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젠더정책과제
제21대 대선 젠더정책과제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보장
1
젠더폭력 관련 법ㆍ제도 개선
1.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형법」개정
현황 및 문제점
○ 2022년 4,765건 강간상담 통계를 보면(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명시적 폭행 협박이 없는 경우가 62.5%에 달한다. 직장 내, 친밀한 관계, 청소년, 온라인 관계 등 사회적인 취약성 구조가 원인임에도,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며, ‘피해자의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여성의 ‘정조’가 법익이던 과거 법체계로, 피해자를 심문하는 구조 또한 여전하다.
○ 202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 대한 최협의설을 폐기했다. 대법원은 본 전합판결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였다. 즉,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하였다. 또한 보충의견에서는 입법과제로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2023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로 모든 형태의 강간을 협박이나 폭력이 아닌 동의부재라는 측면에서 정의할 것을 권고했다. 202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9차 최종견해로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부부강간을 포함한 모든 강압적 상황을 고려하여 합의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성적 행위를 포괄하는, 적극적이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의 결여를 기반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형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해왔다. 이는 2년 이내 특별보고가 필요한 권고로 제시됐다.
○ 2023년 일본은 형법개정을 통해 기존 강간죄를 ‘부동의성교죄’로 변경하고, 동의 의사를 형성, 완수, 표명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하거나 편승하여 성교한 경우 8가지를 나열하고, 부부관계와 유사강간을 포함하여 개정했다.
정책과제
○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
∙ 「형법」 제297조 개정
- 강간을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 중심으로 정의
∙ ‘친밀한 관계’ 내 강간 명확히 규정
- 부부강간, 전ㆍ현 애인 및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 에서의 강간을 범죄로 명시
○ ‘동의부재’ 중심 수사ㆍ재판 지침 마련
∙ 준강간, 의제강간, 성매매 현장의 성폭력, 무고죄 역고소 사건 등에서 ‘동의 부재’를 중심으로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 마련
2.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성폭력처벌법」개정
현황 및 문제점
○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강간, 강제추행)은 경찰청 범죄통계에 의하면 2022년 394건 발생했으며,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서는 2022년 전체 상담 중 13%, 2021년에는 15.8%를 차지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 중 친족성폭력 피해자는 13.15%(242명)로, 직장 관계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26.79%) 다음으로 비율이 높았음.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야 피해 상담을 받은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57.36%,74명)이 친족성폭력 피해자일 정도로 신고와 상담은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
○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2011년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간 친족성폭력 피해자 242명 중 38.84%(94명)가 14세 이상이었다. 여전히 10명 중 약 4명꼴로 사건에 공소시효가 적용되고 있다. 또 이들 중 20명(21.27%)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피해 상담을 받았으나, 나머지 74명(74.73%)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상담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혈연가족 중심으로 생애 자원이 편중되어 있는 사회에서 정상가족주의를 깨고 친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가 있었다고 밝히고, 가족 밖으로 나오는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 현행법 상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으나,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신고가 어려운 친족 관계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 배제가 되지 않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 제21대 국회에 법적 안정성, 다른 범죄피해자와의 형평성이 기준이 되어 공소시효 연장 또는 배제에 대한 각기 다른 총 3개의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배제 또는 폐지를 담은 법안이 발의되어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2대 국회에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연장 또는 배제를 담은 법안이 3개 발의되어 있다.
정책과제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 제21조 공소시효 특례에서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포함
3.
성폭력범죄 처벌 확실성 확보 위한 제도 개선
현황 및 문제점
○ 특정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는 엄벌주의는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본권 침해나 위헌소지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 후 특정 장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부터 강조되던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일명 ‘제시카법’), 「치료감호등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하였으며, 여당도 형 집행 종료 후 재범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일정기간 수용하는 일명 ‘보호수용제’법안을 발의했다.
○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는 과도한 성폭력 가해자다움을 양산하여 ‘괴물화된’ 성폭력 가해자를 상정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사회적 감수성을 무디게 만든다. 이는 성폭력 전반에 대한 처벌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보다는, 특정한 가해자만을 선별하여 처벌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 대검찰청 ‘202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1년 성폭력 피의자 31,991명 중 13,740명(42.9%)만이 기소되었으며(살인 기소율 68.8% 강도 66.9%, 방화 53.8%),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심 판결이 내려진 형사사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는 37.5%인데 반해, 성폭력 사건의 경우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비율은 39.1%로 전체 형사사건에 비해 1.6% 높다. 또한 형법상 감경 사유가 없더라도 판사가 범죄에 비해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만으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재량 역시 명확한 기준 없이 적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정책과제
○ ‘보호수용제’ 또는 일명 ‘제시카법’ 도입 반대
○ 「형법」 제53조(정상참작감경)의 무분별한 적용 금지 방안 마련
○ 성범죄 양형기준상 피해자와 관련된 요소를 대등한 양형 요소로 삽입
4.
