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학교교육 방향 제안


1. 교육의 본질을 지키는 AI 활용의 기준

가. 인사이트 1: AI 도입보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부터 정해야 한다

학교에 AI를 도입하는 일은 AI 유료 계정을 지급하거나 수업에 AI를 적용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과거 학교에 여러 기술들이 들어왔지만, 기술이 먼저 들어오고 교육의 목적이 뒤따르면 교육이나 수업의 변화보다는, 운영의 효율이나 도입 실적만 앞세우기 쉬웠다. 실제로 기술 도입이 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보장하지 않으며, 특히 AI와 같은 기술은 잘못 활용하면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보다는 학생의 자율성과 학교 구성원 간 관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기술을 무작정 도입하기보다는 학교가 어떠한 인간적 성장과 교육적 관계를 지향하는지 분명히 해야 하며, 그 철학에 맞는 범위에서 AI 기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도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에서도 AI 도입 과정에서는 우수 사례만 확산할 것이 아니라 AI 도입으로 우려되는, 또는 실패가 발생 가능한 조건과 원인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AI의 활용 범위와 안전장치를 조정할 때 AI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최첨단 기술 모델조차 감시와 정서적 안전이라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이는 서두에 언급한 조지 오웰의 『1984』 속 기술 발달이 가져오는 감시의 공포와 맥을 같이 합니다. 결국 이러한 학교들의 창업자들도 교육 철학이 기술을 이끌어야 하며, 기술이 교육을 앞서가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김지호, 아이스토리 대표)

 “현재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지역 교육청이 AI의 초·중등 교육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주로 우수 사례(Best Practice) 발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실패 사례를 수집하는 작업도 필수적입니다. AI는 만능이 아니며, 잘못 활용할 경우 교육 현장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나. 인사이트 2: AI의 답을 믿기 전에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는 개념을 학습하거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비교할 때 학습을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답안을 작성하거나 가치가 걸린 결론을 내리는 일까지 AI에게 의존하게 되면 인간이 직접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이 점차 줄어들게 된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AI 서비스가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중립적 존재가 아니라, 기업의 목적과 설계 방식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라는 것이다. 이는 AI가 제시하는 결과가 언제든 틀릴 수 있으며, 틀리지 않더라도 특정 관점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답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기보다는, AI의 답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고 그 결과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의 기존 생각과 대조해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의 초기 도입 시기에서 기술의 작동 방식과 한계를 이해하는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길러져야 한다.

“AI에게 맡겼을 때 효과적인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개념 정리, 구조화, 질문 생성, 관점 비교 등에는 AI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학습자에게 인지적 비계로서 기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위 '레드 존(Red Zone)'이라 불리는 영역이 있습니다. 최종 답안 작성을 전적으로 맡기거나 가치 판단 및 결론 도출을 의뢰하는 경우입니다. 가치 판단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어야 합니다. 가령 실험 결과 자체는 AI가 도출할 수 있으나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므로, 해석하는 과정까지 AI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수행 평가 대필 역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교육 현장에서 견지할 때, 아이들의 사고가 외부로 외주화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함영기, 연세대 교육학부 비전임교수)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 그것을 절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OpenAI, 구글, Anthropic과 같은 기업들은 결국 수익을 목적으로 AI를 개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오히려 가짜뉴스에 더 잘 속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은 가르쳤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충분히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미디어는 기업이 이윤을 위해 설계한 것이며, 그것이 신도 아니고 항상 정답도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합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다. 인사이트 3: 어린 학생들에게는 AI보다 책과 놀이가 먼저다

어린 학생에게 생성형 AI를 일찍 제공하면 할수록 긴 글을 읽지 않고도 요약된 결과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이 반복되면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으며 생각을 이어가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읽기는 정보를 얻는 활동을 넘어 집중력과 사고의 흐름을 형성하는 주요한 과정으로 아동 발달 초기부터 충분히 축적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유아와 초등 저학년에게는 화면 속 결과물을 통해 빠르게 만드는 활동보다는, 신체를 움직이고 감각으로 세상을 익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놀이와 체험 속에서 사물을 만지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은 AI가 절대로 대신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아동의 AI 사용을 제한하고, 읽기와 신체 활동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발달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AI 활용을 모든 학교급에 일괄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가 형성된 이후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매우 제한적으로 넓혀가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생성형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일정 연령까지는 생성형 AI의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행위 자체가 소수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직접 책을 읽지 않고 요약본이나 결과물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뿐, 제대로 된 역량을 키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 단계 등 특정 시기까지는 수업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제한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책을 읽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이현경,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사회정책그룹 그룹장)

 “유아 교육에서 AI 사용은 전면 제한되어야 하며, 초등 교육에서도 고학년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신체 조절 능력과 감각 경험이 성장의 핵심이며, 이는 체험과 놀이 기반 학습을 통해서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2. 스스로 생각하고 배움을 이끄는 교육

