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록 속 ‘태백주현(太白晝見)’은 낮하늘에서도 빛나던 금성을 바라본 흔적이었다.
오늘 우리는 망원경을 통해 그 하늘을 다시 바라보며, 과거의 관측과 현재의 관측을 연결해 보자.
▲그림1. [탐구Ⅲ-1-A] 워드클라우드 생성 결과
왼쪽은 [탐구Ⅲ-1-A]의 워드클라우드 결과이다.
가장 빈도가 높은(관측 기록이 많은) 기록은 바로 금성이었다.
Q. 당시 금성은 어떠한 기록으로 남아 있을까요?
▲그림2. 중종실록21권, 중종 10년 1월 7일 을축 3번째기사 (양력 1515년 01월 21일) / 태백주현(太白晝見) 내용1
▲ 그림3.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 '태백주현' 검색 결과 화면
국사편찬위원회 데이터베이스 '금성'에 대한 검색 결과(건)
금성(태백): 366 (43)
태백주현(금성): 3,361 (43)
성주현(금성): 45 (24)
중복된 용어를 제외하더라도 가장 많은 기록은 "태백주현(太白晝見)" 이다.
"태백주현(太白晝見)" 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태백(太白)은 금성을 칭하는 많은 용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이다.
금성이 매우 밝고 흰색의 광색(光色)을 띠기 때문에, 달처럼 하얗게 밝은 것이 인상적이어서 태백성(太白星)이라 칭했다.
동시에 오행사상에서 금(金)에 해당하여 흰색·서방을 상징했다.
▲그림4. 금성2
정의: 주로 금성(太白)이 낮에 보이는 현상을 의미
전통적 자연관과 재이(災異) 해석: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자연현상을 그저 일어난 무심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정치의 잘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하늘이 내리는 災異(재이)로 여겼다.
태백주현은 특히 임금의 권위를 저해하는 중요한 자연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이는 태양이 본래의 밝기를 잃는 현상으로 해석되었으며, 임금이 영명함을 잃거나 정치에 위협 요소가 있음을 상징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중요하게 관측되고 기록
정치적 해석과 반응:
연산군(燕山君) 시대: 연산군 5년(1499)에 김응기(金應箕)는 태백주현을 전쟁, 외척의 발호, 또는 여자의 득세 등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연산군은 4년 뒤 이를 늘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며 자신의 업무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고, 이 시기에는 태백주현이 거의 매일 기록되었음에도 특별한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종(中宗) 시대: 중종 때 태백주현이 특히 많이 기록된 것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연결됨.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중종의 측근 공신 세력이 신진사류들의 비판 대상이 되면서, 이들이 임금의 총명(聰明)을 가로막는 소인(小人)들로 여겨지던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태백주현이 많이 기록된 것으로 보다. 예를 들어, 중종 4년 12월 대간이 올린 상소에는 태백주현이 천둥번개보다 심한 재변이므로 소인배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世宗) 시대와의 비교: 중종 시대에 비해 세종 시대에 태백주현 기록이 훨씬 적었다는 점은, 당시 임금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와도 관련될 수 있다.
다른 재이 현상과의 비교: 일식과 같은 태양 관련 자연현상도 정치적 해석에 사용되었으나, 고려 초부터 일식은 독자적인 예보가 가능해져 조선 초에는 그리 심각한 재이로 여겨지지 않았음. 오히려 비교적 자주 나타났던 금성 주현과 햇무리가 정치적 해석에 많이 이용되었다.
지금부터 천체망원경을 이용하여 낮하늘의 금성을 관측해 보자.
천체 망원경을 이용하여 낮에 떠 있는 금성을 관측한다.
다음의 세부 활동을 단계적으로 수행한다.
활동 ① 대낮의 금성 관측에 대해 이해하기
활동 ② 관측 계획하기
활동 ③ 관측 수행하기
최대 광도에서 관측 가능: 금성은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이며, 최대 광도는 약 -4.6등급이다. 대낮 육안 관측의 한계 등급(-3.3등급)보다 훨씬 밝기 때문에 관측 가능하다.
고천문학 연구 사례: 고려사 기록을 검증한 결과, 실제로 대낮에 육안 관측이 충분히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Lee, K. 2017)4
올바른 조건만 갖춘다면, 맨눈이나 망원경으로 대낮에도 금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5. 낮에 관측한 금성 사진5
밝기: 금성이 최대 광도(-4.4 ~ -4.6등급)일 때
위치: 태양에서 약 40° 이상 떨어져 있을 때 (큰 이각)
고도: 자오선을 통과해 하늘에서 가장 높이 올랐을 때 (대기를 가장 적게 통과)
날씨: 하늘이 짙푸르고 대기 투명도가 좋은 맑은 날 (한국에서는 가을 초입이 가장 좋은 시기)
기타: 달, 구름, 건물 등으로 태양을 가려 눈부심을 줄일 수 있을 때
달을 길잡이 삼기: 금성이 달 근처에 있을 때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오선 통과 시 관측: 금성이 정남(북) 방향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대기 방해가 줄어 더 선명하다.
해 뜨기 전부터 추적: 새벽에 금성을 찾아 위치를 기억해 두면, 해가 뜬 뒤에도 계속 추적할 수 있다.