성폭력 피해자 재판 참여권 확대 및 2차 피해 방지 등 피해자지원제도 개선
현황 및 문제점
○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 (피해자 등의 공판기록 열람 또는 등사)에 대해 개정안이 2025년 3월 18일 공포(9월 19일 시행)되어, ‘피해자 등의 권리구제 또는 제294조의2(피해자 진술권 보장)에 따라 진술권 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송기록의 열람 및 등사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변경됨. 그러나 개정안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허가하여야 한다’ 로 되어 있어 재판장 재량과 해석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음
○ 성폭력 범죄에 대해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심원이 성폭력에 대한 편견이나 ‘강간통념’으로 방어권을 넘어 피해자의 인격권을 훼손하는 공격이 발생한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어서 의견진술권이 제한되어 있으며 피고인의 의견진술에 비해 현저하게 불리한 위치에 있다.
○ 친밀한 관계에서의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등으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보정명령을 받아 주민센터에서 피해자측의 주소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 타 주소지로 전입하였으나 다시 가해자에게 위치가 노출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되었다.
○ 친족 성폭력의 경우, 성본을 부의 성에서 모의 성으로 변경할 수 있으나 모가 가해를 방조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하는 등 가해에 연루된 경우에는, 다른 성본으로 변경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모의 성본으로 변경하더라도 성본 변경 친부 동의를 받아야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이 되면, 피해자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방법은 항고, 재정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경찰 수사 초기에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항고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초기 피해자에게 고소절차에 대한 안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과제
○ 수사ㆍ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참여권 보장
∙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및 조력자의 참여권 적극 확대
∙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피해자 등의 공판기록 열람 또는 등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의 삭제
∙ 성폭력 사건에서 무고죄 연동 시, 여성청소년계로 수사 일원화
○ 성폭력 피해자 성본 변경 제도 개선
∙ 성폭력 피해자가 성본 변경 시 친부 동의서 제출 면제 조항 마련
∙ 친족성폭력 등 특수 사안에서 부모 성본 외 제3의 성본 선택 허용
○ 고소 절차 접근성 강화
∙ 「경찰수사규칙」 제21조 제3항 신설, 피해자 고소장 제출 고지 의무 명문화
○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법적 조치 마련
∙ 「형사소송법」 제299조 개정
- ‘재판장은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는 유죄 또는 무죄의 인정과 무관한 피해자의 성적 이력, 사생활 등 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신문내용을 제한해야 한다’ 조항 신설
- 위반 시 확보된 증언ㆍ증거의 증거능력 제한 규정 신설
5.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실질적 처벌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가정폭력처벌법」전면 개정
현황 및 문제점
○ 2024년 ‘거제 데이트폭력 사망사건’, ‘강남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화성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등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제22대 국회 개원 후 「가정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 별도의 ‘교제폭력’ 입법안이 발의되었지만, 형사처벌 가능한 범죄 행위에 대해 보호처분을 하는 등의 기존 가정폭력처벌법의 문제점을 답습하거나 ‘교제 관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의하는 등 한계를 지니고 있다.
○ 한국 사회에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은 「형법」, 「가정폭력처벌법」, 「성폭력처벌법」, 「스토킹처벌법」 등 개별법에 의해 규율된다. 이 중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제재하는 대표적인 법은 「가정폭력처벌법」(약칭)이다. 그러나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꾼다’는 목적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피해자의 인권 보장보다는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하여 가해자에게 형사처벌 대신 상담 등의 보호처분 등을 통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으며, 반의사불벌규정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이에 이 법의 정의 규정만을 확대하여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문제를 규율하도록 하기에는 이 법이 가진 문제점이 뚜렷하다.
