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밖을 보기
창밖에는 창밖의 풍경이 보인다. 하늘뿐이라면 평화롭다. 낯선 게 보이면 신비롭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는 하늘에서 낯선 걸 발견하면 "소가 넘어간다!"하고 친구에게 함께 하늘을 보길 권하기도 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상상 속 하늘에는 무언가 있었다.
2. 테라스로 나가기
연극을 보다가 문득 '바람을 좀 쐬어야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야기는 객석에 한참 머물러 있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톡톡 털면 떨어진다. 바람은 그저 지나간다. 바람을 톡톡 털어 떨어뜨린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3. 벽이나 천장, 바닥을 보기
꼭 세 지점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어떤 얼룩이나 그림자는 자기 세계의 마크 로스코로 태어났으나 그곳에선 아직 추상미술을 즐기는 습관이 없다. 우리도 사실 그런 습관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 음미해 보려고 노력하는 건 가능하다.
4. 저널링 게임
지시문에 따라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진행하는 놀이다. 규칙이 무척 다양하고 혼자서도 오래 놀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공연을 보러 왔는데 이런 거도 직접 해야 해? 생각하기 싫어. 지시하지 마! 절대 네 의도대로 안 해! 심통이 나기도 한다. 왜 참여형 공연을 보러 가면 그렇게 약이 오르고 심통이 날까? 모를 일이다. 본디 객석에서는 내키는 대로 하면 좋다. 그치만 저널링 게임을 중점적으로 궁리하고 있기는 하다.
5. 잠자기
이 공연을 퍽 기대하며 찾아왔으나 갑자기 잠이 놀러 왔기 때문에 머릿속 부엌에서 우리 할머니의 살구 파이와 레모네이드
6. 미래를 예감하기
객석에 앉아 분위기를 파악한다. '고약한 한 시간이겠군.' 미래는 쉬이 예감된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건 언제나 가능하다. 그러나 어지간히 따분한 것으로는 관객은 나가지 않고, 이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여간 공연자는 그만큼 따분할 실력도 비결도 없다.
바그루프의 공무(公務)
김은한
1인 극장 매머드머메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별난 재미를 찾고 관객 머릿속에 극장을 세우는 일을 한다.
건강한 후회와 회한에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