뇌에 신호를 주입할 때마다 어떤 잔상이 떠오른다.
그러나 잔상에서 그치고, 곧 뿌옇게 흐려진다.
기억을 잃은 게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차트를 넘기며 연구원이 물었다.
"어디까지 기억하나?"
“…모르겠습니다.”
연구원의 목소리는 다 식은 금속처럼 차갑다.
“그게 정상이야. 효율적이군."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처음 몇 번의 경기는 무난했다.
나는 주입된 체스 공식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수를 두었다.
그러나 디오로나의 수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평온했다. 눈을 감고 있지만 손끝은 정확했다.
”미안합니다.“
연구원들의 탄식과 바쁘게 넘어가는 차트.
디오로나는 나를 지나쳐 걸었다.
한 연구원이 들고 있던 펜을 내게 집어 던졌다.
디오로나는 계속 걸었고, 나는 어쩐지 끝나지 않는 실험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스토리텔러 : 오수민)
본 저작물의 모든 권리는 오수민에게 있습니다. (ⓒ 오수민,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