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특별상
김애란 단편 소설에서 나타난 가족 구성원의 부재 양상과 극복 서사
: 「달려라, 아비」「칼자국」을 중심으로
1. 서론
김애란 작품들의 연구는 꾸준히 진행 되어오고 있는데, 가족 서사와 청년층의 현실 속 고뇌, 소설 속 공간이나 장소에 상징성을 부여하여 작중 화자의 심정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족 서사 같은 경우는 해체나 사별, 유기로 인한 결핍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가족의 결핍에 대해 다룬 서은경은 아버지의 부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나’가 연대하여 극복해 간다는 점과 ‘나’의 성장 과정과 아버지를 통한 스토리텔링을 하여 현 사회 문제를 풍자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김애란의 유머러스한 기법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함과 사회적변화에 따른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이 한계였음을 밝히고자 한다. 강수환은 박완서의 작품과 김애란의 작품을 비교하며 한국의 식민지시기, 한국전쟁, 1980년대를 바탕으로 한 모계사회를 다루고 있다. 과거사를 돌아보는 부분을 통해 현재가 있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는가를 돌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며 현시점에서 여성들이 스스로 어떻게 구축하며 나아갈지 검토했다. 박완서의 활동 시기와 김애란의 활동 시기를 고려하지 못한 점과 작품 내에서도 배경 시기가 겹치는 구간이 적기에 비교 분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도티화이로안은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도 다루었기에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공통으로 일어나는 부분에 관해 통찰했다. 같은 아시아 지역권이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에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깼으며 김애란과 베트남 작가 응웬응옥뜨의 작품을 연관 지어 환경에 따라 작중 주인공들이 성장하며 성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연구해 왔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일민족에서 다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시기이기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타나는 문제점을 직시하기에 적합하였다. 다만 베트남과 한국을 비교하여 여성이 가장인 사회를 연구하기에는 응웬응옥뜨의 소설을 한 작품만 연계하여 이 점이 한계이다.
소설 속 공간에 상징성을 두어 청년 세대들의 고통과 혼란스러움, 자연재해들을 해석한 연구를 살펴보겠다. 김수연은 「입동」과 「노찬성과 에반」 같은 경우에도 가족의 부재로 인해 작중 인물의 고통을 ‘집’, ‘휴게소’, ‘병원’, ‘주유소 옆 쓰레기통’ 등으로 장소를 전환하며 인물이 각 장소에서 새로운 감정을 겪고 또 다른 부재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장소에 상징성을 주면서도 늘 작중 인물의 가까운 존재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미영은 청년층의 현실 속 고통과 혼란스러움으로 해석했다. 빈곤으로 인해 김애란 소설 속 청년들은 셋방살이하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집’이라는 공간은 안식과 재충전의 의미를 보편적으로 담고 있지만 김애란 소설 속에서는 경제적 능력으로 인하여 위축 들게 만드는 심리를 묘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환경은 가족의 무능함이나 부재로 인해 생긴 것으로 적어 내리고 있다.
이와 같이 김애란 작품의 여러 연구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 부재로 겪는 갈등 및 공간의 변화에 따른 심리적 요소들, 청년층의 고난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와 같이 김애란은 소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시의적 문제를 다루어 왔다. 소설들에서 근본이 되는 사건은 가족에서 발현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부재로 인한 서사는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집을 오가며 다루어 와 이에 초점을 맞추어 관찰하려 한다. 부재도 여러 갈래로 표현하고 있다. 유기, 죽음, 존재는 하여도 무능함을 부여하여 서술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인물이 사용하는 도구에 의미와 상징성을 주어 결핍을 충족, 인물을 대리하고자 하였다. 「달려라, 아비」, 「칼자국」을 통해 어머니가 가장이 되어 ‘가위’와 ‘칼’을 사용하는 배경이 출산의 과정을 겪고 양육하였으며 ‘나’의 자아 성장과 신체적, 정신적 독립을 연구하고자 한다. 어머니와 아버지 내면 차이, 능력의 차이를 검토할 것이다.
