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변측후단자는 조선시대 관상감에서 하늘에서 일어난 천변(天變, 천체 이상 현상)이나 성변(星變, 별의 특이 현상)을 관측해 기록한 보고 자료이다.
관상감 관원들이 밤마다 교대로 하늘을 관측하고,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즉시 단자(單子) 형식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조정에 보고했다.
즉, 성변측후단자는 오늘날의 관측 일지(raw data)에 해당하며, 이후 이를 모아 성변등록(星變謄錄), 천변등록(天變謄錄)으로 편찬하고, 최종적으로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에 반영되었다.
▲ 그림1. 조선시대 천문 기록 편찬 과정1
조선시대 천문학 관서지인 서운관지(書雲觀志)의 번규(番規) 편에 따르면 재이(災異) 33종 가운데 아래 천재지변 8종을 관측단자로 보고하게 했다.
▲ 표1. 관측단자로 보고한 천재지변 8종1
천체의 현상/대상 관측 방법, 기록 형식 등을 기록한 『서운관지 』 측후(測候) 기준에 따라 매일 밤 5인이 단자(單子)에 기록
성주덕의 『서운관지 』천문 관측법을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3명의 천문학자들을 한 조로 상번, 중번, 하번으로 한 사람씩 정해 두고, 미리 정해 둔 순서에 따라 사흘마다 번갈아 하늘을 관찰했다.
밤낮으로 관측한 천문현상은 보고서로 작성되어 날마다 국왕과 조정에 보고
→ 이것이 바로「성변측후단자」 이다.
▲ 표2. 관상감 천문학자들의 관측 순번2
매월 1월과 7월의 상순에 각각 지난 6개월 동안에 일어난 천문 현상들을 모두 정리해 역사 기록을 맡은 춘추관에 보고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된 천문현상은 「성변측후단자」들을 베껴서 모아 『천변등록(天變謄錄)』이라는 책으로 만들어, 천변의 종류에 따라 『혜성등록』, 『객성등록』, 『성변등록』등으로 불렀다.
이렇게 보고된 내용들은 『승정원일기』에 기록되며, 춘추관의 사관들에 의해 사초로 기록되었다가 나중에 『조선왕조실록』에도 수록되었다.
1917년, 일본 학자 와다유지(和田雄治)가 『조선고대관측기록조사보고(朝鮮古代觀測記錄調查報告)』에서 처음으로 8권의 성변등록을 확인하고, 이를 학계에 소개하면서 그 가치를 알리게 되었다.
W. Carl Rufus는 『Korean Astronomy』에서 서양인 최초로 성변등록의 가치를 조선 천문관측의 우수성 책에 소개하고, 8개의 성변등록 외에 조선의 여러 관측 기록과 유실된 사실을 언급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성변등록은 1661년부터 1760년에 이르는 약 100년간의 기록으로, 혜성 관측 중심의 천문현상 보고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1661년, 1664년, 1668년, 1723년, 1759년, 1760년 등 총 8권의 기록이 존재했음이 확인되지만, 현재는 그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그림2.8건의 관측기록만 남은 성변측후단자1
현존하는 성변등록은 모두 혜성을 관측한 기록으로, 약 10일 내외의 집중 관측 과정을 상세히 남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18세기 3권의 성변등록(오른쪽 ⑥, ⑦, ⑧번)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유일한 원본으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자료는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언제,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혜성을 관측했는지를 보여주는 일급 사료로 평가된다.
특히, 1759년의 기록은 Halley 혜성을 관측한 자료로,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예측한 주기적 혜성의 출현을 조선에서도 체계적으로 기록한 귀중한 사례이다. 성변등록에는 혜성의 위치와 모양뿐만 아니라 색깔, 매일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당시 관측 체계의 과학성을 잘 보여준다.
⑥, ⑦, ⑧번은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
▲ 표3. 현존하는 성변등록의 혜성 기록1
성변등록은 혜성과 같은 천체 현상을 수일~수십일 동안 연속적으로 기록한 체계적 관측 자료
1759년 4월의 성변등록은 35명이 25일간 Halley 혜성을 관측하면서 위치, 크기, 색깔, 매일의 변화를 상세히 기록
이 자료는 Halley 혜성의 궤도 운동을 계산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를 제공
오늘날에도 현대 천문학 연구에서 재검증 가능한 1차 과학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조선시대 관상감의 체계적 관측 제도와 절차를 보여주는 증거
당시 천문학자들이 교대로 밤하늘을 관측하며 이상 현상을 발견하면 단자 형식으로 보고하고, 이를 모아 성변등록으로 편찬한 과정은 조선의 정교한 과학 행정 체계를 드려낸다.
동아시아 왕실 천문 전통 속에서 조선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천문학적 관측 문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현재 연세대학교에 소장된 18세기 3건의 성변등록은 동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혜성 장기 관측 원본 기록이다.
서양의 천문 기록과 비교 연구가 가능한 동양의 드문 사례로, 세계 과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류의 보편적 천문 기록유산으로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림3. 성변측후단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보도자료 일부 (한국천문연구원)3
< 참고 자료 >
한국국학진흥원 The Korean Studies Institute. https://www.youtube.com/watch?v=ynGtMtPbx04
안상현,《우리 혜성 이야기》, 사이언스북스, 2013, 98-
한국천문연구원.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ewsMaterial/29446
기상청,《(관상감이 기록한)17세기 밤하늘》, 기상청,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