가. 인사이트 4: 좋은 답보다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힘이 중요하다

AI가 도입되면서부터 사람이 AI에게 목표와 과업을 분명하게 제시하면 정보를 찾아 결과를 만드는 일을 누구보다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전 과정, 우리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왜 그 문제가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우리가 왜 알아보아야 하는지는 AI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AI 시대에 학생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순히 좋은 답을 얻는 질문법을 익히는 데 머물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서 해결이 필요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문제의 범위와 조건을 분명하게 정의하는 힘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문제의 성격을 살펴 자신이 직접 판단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과 AI에게 위임할 부분을 구분하여 실행해야 한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한다는 것은 모든 일을 AI 비서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AI와 나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AI의 결과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이 정해진 문제의 답만 찾게 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AI와의 협업 방식을 설계해 보는 많은 경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I는 스스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합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문제를 정의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입니다.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문제를 발굴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능력은 교과 지식만으로 확보되지 않으며,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입니다.” (주재걸, KAIST 김재철 AI대학원 석좌교수)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은 위임, 질문 유도, 실험 설계와 같은 복합 역량을 동시에 발휘합니다. 즉, 문제의 성격에 따라 역할을 배분하며 AI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

 

나. 인사이트 5: 많이 푸는 공부보다 왜 그런지 아는 공부가 중요하다

AI가 앞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AI가 활용되더라도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은 사고의 바탕으로 남게 된다. 학생이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AI가 제공한 정보를 판단하기 어렵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결과를 검토하거나 수정하는 일도 힘들어진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결국 기초적인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는 기초 능력을 마치 AI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낡은 기능으로 취급하지 말아야 하며, AI가 더 많은 것을 해줄수록 학생에게 더 충분한 기초능력의 내면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초 능력은 분명히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사칙연산의 의미를 이해하지 않은 채 수천 문제를 반복하며 계산 속도만 높이는 반복 훈련은 계산기와 컴퓨터가 보편화된 환경에서 핵심적인 교육이라고 보기 어렵다. 학생이 기계보다 빠르게 계산하도록 만드는 것보다 결과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쓰기 역시 답을 기록하는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조직하고 점검하는 과정으로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초 능력의 발현이 반복과 속도 중심에서 원리의 이해와 표현으로 이동해야 한다.

“수학 교육에서 사칙연산 역량은 분명히 핵심 역량입니다. 수의 개념과 연산의 의미를 이해해야 추상적 사고나 대수학, 기하학 같은 심화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천 문제씩 반복해서 푸는 단순 계산 훈련은 이제 핵심 역량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빠르게 암산하고 계산하는 능력이 실제 시험과 생활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은 계산기와 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핵심 역량은 단순 계산력이 아닌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에는 필수라 여겨졌던 주산이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은 학교에서 철저히 강조되어 내면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말하기만 강조하고 쓰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다. 인사이트 6: AI 시대에는 넓게 경험하고 함께 일하는 힘이 필요하다

AI가 발전될수록 특정 분야의 지식을 깊이 갖추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다른 경험과 연결되지 않으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실제 전문가들이 경험한 현장에서도 한 분야만 파고든 사람들보다 다양한 교양과 활동을 경험하고 사회성을 갖춘 사람이 더 크게 성장하는 사례를 많이 확인하였다. 폭넓은 경험은 단순히 여러 활동을 해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특히 AI가 정답이 있는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수록 사람에게는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을 한 가지 능력으로만 평가하기보다 폭넓게 배우고 자신의 전문성을 다른 사람과 연결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저희는 다양한 것을 배우며 성장해 왔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들은 특이하다는 선입견은 없었으면 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한 한 분야만 깊이 파고들어 그것만 잘하는 사람들보다, 여러 영역을 고루 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합니다. 정말 뛰어난 사람들은 음악도 좋아하고, 미술도 즐기며, 체육도 잘하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도 성과를 냅니다. 동시에 사회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경험할수록 그런 사람들이 더 잘한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보편적인 역량을 폭넓게 배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고에서도 다양한 교양과 경험을 함께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CTO)

 “앞으로는 단순히 특정 업무만을 반복 수행하는 사람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한 역할은 인공지능이 충분히 대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소셜 스킬, 매니징 능력, 소통 능력, 비전 제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CEO나 대통령, 정치인, 종교 지도자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인성과 윤리 교육도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신진우, KAIST 김재철 AI대학원 석좌교수)

 