2.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 변화
「달려라, 아비」에서 아버지는 만삭인 어머니를 두고 어디로 모르는 곳으로 도망간 상태로 설명한다. 작중 ‘나’에게 아버지는 태어났을 때부터 기억이 없었으며 어머니와 ‘나’ 두 명이 살아가는 것으로 서술되고 있다.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아버지는 상상 속으로 열심히 뜀박질하는 그것으로 묘사되었으며 이 행위를 하는 모습 또한 우습게 표현하여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함을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분홍색 야광 반바지에 여위고 털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상상은 가부장적인 권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상징하는 동시에 ‘내’가 아버지를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여김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나약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무책임함을 그녀들이 수용하게 만드는 동기로 작동한다.”
아버지는 분홍색 야광 반바지 차림에 여위고 털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다.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무릎을 높이 들고 뛰는 아버지의 모습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규칙을 엄수하는 관리의 얼굴처럼 어딘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내 상상 속의 아버지는 십수년째 쉬지 않고 달리는 중인데, 그 표정과 자세는 늘 변함이 없다. 아버지는 벌게진 얼굴 위로 황니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아버지 얼굴 위에 일부러 붙여놓은 못 그린 그림 같다.
······아버지 생애, 그때만큼 빨리 뛰어본 적이 있을까? 나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안기 위해 달동네를 단숨에 뛰어 내려가는 상상을 할 때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들리지 않았을 아버지에게 “아빠! 보기보다 잘 뛰네?!” 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이런 작중 연출 속에서 여위고 털 많은 다리는 외적으로 단단하지 못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점은 아버지가 가장이 되어 제대로 된 능력을 하지 못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규칙을 엄수 하는 관리의 얼굴을 보이지만 분홍색 야광 바지를 입고 십수년을 뛰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상반되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한다. 이것은 아버지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무능함을 강조한다. ‘나’의 상상에서 뛰던 아버지가 현실에서 뛴 순간은 두 차례 있다. 아버지가 유일하게 상상이 아닌 실제로 뛴 장면은 어머니와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피임약이라는 조건을 걸고 밤을 보낼 수 있었기에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뛰었으며, 마지막은 교통사고가 나기 전 경찰에 신고당해 도망치던 순간이다. 어머니나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위해 달린 두 번의 순간 외에 단 한 번도 어머니나 ‘나’를 위해 달리는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아버지는 무책임하며 무능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무능함은 어머니와 ‘나’를 떠난 후 미국에서 결혼한 이후에도 보여준다. 아버지는 이혼을 한 이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어 재혼한 여성의 잔디밭을 깎게 된다. 그러나 부인의 남편은 아버지가 언짢았고 욕을 먹고 있던 아버지는 잔디깎이를 들고 남성에게 달려들어 사고가 난다. 그 후 경찰에 신고당한 아버지가 위처럼 도망가다 교통사고로 죽게 되었다. 아버지의 부재는 계속 소설 중반에도 나타난다. 외할아버지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와 유일하게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이 부분도 아버지의 부재로 인하여 어머니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외할아버지를 충족한 것이다. 어머니 역시 사람은 가정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나’에게 자주 반복하여 말하였다. 이 점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부재가 버겁고 ‘나’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작중 택시 기사다. ‘나’는 어머니가 택시 기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상상 속 아버지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 유일한 복수라고 어머니가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나’라는 인물의 심리적 표현이다. 아버지에게 드러낸 악감정은 없으나 부재로 인한 어려운 삶을 표출하고 싶은 상황을 암시해준다. 추가로 ‘나’의 심리 표현 암시해 준 부분은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서술한 것이다. 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어머니와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상반되게 표현하였다. 