○ 2024년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정폭력 범죄의 경우 신고 건수 대비 검거율이 19.29%에 그쳤다. 또한 가정폭력 범죄 검거 건수 대비 구속률은 단 1.3%에 불과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트폭력(교제폭력)과 스토킹 신고 건수와 검거 건수를 비교 분석했을 때 신고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신고 건수 대비 검거율은 10% 이하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폭행, 협박 범죄의 경우 검거율이 96%에 이르는 것과는 대비된다.
○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 국가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정의 규정에서 기존 전통적인 가족구성원 관계를 넘어서서 다양한 관계를 정의하고 있으며, 호주, 영국의 경우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통제ㆍ강압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한국사회 현실에 맞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책과제
○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
∙ ‘관계 회복’이 아닌 ‘피해자의 인권 보장’의 관점으로 목적조항 개정
∙ 전통적 가족구성원을 넘어선 ‘친밀한 관계’ 개념 정의
∙ 가정폭력을 포함한 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체계 일원화
∙ 신고 단계부터 피해자 신변보호 및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 보장
∙ ‘상담’만으로 가해자 처벌을 대체하거나,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ㆍ보호 여부를 결정하는 조항 삭제
6.
여성혐오범죄 근절과 피해자 권리보장 위한「여성폭력방지기본법」개정
현황 및 문제점
○ 한국여성의전화의 『2023년 분노의게이지: 언론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일면식 없는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인ㆍ살인미수의 피해를 입은 여성은 주변인 포함 총 88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평균 4.14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 ‘여성혐오범죄’는 혐오범죄(hate crime)의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으나 여성혐오(misogyny)는 혐오범죄의 동기로서 혐오(hate)보다 넓은 사회적 규범을 포함한다. 여성이 요구받는 특정한 역할을 거부할 경우 배제되거나 혐오되는 상황, 여성의 몸을 남성이 지배하려는 성차별적 인식 등이 이러한 범죄의 배경이 된다. 실제 일면식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혐오범죄 가해자들은 ‘성폭력 시도’(20명, 22.73%)와 ‘여자라서’(11명 12.50%)이를 범행동기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을 ‘성폭력 할 수 있는 대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성차별적 인식에 기반한 여성혐오범죄가 우리 사회에 심각한 수준으로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 유엔은 여성혐오범죄 개념 모델에서 일면식 없는 사이의 여성혐오범죄는 ➀여성권리를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한 여성에 대한 공격 ➁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에게 모욕적이거나 공격적인 언설을 동반하는 공격 ➂여성단체, 조직에 대한 공격 ④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연쇄적인 공격이나 살인 ⑤여성혐오 단체에 소속된 가해자가 여성을 공격하는 것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2023년 11월 진주시에서는 한 남성이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을 향해 “페미니스트인 여자는 맞아야 한다”며 폭행했고, 같은 해 8월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는 낯선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무차별 폭행하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2024년에는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의 ‘집게손가락’ 모양을 제작했다고 허위 지목된 애니메이터가 온라인상에서 신상공개되고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2013~2021년 사이 발생한 혐오범죄 분석에 따르면, 장애인이나 노인, 동물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오프라인에서만 발생한 반면, 여성혐오범죄는 온ㆍ오프라인 양 공간에서 발생하며 연속성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 등에서 고조된 여성혐오 정서가 사이버공격에서 현실 범죄로 이어지거나 그 반대의 상황을 거치며 복합적인 양상의 테러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경남 사천 또래 고교생 여성혐오 살해사건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여성혐오범죄 유형으로, ‘일면식 없음’의 개념 확장을 요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온라인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일면식이 없던 관계였다.
○ 이러한 ‘친밀하지 않은 사이’의 여성혐오범죄는 사회구조적 성차별이 시공간을 불문하고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 살인 협박과 같은 극단적 폭력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여성혐오범죄를 가해자의 일탈적 행위로 축소하며 여성혐오를 범쥐의 구조적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해자의 정신질환을 주된 원인으로 삼아 문제를 개인화하면서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공적 대응은 부재한 상태다.
