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레자는 얼마전에 막 아렘므의 종교공동체를 벗어난 신출내기 국토순찰대 하프엘프 레인저이다.
키는 태산만하고, 몸도 전체적으로 다부지다. 머리는 하프엘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진한 녹색이며, 몸통에 철판을 덧댄 가죽갑옷을 입었고 큰 키에 걸맞는 커다란 장궁과 숏소드 한 자루를 들었다.
공동체의 품은 따스하고 안락했으나 체레자의 모험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지나치게 좁은 세계였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뭘 해도 소문이 나게 마련이라 작은 실수를 해도 오랫동안 회자되어 공식적인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체레자는 그게 싫었다. 사실 그래서 국토순찰대로 나선 이유도 반쯤은 가출 비슷한 목적이었다. 그 시작은 그렇듯 충동적었지만 딱히 아렘므의 공동체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모험을 더 좋아하는 것일 뿐.
체레자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솔직담백하다. 거짓말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일단 얼굴에 표가 난다. 그는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운다. 남을 속이면 나중에 업보를 치를 것이라고 믿고있는 한편, 자기 자신에게 항상 솔직해야한다고 생각해서이다. 순찰대 일에 큰 긍지를 갖고 그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많은 레인저들이 그러하듯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다않고 노숙을 선호하는 편이다.
또, 그 자신도 모험심을 동기로 하여 여행을 떠났지만, 뭇 사람들이 말하곤 하는 기사도 정신이나 용맹함 따위를 비웃고 싫어한다. 모험이란 온갖 궂은 일들을 겪고 난 다음에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그의 철칙이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상처입혀서 재물을 빼앗고 남의 딸을 납치하는” 기사극은 모험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사극을 듣고 선망하는 아렘므의 몇몇 늙은이들을 아주 질색한다.
그러나 그도 결국 그 어리석은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충동적이다. 추구하는 이상이 다를 뿐,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는 준비도 없이 달려들었다 된통 깨지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렇게 덤벙대면서도 정작 할일은 다 끝내놓는다는 점 하나만은 대단하다.
애초에 모험심을 품은 이유는 중 하나는 차별이다. 어릴적부터 봐왔던 하프엘프나 기타 소수종족에 대한 차별의 굴레는 너무도 공고했다. 그 차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공동체 안에서 지내면서도 계속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공동체가 싫었던것 뿐이라면 공동체 바깥에서 살면 되었겠지만, 불행히도 하프엘프의 혈통은 어딜 가도 천대받곤 했다(그 진한 녹색의 머리칼이 언제나 하프엘프의 낙인을 찍는다). 그런 차별자들에게 체레자는 콧방귀를 낀다. 그런 놈들은 한주먹거리도 안된다며 자만하지만, 그런 대치가 있을 때마다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 깨지기 일쑤이다. 그 때문에 죽을뻔한 고비도 있었지만 그 충동적인 성향은 멈추지 않는다.
신출내기라고는 해도 체레자는 상당한 실력자이다. 북부 평야지대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발드린 근처에 머물고 있는데, 그 먼 길을 중간에 쉬지 않고 한 걸음에 갔고, 그 과정에서 서부의 산적단을 크게 패퇴시켜 명성이 자자하다. 언제나 “체레자가 당도했다 하면 근처의 산적들이 헐레벌떡 도망가기 바쁘다” 며 자기 자랑을 하는데,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