이렇게 살아가는 어머니는 택시 운전을 하며 힘든 순간을 욕설로 풀어냈고 ‘나’가 용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필요한 만큼 딱 주었다. 미안함에 더 준 적은 없다고 하였으며 이점은 혼자 벌어 힘든 가정형편도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나’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미리 경제관념을 학습시켰을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내가 사립대에 간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는 선뜻 승낙했다. 어머니가 반대해놓고도 등록금을 대주는 사람이었으면, 아버지는 찬성만 하고 아무 신경 안 쓰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나쁘다’기보단 좀 난감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칼자국」에서는 겉으로 보았을 때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 들어가서 보게 되면 가장의 역할은 어머니가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칼자국」에서 ‘나’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아버지의 무능함을 나타낸다. 어머니가 칼국수를 만드는 동안 ‘나’ 역시도 아버지의 체육복을 입고 식당을 돕고 음식을 배달한다. 어머니는 칼에 자주 다쳤으며 그때 생긴 상처는 쉴 시간 없이 일을 하였기에 아물지 못하였다. 어느 날은 어머니의 피가 묻은 국수가 나갔고 할머니였던 손님은 불만이 아닌 어머니를 걱정하였다. 그때 어머니는 가장 고마웠다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자신의 삶을 알아준 사람이라고 느꼈기에 단순히 불만을 표하지 않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와 ‘나’가 일을 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아버지의 무능함을 강조하였다. 유흥을 위해 사채를 쓰거나 신용이 불분명한 자에게 담보를 서주는 경우나 어머니가 무리해서 맞춘 금반지를 술 먹다 저당을 잡히는 상황도 있었으며 이와 다르게 다른 여성과는 커플링을 맞추는 등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나오고 있다. 추가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격은 ‘나’가 대학을 사립대로 가야 하는 경우에서도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승낙하는 부분을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나 그 외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에게 반대하며 아버지와는 다르게 부정적으로 말하였으나 자식을 위해 대학 학비를 마련해 상경시킨다. 자식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머니는 반대를 먼저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 상황에서 아버지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난감한 사람이라고 하며 그의 무능함을 집어주고, 작가는 어머니는 해결은 하는 사람, 아버지는 넘어가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달려라, 아비」에서 어머니는 택시 운전을 하며 힘든 순간을 욕설로 풀어냈고 ‘나’가 용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필요한 만큼 딱 주었다. 미안함에 더 준 적은 없다고 하였으며 이점은 혼자 벌어 힘든 가정형편도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나’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 미리 경제관념을 학습시켰을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또한 어머니는 아버지 이야기를 물어보는 ‘나’에게 듣기에는 음란하게 느껴지는 농담을 하고 혼자 웃으며 넘어갔다. 이런 어머니의 태도는 기억하기 힘들고 지금도 살기 어렵지만 순간 웃어 넘어가며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한 모습이다. 「칼자국」에서도 어머니는 수시로 ‘나’에게 식당 일을 알려주었고 그 순간 그녀는 당당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태도는 장사를 하기도 아이를 양육하기도 힘들지만 그 과정을 스스로 견뎌내는데 보람차기에 보여준 면이다. 「달려라, 아비」와 「칼자국」 속 ‘나’가 듣기에 음란하거나 거친 농담을 통해 고되고 혼자서 집안일 뿐 아니라 여성이 바깥 사회에 뛰어들어 억척스러워진 면모를 유하게 풀어가고자 노력한 부분을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의 모습을 언급하며 화려했던 어머니와 억척스러워진 현재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 겉모습과 태도가 변한 어머니를 보여주며 거친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서술한다. 거친 농담은 어머니가 ‘나’와 같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이 되어 변한 모습이라고 이해한다. ‘나’가 성인으로 성장하며 어머니의 태도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며 어머니의 농담을 통해 자신도 강하게 성장 가능했다고 표현하며 어머니의 거친 농담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이점은 모계 중심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에게 결핍이나 상처가 많다는 사고의 틀을 깨어나게 해준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 가족해체를 겪은 학습자들은 편모가정인 주인공의 긍정적이고 당당한 성격을 내면화할 수 있으며, 가족해체를 겪지 않은 학습자들은 편모가정 아이의 삶이 정서적 결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으리라 예상한다.”