○ 현행 법제도는 여성혐오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촘촘하게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2018년에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 기반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이라는 문구로 인해 성차별ㆍ여성혐오로 인한 여성폭력의 현실을 충분히 드러내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2023년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범죄 사건의 피해자에게 의료비를 지원한 상담소는 해당 피해자가 법상 ‘여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의료비 지원을 거부당했다. 또한 사건 목격자이자 피해 여성을 구호한 제3의 피해자 역시 여성폭력 피해자였으나 제도적 지원에서 배제되었다. 여성혐오범죄 대한 현실적 상황을 바탕으로 피해자 정의를 제3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 현행 「형법」 제51조는 양형 조건 중 하나로 ‘범행의 동기’를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범행동기를 주요 양형 요소로 다루고 있다. 양형 가중요소가 되는 ‘비난할만한 동기’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 원한,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로 규정되어 있으나, ‘여성혐오범죄’는 ‘비난할만한 동기’로 간주되지 않으며 양형기준에서 배제되어 있다. 여성혐오범죄를 양형기준에 포함해 실제 판례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 해외의 경우 여성혐오를 혐오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데이터 수집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2024년 극단적 여성혐오범죄를 테러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캐나다는 여성혐오에 기반한 살인을 테러 범죄로 규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페미니시디오(feminicidio)' 개념을 법제화하여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사건을 별도의 특별법으로 다루고 있다. 독일 역시 온라인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통해 여성폭력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다.
정책과제
○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
∙ 여성혐오범죄를 여성폭력으로 정의 확대
∙ 피해자 지원 및 통계 수립의 법적 근거 마련
∙ 피해자 정의를 간접 피해자ㆍ제3의 피해자까지 확대하여 지원 체계 마련
○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개선
∙ 여성혐오범죄 동기를 반영한 양형기준 정비로 처벌 실효성 강화
○ 성차별 문화 및 인식 개선을 위한 국가 책무 강화
∙ 성평등 교육 및 캠페인의 내실화와 지속 운영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
7.
가해자 책임강화와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 위한「스토킹처벌법」개정
현황 및 문제점
○ 스토킹은 여성폭력 범죄로 피해자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여성살해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폭력범죄의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이를 범행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접근’과 ‘도달’ 중심으로 일부만 규정하고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에 피해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자유로운 생활 형성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 전반을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 또한 현행 법률은 스토킹 범죄의 대상을 피해당사자 및 동거인과 가족에만 한정하고, ‘피해자’를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로 인해 당사자와 함께 피해를 입는 사람은 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3년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에서 함께 피해를 입은 주변인의 수는 119명으로 나타났다. 주변인의 상세 유형으로는 비동거 친족이나 데이트 상대자, 친구, 직장 동료 등이 있었다. 스토킹 범죄가 여성살해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스토킹 범죄 발생의 단계에서 피해를 입는 주변인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행법에서 피해자의 범위를 ‘피해자와 생활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사건은 스토킹과 거의 불가분의 관계다. 공권력의 초기 개입과 강력한 행위 제재는 여성살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에는 7%대였던 구속률은 2023년 3%대로 떨어졌다. 2023년 1월부터 7월까지 스토킹 신고 건수는 18,972건에 달했으나 같은 기간 잠정조치 2~4호의 신청 건수는 5,782건에 불과했으며, 법원이 이를 기각한 비율도 14%에 달했다. 이에 수사․사법기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 피해자가 스스로 보호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교정시설에 수용된 가해자 112명의 수사재판기록 분석 결과, 피․가해자가 ‘과거의 배우자 또는 연인’ 관계였던 경우는 61.6%, ‘잘 아는 사람(친구, 직장 내 지인)’이 17%로, 친밀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78%에 달하였다. 2023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역시, 스토킹 피․가해자의 관계 유형은 (전)애인이 30.0%, (전)배우자가 17.3%, 친족은 14.7%로 친밀한 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62%에 이르렀다.
○ 스토킹 가해자는 인적 신뢰 관계를 활용해 피해자를 범죄 상황에 빠트리거나, 피해자가 범죄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등 보복에 대한 우려로 스토킹에 즉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회유, 협상 등 스토킹을 중단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노력이 오히려 가해자의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친밀한 관계에 의해 스토킹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당사자는 자책감에 빠지거나 향후 인적ㆍ사회적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심각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간과한 수사ㆍ사법기관에서 도리어 피․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였음을 감형 요소로 참작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으로 스토킹이 더욱 엄중히 다루어지기 위해서는, 사법기관이 이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정책과제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 스토킹 범죄 정의 포괄적 규정
–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
∙ 스토킹 피해자 범위를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확대
∙ 스토킹범죄 ‘피해자보호명령제도’ 도입
∙ 친밀한 관계 등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한 경우 가중처벌 조항 신설
8.