천문 앱 활용: Stellarium 등의 앱이나 일출·일몰 계산기를 활용하여 금성의 위치·자오선 통과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6. 해 뜨기 전부터 금성을 추척하여 관측하는 방법5
태양을 직접 보지 말 것: 망원경이나 육안으로 태양을 바라보는 것은 실명 위험이 있다.
망원경 안전: 반드시 금성의 위치를 확인한 뒤 망원경을 사용해야 하며, 태양 근처를 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차폐물 활용: 태양빛을 가려 눈부심을 줄이면, 금성을 찾기 훨씬 수월하다.
관측 일정을 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은 기상 조건입니다. 맑고 구름 적은 날을 선택하고, 일기예보와 구름 분포를 미리 확인한다.
참고 사이트
기상청 단기예보 https://www.weather.go.kr/
meteoblue (고도별 구름량 확인) https://www.meteoblue.com/en/weather/outdoorsports/seeing/
일출·일몰 시간을 반드시 확인합니다.
▲그림7. meteoblue 실행 화면6
고도별 구름의 양을 확인 가능(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구름이 적음)
▲그림8. Stellarium으로 확인한 금성의 위치
▲그림9. Solar System Live 시뮬레이션 화면7
관측 위치(위도/경도)에 따른 태양계 행성들의 상대적 위치 확인 가능
금성의 관측 시각 및 방향을 확인하는 방법
① Stellarium 앱을 활용
② 태양계 궤도 시뮬레이션(Solar System Live)으로 금성의 상대적 위치 파악
Solar System Live https://www.fourmilab.ch/cgi-bin/Solar
→ 금성의 상대적 위치를 바탕으로 관측 가능한 시간과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다음 조건을 고려하려 관측 장소를 선택한다.
시야 확보: 동서남북 하늘이 트여 있고, 나무·건물·산 등에 가리지 않는 곳
지형적 안정성: 넓고 평평하여 이동과 자리잡기가 쉬운 공간
빛 공해 최소화: 가로등, 건물 불빛 등이 적은 곳
육안으로는 금성의 위치나 밝기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천체 망원경을 이용하면 금성의 모양과 크기를 관측할 수 있다.
이 활동에서는 굴절 망원경을 이용합니다. (사용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
이 활동에서는 해 뜨기 전부터 금성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관측을 진행한다.
망원경 설치하기
금성이 위치한 방향에 맞추어 망원경을 설치한다.
망원경으로 금성 관측하기
일출 전 금성을 관측하며 위상과 크기를 확인한다.
금성 추적하기
해가 떠서 하늘이 파래진 이후에도 금성을 계속 추적한다.
🚨단, 망원경을 절대 태양 근처로 향하지 않도록 주의한다.(실명 위험)
관측 마무리하기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 하늘이 너무 밝아져 관측이 어려워지고,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관측을 종료해야 한다.
권장 종료 기준: 태양 고도가 약 15° 이상 올라가면 금성이 고도 높게 있어도 배경광 때문에 망원경 관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장비 과열 위험: 망원경이 태양 쪽 빛을 간접적으로라도 받으면 내부 구조가 과열되어 장비 손상 및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 관측 결과
일출 전(6:00)부터 금성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으나, 망원경으로는 확인 가능
동쪽 하늘에서 금성을 추적할 수 있었으며, 태양이 지평선 위로 떠오른 이후에도 망원경 관측 가능
크기는 작지만, 금성의 위상이 확인 가능
🔍 관측 의의
낮 시간대에도 망원경을 통해 금성을 관측할 수 있음을 확인
금성의 위상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지구와 금성의 위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문헌에 남아 있는 "낮에 금성이 보였다"는 사례가 실제로 가능함을 체험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림13. 망원경 접안부 사진(06:42 촬영)
▲그림14. 금성 관측 방향 (출처: Stellarium 스크린 샷)
이번 활동은 방대한 문헌 기록을 통해 선조들이 하늘을 향한 탐구에 얼마나 진지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기록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며,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담은 탐구의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태백주현 기록을 바탕으로 낮에도 금성을 관측함으로써, 옛 기록을 오늘날의 과학으로 검증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참고 자료 >
국사편찬위원회. 중종실록, 중종 10년 1월 7일, “태백이 주현하다” 조항. https://sillok.history.go.kr/id/kka_11001007_003
한국천문연구원. 금성의 기원.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5135
우리역사넷. 일식과 태양 관련의 자연현상.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nh/view.do?levelId=nh_027_0020_0010_0030_0010#ftid_050)
Lee, K.(2017). Daylight Observations of Venus with Naked Eye in the Goryeosa. Journal of Astronomy and Space Sciences, 34(1), 67–73.
EarthSky. "Venus in the daytime: Best ways to see it". https://earthsky.org/astronomy-essentials/how-to-see-venus-in-the-daytime/
Meteoblue. Outdoorsports – Seeing. https://www.meteoblue.com/en/weather/outdoorsports/seeing/
Fourmilab. Solar Position Calculator / Solar Ephemeris. https://www.fourmilab.ch/cgi-bin/Solar
Edward L. Ellis(1995). Naked-eye observation of Venus in daylight. : Journal of the British Astronomical Association, vol.105, no.6, p.31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