3. 생명과 생존의 상징: 가위와 칼
「달려라, 아비」에서는 어머니가 ‘나’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가위’가 등장한다. ‘가위’는 기본적으로 자르는 용도로 사용되며 종류 또한 여러 가지이다. 기본적으로 가정용 가위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며, 세탁소 같은 경우 재단 가위를 사용한다. 미용실에서는 이발 가위가 따로 있고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정원용 가위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정확하게 절단이 가능하게 설계된 ‘가위’는 작중 탯줄을 잘라 생명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출산 과정에서는 남편이나 의료진의 도움으로 출산을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어머니 혼자서 이겨낸다. 이때의 ‘가위’는 산모의 가족이나 의료진을 대신해 출산을 도와준다. 죽을듯한 산통을 견디기 위해 가위를 잡고 바닥을 내리치며 가위 자국을 남겼고 이것은 어머니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나’를 낳고 ‘가위’로 어머니와 ‘나’가 연결되었던 탯줄을 잘랐다.
그때 윗도리만 입은 채 방안에서 버둥거렸던 어머니는 잡을 손이 없어 가위를 쥐었다. 창밖으로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리가 보였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머니는 가위로 방바닥을 내리찍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어머니는 가위로 자기 숨을 끊는 대신 내 탯줄을 잘라 주었다.
어머니는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를 낳게 된다. 누구의 도움도 못 받기에 윗도리만 입고 산통을 겪어내며 ‘나’를 출산한다. 출산의 과정에는 산모와 아이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나 옆에서 보조하는 인물의 역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작 중 어머니와 배 안에 있는 태아인 ‘나’를 빼고는 아무도 없기에 보조의 역할은 ‘가위’가 하게 된다. 이처럼 김애란은 ‘가위’라는 도구를 통해 음식이나 어떠한 사물을 자를 때 사용하는 장면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어머니에게 의존하여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던 태아였던 ‘나’는 뱃속에서 나와 어머니가 ‘가위’로 탯줄을 잘라 내어 태아에서 신생아가 되고 그렇게 ‘나’가 첫 번째 독립을 하는 사건이다. 부모에게서 자아 독립이나 경제적 독립은 아니지만 생존에 필요한 것을, 신체적으로 1차 독립을 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가위’로 탯줄을 끊어 내는 행동은 새로운 생명을 불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나’가 처음 독립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산통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가위’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바닥에 찍어낸다. 이 행동으로 인하여 바닥에 생긴 자국들은 어머니가 앞으로 ‘나’를 양육하며 살아가는데 수많은 상처와 고난이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처럼 ‘가위’는 출산이라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어머니가 의지하게 되는 도구가 된다. ‘나’에게는 독립을 시켜주는 상징성을 가진 도구이다. 그러나 ‘가위’를 통해 남은 바닥의 자국들을 통해 힘겨울 미래를 보여주며 어머니라는 여성이 주방에서 친숙하게 다루는 ‘가위’라는 도구 하나로 여러 의미를 내포하며 서술하고 있다.
어머니는 칼 하나를 25년 넘게 써왔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이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 몸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바람같이 어머니가 나타났다.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에는 식칼을 들고서였다. 국수를 썰다가 나와서 그런 것인지 부러 들고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내 앞에서 개를 매섭게 쫓아버렸다.