여성폭력 피해자의 사법권리 보장 위한 정당방위 인정 제도화
현황 및 문제점
○ 「형법」 제21조(정당방위)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당방위 규정은 동등한 힘을 가진 성인 남성 간의 행위를 전제하고 있어 여성폭력 피해자의 방위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쉽게 부정된다. 피해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일련의 행위는 폭력이 발생하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에도 여성폭력에 대한 이해와 관점의 부족으로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사건의 경우, 가정폭력을 신고하더라도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현실과 피해자가 가해자를 쉽게 떠날 수 없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가 단 1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 또한 상담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폭력을 막기 위해 취한 방위행위가 가해자의 폭력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수사기관에 의해 쌍방폭력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가해자는 이러한 수사기관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2023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 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전체 상담 중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는 489건으로, 이 중 285건이 쌍방폭력으로 나타났다. 쌍방폭력 사례 중에는 피해자가 폭력 피해 상황에 대응하는 중에 가해자에게 생긴 경미한 상처를 폭행으로 신고하거나, 가해자가 자해를 하고 피해자를 폭행죄로 신고한 사례 등이 확인되었다.
○ 한편,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의 대표적인 사건인 ‘56년 만의 미투’는 2024년 12월 대법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재심 개시를 향한 길을 열었다. 이 사건은 1964년 성폭행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힌 피해자의 방위행위를 ‘고의에 의한 상해’로 판단해 피해자를 구속 수사하고 유죄로 판결한 사건이다. 재심 신청을 기각한 1, 2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재심 개시 확정과 무죄판결 등 정당방위 인정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여전히 유사한 사건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방위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사건의 판결이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적극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법적 경향은, 폭력 상황에 대처하는 피해자의 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여성폭력 피해자의 방위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을 통해, 피해자의 사법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책과제
○ 여성폭력 피해자의 방위행위 정당방위 인정 제도화
∙ 「폭력사건 수사지침」 등에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정당방위 인정 기준 마련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가정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조항 신설
∙ 성폭력 피해자의 방위행위에 대해 재심 개시 및 정당방위 인정 판결을 통한 사법적 정당성 확보
9.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및 성매매 수요 차단 위한「성매매처벌법」전면 개정
현황 및 문제점
○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피해자보호법」두 개 법률로 구성된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고 성매매피해자 등에 대한 인권 보호, 성매매 알선고리 및 수요차단을 목적으로 2004년 제정되었다. 그러나 현행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피해자’와 ‘성매매행위자’로 구분하면서, 성매매 강요를 입증하지 못한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함으로써 법의 제정 목적을 무력화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도 2013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위헌제청 소송’에 대한 2016년 합헌 판결을 내리며, “외관상 강요되지 않은 자발적인 성매매행위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하며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 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전한 한국사회의 한계인 성매매가 미치는 사회적 성풍속 해악을 들어 자발적 성매매여성 처벌이 어쩔 수 없다며 합헌 결정에 이르렀다. 당시 8명의 재판관 중 2명의 재판관은 보충의견으로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은 완전히 비범죄화 되어야 한다고 보충의견을 내고 법의 목적과 성매매여성 처벌이 모순적임을 보여주었다.
○ 성매매에 관한 국내 정책에 관하여 유엔 및 국제사회는 일관되게 ‘성을 판매하는 행위를 한 자’ 즉,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되, 성매매 알선자 및 구매자를 처벌하는 수요차단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국제사회에서는 ‘노르딕 모델’이라고 부르며 스웨덴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성매매피해지원기관 및 성매매여성 인권 옹호 단체들, 여성인권단체들은 현행 「성매매처벌법」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하며, 「성매매처벌법」의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성매매가 반인권적 착취행위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범죄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로서 성매매여성은 처벌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성매매에 대한 정의 규정은 일본의 <매춘방지법>에서 차용하여 만들어진, <윤락행위등방지법>의 문구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성매매를 타인에 대한 착취적 범죄 행위로 보고 처벌하는 법의 목적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정책과제
○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약칭 성매매처벌법) 전면 개정
∙ 성매매를 ‘타인의 성을 착취하는 행위’로 정의
∙ 성매매여성 비범죄화
∙ 성매매 알선자 및 구매자 등 ‘타인의 성을 착취한 자’에 대한 처벌 강화
10.
