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Portraits는 휴먼스케일의 행성을 통해 인간과 행성이 공존하는 허구의 공간을 조성하는 인스톨레이션 작업이다. 작품은 특수 물질을 통해 실제 행성과 유사한 대기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미묘한 환경 변화를 읽어내는 유체의 민감한 반응성은 유체 컨테이너와 공간의 변화를 대기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반영한다. 관객은 물리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허구의 대기에 실제 행성 대기의 변화를 투영하며, 초월적 관점에서 휴먼스케일의 행성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실제 행성에 대한 사변적 상상에 몰입한다.
작가는 행동하는 물질로 물리적 오브제를 제작함으로써 인간과 사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본 작업에서는 동일한 원리로 발생하는 지구적 스케일의 물질적 현상을 휴먼스케일로 압축함으로써 관객에게 대기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환경과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유체와 이를 활용해 제작된 사물은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고, 인간, 사물, 자연의 관계를 물질적 흔적을 통해 매개한다.
반구 형태의 오브제는 유체 흐름을 시각화하는 물질로 가득 차있다. 이는 실제 행성과 유사한 구조와 작동 방식에 의해 대기 순환을 만들어낸다. 반구는 태풍, 난기류와 같은 대기 움직임을 통해 패턴을 형성하며, 이는 크기, 자전 속도, 온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각 행성이 가진 서로 다른 조건은 고유한 대기 패턴을 유도한다. 행성의 표면은 소리로 변환됨으로써 고유한 외모에 이어 목소리를 드러낸다. 변환된 각 행성의 소리가 한 데 모이고, 영상과 음악 아카이브는 움직임을 타임랩스로 압축했다가 본래의 스케일로 확장하면서 행위자로서의 행성의 특징을 다각도로 제시한다.
이 사변적 무대에서 관객은 소품으로서의 행성과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 유체의 민감한 성질은 컨테이너로서의 반구의 조건 뿐만 아니라 외부 요인을 기민하게 읽어낸다. 행성의 대기 움직임은 관객의 움직임과 온도 변화 등에 의한 공간의 미세한 대류 현상은 지속적으로 영향 받는다. 따라서 관객은 인간보다 작고 생동하는 행성이 존재하는 허구적 연극에 물리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물이 형성하는 사변적 맥락에 참여한다.
관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행성의 대기 패턴을 관찰하며 낯설지만 익숙한 감각을 획득한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자연 현상 속에서 스스로를 행성의 표면에 위치시킨다. 행성 밖에서 바라보는 동시에 행성 내부를 감각하며, 이를 지구 내부에서 지각하는 피드백 루프를 경험한다. 나아가 물리적 형상과 현상, 음향화, 층을 쌓는 소리 등 행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매체는 관객으로 하여금 초상(portrait)이 드러내는 행성의 여정을 다양한 레벨에서 이해하도록 초대한다. 궁극적으로 본 작품은 관객이 행위자로서의 행성을 상상하고 행성, 즉 자연과의 소통을 사변하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