「칼자국」‘칼’은 탄생의 순간부터는 아니지만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며 여기서도 남편을 대신하고 있다. ‘칼’은 사람에게 늘 상 필요한 도구이며 그만큼 ‘칼’이 같은 역사와 그에 비유하는 의미도 여러 가지다. 위협적이면서도 날카로움의 상징이지만 음식을 대표하면 ‘칼국수’를 뽑을 수 있다. 사람이 살아오며 수없이 도구도 발전해 왔고 그 중 ‘칼’도 마찬가지다. ‘칼’은 어디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용도와 모양이 다르며 특히 주방용 칼은 여러 종류가 있다. 식칼, 과도, 빵칼, 일식도, 중식도, 회칼 등 용도에 맞게 ‘칼’들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용도에 따라 설계가 되어있기에 그에 적합한 ‘칼’을 사용해야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수많은 ‘칼’이 있지만 어머니는 같은 ‘칼’ 하나를 25년 넘게 사용해 왔으며 그랬기에 수없이도 자주 갈았다. 얇아진 ‘칼’로 당연시하게 가정을 이끌어 왔으며 ‘나’는 어린 시절 호기심에 칼을 잡아 보려 하였으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통제당했다. 이렇듯 ‘나’에게는 칼은 위험한 존재지만 어머니에게는 생존의 수단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칼자루는 세월이 지나며 노란색 테이프를 감으며 견뎌왔고 여러 번 칼자루도 바뀌게 되었으나 칼날은 그대로 사용하였다. ‘나’는 이러한 과정에서 칼을 보고 ‘어미’를 보았다고 하며 자기 스스로 ‘새끼’라고 지칭하며 더욱 모녀 관계를 깊게 표현했다. 어머니는 다섯 개의 칼이 부엌에 있었으나 그중 국수를 썰 때 쓰는 지정한 칼이 있었으며 나머지 칼들은 또 다른 용도가 있었다. ‘칼’로 식당에서 칼국수를 팔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학비를 마련하며 딸을 상경시키기도 한다. 또한 작중 ‘나’가 어린 시절 개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을 때도 어머니는 칼을 들고 나타나 지켜주는 등 보통은 위험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식을 지켜주는 모습이 아닌 어머니가 식칼과 함께 나타남으로써 남편의 자리를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는 칼(phallus)의 기표를 상실한 유명무실한 존재이다. 가계를 이끌어가는 실질적 가장(家長)은 어머니이며, 칼은 어머니의 전유물이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도 어머니의 장례식 도중 ‘나’는 ‘맛나당’에 가서 어머니의 ‘칼’을 보고 식욕이 돋아 사과를 깎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의 ‘나’는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어 스스로 또 다른 어머니가 된 상황이며 상 중에 전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였으나 ‘맛나당’에서 ‘칼’을 보고 위 소설의 인용처럼 칼자국을 삼킨 듯 베어먹고 싶고 내장을 적시고 싶어 하는 욕구를 느낀다. 이렇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칼’로 사과를 음미하는 모습은 마치 ‘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의 어머니가 ‘나’를 통해 ‘나’의 뱃속의 자식에게까지 먹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를 줌으로 ‘칼’의 상징성을 더욱 강조하였다. 어머니의 상 중에도 사과를 깎아 먹으며 맛있다고 한 ‘나’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맛나당’을 나오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감정을 겪는다. 이 과정 또한 어머니의 죽음 즉 부재와 ‘칼’을 통하여 다시 더 나은 자아 독립을 향하였다. 위와 같이 양 작품 속 ‘가위’와 ‘칼‘은 핵심적 요소이다. 가장의 역할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 아버지가 가장인 가정과 다를 것 없이 만들어주는 도구이자 그녀들의 버팀목임을 알 수 있다.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그들이 ‘가위’와 ‘칼’에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 양 작품의 ‘나’에게도 최소한의 어머니로부터의 육체적 독립이나 성인이 되어서 정신적인 자아 독립을 이루게 한 보조적 수단으로 여겨진다.