남성들의 성구매 문화 해체 위한 「식품위생법」 ‘유흥종사자’ 조항 삭제 개정
현황 및 문제점
○ 식품위생법의 ‘유흥접객원’조항은 한국의 매우 수치스러운 부분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게이샤와 유사한 존재로 조선의 ‘기생’을 접대부로서 유곽의 여성과 같은 성매매여성으로서 성병관리를 했던 일제강점기 시간이 탄생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기생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경제성장기의 아픈 역사가 이 ‘유흥접객원’조항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성을 접대부로 두는 ‘룸살롱’같은 성적서비스 업소는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벌어지는 추태도 사건화되어 나라망신으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했다.
○ 2022년 전국에 신고된 유흥주점은 총 26,254개로, 이는 프랜차이즈 커피 가맹점( 29,581개)이나 치킨 가맹점(29,348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흥주점은 「식품위생법」상 합법적으로 “술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종사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소이자 암묵적으로 ‘2차’ 성매매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성매매업소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성매매경험여성 255명 중 46.7%가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모든 성매매업소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유흥종사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한 유흥주점 외에 노래방에서도 ‘보도’를 통해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 유흥주점과 유사한 영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흥’, ‘접객’이라는 이름의 성산업은 훨씬 더 거대하다. 남성들의 문화 안에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성매매 문화’를 당연한 것이자 일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 이러한 일상화된 유흥문화는 ① 여성을 접대부로 제공하는 접대를 합법화하여 부패를 부추기고, ② 여성을 남성 거래의 대상으로서 도구화하고 ③ 합법적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유흥업소 내에서 ‘유흥종사자’에게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성폭력과 착취를 문제제기 할 수 없게 만들며, ④ 성매매를 공공연히 알선하여 성매매를 근절하려는 법과 정책을 무력화시킨다. ⑤ 무엇보다 시대착오적인 이 ‘유흥접객원’의 존재는 세계 속의 한국을 여성인권이 낙후된 곳으로 인식시키는 주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 더불어 현행 「식품위생법」은 ‘유흥종사자’ 또는 ‘유흥종사자’를 고용한 업주에 대해서만 규제하여 불법 업소 단속에서 구매자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어, 구매자들이 어느 업소에서든 유흥접객원(도우미) 요구를 당연시하고, 업주들이 영업이익을 위해 불법영업을 지속하게 한다.
정책과제
○ 「식품위생법」 개정
∙ 제41조(식품위생교육) ①항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문구 삭제
∙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③항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을 하는 장소는 제외한다) 괄호 삭제
○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
∙ 제21조 제8호 라목(유흥주점영업)의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문구 삭제
∙ 제22조 (유흥종사자의 범위) 조항 전체 삭제
○ 관련한 법령의 ‘유흥종사자(또는 유흥접객원)’ 관련 표기 조항 삭제 및
○ 접대와 유흥을 결합한 영업 형태를 불법적 악습으로 명확히 규정,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추진
11.
인신매매 범죄 처벌 규정 신설 「인신매매방지법」 개정
현황 및 문제점
○ 한국 정부는 유엔이 2000년 채택한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이하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가입함에 따라,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국내 이행 법률을 제정할 국제적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이에 2021년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인신매매방지법)을 제정하였으나, 이는 유엔이 인신매매 대응을 위해 요구한 4P 원칙(예방prevention, 처벌prosecution, 피해자보호protection, 국제협력partnership) 중 ‘처벌’ 항목이 제외된 채, 나머지 3P만 반영되었다.
○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노동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장애인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등 여러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해 온 현장 단체들은 ‘가해자 처벌’이 인신매매 방지정책의 핵심임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나, 법 제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경우, 비합법적 체류 지위로 인해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전에 강제추방되며, 성매매 목적의 이주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성매매처벌법」 상 ‘성매매행위자’로 이중의 처벌 위험에 놓인다.
○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 체계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E-6-2 호텔·유흥’ 비자와 태국 여성들의 B1(사증면제)는 인신매매를 통한 이주여성의 성착취 경로가 되고 있다. ‘E-6-2 호텔·유흥’ 비자는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악용되고 있으며, ‘B1(사증면제)’ 태국 여성들은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ㆍ성착취에 노출되고 있다. 유흥업에 유입되는 외국인 여성들이 인신매매 피해를 막기 위해서 ‘E-6-2’ 비자형태의 전면 재검토와 태국 ‘B-1’ 비자의 인신매매 성착취 구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책과제
○ 「인신매매방지법」 개정
∙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등 인신매매에 대한 명확한 처벌 조항 신설
○ 인신매매 피해 지원 및 예방 체계 구축
∙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 확보
∙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종합정책 수립
○ 성착취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착취구조 근절 방안 마련
∙ 성매매 목적 인신매매로 악용되는 예술흥행비자(E6-2) 전면 재검토, 태국사증면세 (B-1)의 성착취 구조 근절 방안 마련
12.
디지털성폭력을 규율하는 조항 구성요건 개정
현황 및 문제점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등을이용한촬영)의 제1항, 제14조의2(허위영상물등의반포), 제14조의3(촬영물등을이용한협박강요)의 구성요건에 명시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로 인해 이미지에 노출된 피해경험자 신체의 ‘음란함’의 정도, 즉 가슴이나 성기 노출 여부로 범죄 성립 여부가 판단된다. 이미지에서 가슴이나 성기가 노출되지 않았을 경우, 피해경험자는 법적 대응도 어렵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삭제지원 역시 받지 못한다. 가슴이나 성기 노출 여부가 곧 범죄로 판단되는 구조를 만들며, 여성의 섹슈얼리티 실천은 제한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전제한 ‘피해자다움’을 강화한다.
○ 「성폭력처벌법」 은 이미지의 ‘생성’ 행위와 ‘유포’ 행위, ‘소지’ 행위에 대해 각각 행위태양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생성, 유포, 소지 행위들은 범죄로 구성되지 않는다.
○ 동의 없는 성행위 소리ㆍ성적 대화 녹음 행위, 온라인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이나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사칭ㆍ성적 허위/사실 유포 행위, 해킹 등으로 신분증ㆍ학력ㆍ직장 등의 개인정보를 탈취해 성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와 같은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은 입법 공백이다.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을 성폭력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유일한 법 조항인 「성폭력처벌법」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역시 ‘도달’요건을 전제로 하며, 이마저도 성폭력 사안을 판단하는 기준인 ‘음란’ 개념을 다시 활용하고 있어 그 적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피해자는 피해 중단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 수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 ‘사이버명예훼손죄’, 「형법」제311조 ‘모욕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민사상 초상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게 되나, 성폭력처벌법이 아니므로 수사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피해 대응의 과정에서 여러 부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
○ 또한 가해자의 신상을 알기 어렵다는 익명성, 온라인 기록의 영속성과 전파성과 같은 온라인 젠더폭력의 특성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의 피해자는 압도적이고 연속적인 피해 상황에 처하는 반면, 법망에서는 피해가 가해 행위별로 분절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 피해 전체를 포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과제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의 구성요건 중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유발’ 문구를 ‘성적인 속성의 이미지’개념을 고려하여 ‘성적인’과 같은 표현으로 개정
∙ 제14조, 제14조2의 ‘촬영, 복제, 편집ㆍ합성ㆍ가공’,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한 전시ㆍ상영’,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 등의 행위태양을 ‘생성’, ‘대상자의 동의 없이 취득ㆍ이용하거나 타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행위’로 재구성
○ 온라인 기반 젠더폭력 대응 법제 정비
∙ 사이버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적 괴롭힘’을 젠더 기반 폭력으로 정의하고,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관련 처벌 법제 마련
13.
디지털성폭력 유통 구조 해체와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제도화
현황 및 문제점
○ 불법 성인사이트를 통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불법촬영물 및 복제물, 제14조의2에 따른 편집물·합성물·가공물 등의 유통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운영자에게 피해촬영물 유통 시장을 운영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부재한 상황이다. 현재는 개별 유포 및 판매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혹은 4항 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을 적용하고 있다.
○ 2022년 발생한 ‘웰컴투비디오’ 사건은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크웹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의 운영자 손정우는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유통 시장 전체를 관리·운영한 책임을 묻지 못한 법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 구글, 텔레그램, 메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포함한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에게는 2020년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국내 대리인 지정 및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며, 위반 시 제재 수단도 실효성이 낮아 법률의 적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나아가 디지털 성폭력은 영상ㆍ이미지 형태의 피해촬영물 유통을 넘어, 커뮤니티, 유튜브,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사이버 공간을 경유해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법적 책임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온라인에서의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책과제
○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규율 강화
∙ 국내 등록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닌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의 유통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입법
○ 해외 사업자 및 국내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상 의무 이행 여부 점검 및 이행체계 마련
○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폭력에 대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 책임을 명문화할 수 있는 제도 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