4. 결론
김애란 작품의 여러 연구를 통하여 장소의 변화에 따라 인물이 겪는 사건, 청년층의 고충, 주인공들이 겪는 주변인의 부재를 알아보았다. 이 중에서 기본적으로 다루어지는 문제는 부재였으며 가족의 부재 같은 경우 갈등이 많다. 이 점을 참고 하여 한 가정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에 관한 부재를 집중적으로 작성했다. 「달려라, 아비」와 「칼자국」 속에서는 아버지의 부재 혹은 존재하여도 시대 통상적 가부장적이던 그 배경에 가장은 아버지라는 틀에서 벗어나 어머니가 그 수행을 대신하는 모계사회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아버지의 무책임한 면모를 풍자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보고 있다.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떠나 근황조차 알리지 않고 나중에 부고 소식만 알게 되는 경우, 아버지가 존재하여도 실질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를 보았다. 완전한 부재와 존재하여도 부재와 마찬가지인 경우의 작품을 다루며 여성이 가장이 되어 어머니가 중심이 된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능력 차이와 성격 차이를 비교하며 소설 속 사건이 일어난 경우 어떻게 해결하는 지 알아보았다. 또한 앞의 사건을 겪는 시간에서 여성이 친숙하게 사용하는 도구인 ‘가위’와 ‘칼’을 소재로 진통 및 출산, 자녀의 탄생 시작과 양육의 상징인 도구를 표현한 것을 해석하였다. 남편의 자리를 대체하는 수단이자 상징성을 두어 여성이 가장인 환경에서 ‘가위’나 ‘칼’ 같은 주방에서 어머니라는 주체가 흔히 사용하는 것을 소설에 사용하여 양육하는 과정을 조금 더 친숙하게 풀어내고자 하는 고심한 선택을 엿보았다. 마지막으로는 두 작품의 결말 부분이다. 「달려라, 아비」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죽음이고, 「칼자국」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양 작품의 ‘나’가 그려왔던 인물인지, 의지했던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는 화자는 지난날 아버지에 대한 원망까지는 아니어도 복잡하고 궁금했던 부분이 명료해진 감정을 느끼며 완결했다면 어머니의 죽음은 새로운 자아의 탄생이자 독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부재에 또 다른 부재를 겪으며 두 작품의 ‘나’는 또 다른 성장을 하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감을 유추하며 작품을 해석할 수 있겠다. 가족의 부재나 결핍에 대한 부분은 완벽하게 극복하는 점은 힘든 면이다. 그렇기에 김애란은 소설을 통해서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 참고문헌
기본자료
김애란, 「칼자국」, 『침이 고인다』, 문학과지성사, 2007.
김애란, 「달려라, 아비」, 『달려라, 아비』, 창비, 2019.
김애란,『「이중 하나는 거짓말」Commentary Book』, 문학동네, 2024.
논저
강수환, 「어머니와 딸 그리고 가부장(제)의관계 변화의 양상: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연작과 김애란의 「칼자국」을 중심으로」, 『한국학연구』 48, 한국학연구소, 2018.
김수연, 「김애란 소설의 집의 장소성 변화 양상: 「입동」, 「노찬성과 에반」을 중심으로」, 『어문논총』 44, 전남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 2024.
남효정, 「가족해체 서사의 문학교육적 의의 연구 : 김애란의 소설을 중심으로」, 한양대 석사논문, 2021.
도티화이로안, 「김애란과 응웬응옥뜨의 소설에 나타난 여성적 가족 서사 비교 연구」, 한양대 석사논문, 2021.
박유민, 「김애란 소설의 가족 서사연구」, 고려대 석사논문, 2017년.
서은경, 「‘가족모티프’의 측면에서 바라본 김애란 소설의 변모 과정」, 『돈암어문학』 33, 돈암어문학회, 2018.
안혜진, 「김애란 작품의 비합리적 인간에 대한 행동경제학 분석-초·중기 단편을 중심으로」,『한국문예창작』23(3), 한국문예창작학회, 2024.
장미영, 「청년이여, 지(하)옥(탑방)고(시원)를 탈출하라!: 김애란 소설 속, 청년의 고단한 삶과 공간」, 『국토』 501, 국토연구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