3. 생각과 경험을 확장하는 교수학습

가. 인사이트 7: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 학습은 배운 지식을 시험 답안에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한다. 학생이 직접 산출물을 만들어 세상과 꾸준히 연결해 보는 접점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학생은 무엇을 만들 것인지 정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결과를 구체화하면서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판매하거나 작은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활동 등은 공부와 삶을 분리하지 않는 교육이 될 수 있다. 공교육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삶과의 맥락을 연결짓는 활동 등이 정규 교육과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지 못하였으며, 이러한 활동은 흔히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진로라는 오해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 AI를 활용하면 코딩이나 제작 기술이 부족한 학생도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발전시키기가 쉬워졌다. 따라서 학교는 완성된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이 만들고 시도하며 세상과 직접 만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AI 시대에 노동자가 되지 않겠다는 말은 곧 스스로 사장이 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대안학교가 앙트레프레너십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메이커 스쿨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는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고, 팔고, 개발하고, 창업하는 과정을 교육합니다. 그러나 공교육의 정규 교육과정에는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길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세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교육입니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작은 경험부터, 공장을 세우고 유통 사업을 운영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앙트레프레너십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제가 초등학생 부모님들에게는 “고등학교를 보낼 건지부터 생각해보셔야 될 것 같다”라는 이야기까지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이 중요하기 때문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경험 교육을 되도록 많이 늘리면 좋을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예전부터 많이 시도됐던 게 바로 PBL 수업(Project-Based Learning)입니다. 저는 미래 역량을 기르는 데 이보다 좋은 교육 방식은 없다고 생각해요. 거꾸로 교실도 좋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PBL 수업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공교육에서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예를 들어 코딩으로 웹·앱·게임 만들어보기. 물론 앞으로는 코딩 자체가 꼭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학생이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I를 이용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물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경험이라는 거예요.” (황준원, 미래채널 MyF 대표)

 

나. 인사이트 8: AI를 켜기 전에 먼저 내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부분 긍정적이고 친절한 답변을 제공해주는데,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현재 긍정적인 학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AI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반응은 학습자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과 부풀려진 효능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본래 역량과 효능감은 뜻대로 되지 않는 도전적인 문제를 붙들고 고민하며, 실패를 반복한 뒤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생기게 된다. 하지만 AI가 학습자가 겪고 넘어가야 할 불편한 시간을 너무 빨리 없애고, 그 과정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피드백해 주면서 외부의 답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I를 잘 사용하는 교육에는 역설적으로 AI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이 먼저 자신의 질문과 초안을 만들고, 어느 정도 생각을 발전시킨 뒤 AI의 답과 비교하도록 수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때 AI를 사용하는 것은 사고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며, 이미 형성된 생각을 넓히고 수정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학습의 주도성을 학생에게 남겨두려면 편리함을 제공하기보다, 고민과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진정한 효능감을 줄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요즘은 가짜 효능감을 얻기 쉬운 시대입니다. 생성형 AI처럼 질문에 항상 긍정으로 시작해 대답해 주는 방식은 가짜 효능감을 길러주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효능감은 반복되는 실패와 답답함을 견뎌내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이현경,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사회정책그룹 그룹장)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AI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의 중요성에 도달합니다. 자기 생각이 충분히 발전한 뒤에야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AI에 종속될 위험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본래 게으르려는 경향이 있으며, 한 번 게을러지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다. 인사이트 9: AI는 별도 수업이 아니라 모든 교과 속에서 배워야 한다

AI는 별도의 기능으로 덧붙이기보다 각 교과가 중요하게 다루는 탐구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 수업이라면 AI를 활용해 실험 주제를 탐색할 수 있지만,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연구할지는 학생이 판단해야 한다. 학생은 AI가 제공하는 결과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틀릴 수 있는 결과라는 점도 함께 배워야 하며, 이러한 경험은 AI의 편리함을 익히는 동시에 환각 현상과 같은 한계를 교과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게 한다. 교사는 AI를 사용한 결과 자체보다 학생이 그 결과를 어떻게 검토하고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원리에 따라 판단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따라서 융합교육의 핵심은 모든 교과에서 AI의 활용 기능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닌, 각 교과가 가진 특성에 따른 질문을 더 깊이 탐구하도록 AI를 활용하는 데 있다.

“AI 융합에 관한 논문을 보면 대부분 기존 교과에 AI를 더하는 방식으로 융합을 시도합니다. 미술에 AI를 더하고 수학에 AI를 더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AI 융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대 교육철학자 거트 비에스타는 현대 사회가 모든 것을 ‘학습화(Learnification)’한다고 비판합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AI는 사회 전반에 적용되므로 각 교과 안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져야 합니다. 과학 시간의 경우, AI를 통해 실험 주제를 탐색하면서 편의성을 경험하는 동시에 환각 현상(Hallucination)의 위험성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이 절대적 정답이 아닌 확률적 결과물임을 인지하고, 최종 선택과 연구 방향 설정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을 가르치는 식의 융합 교육이 바람직합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라. 인사이트 10: 오늘의 AI보다 내일의 AI에도 적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AI 도구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서비스가 모든 활동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과업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AI 도구를 함께 활용해야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각 도구의 장점과 한계를 판단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사도 AI를 충분히 사용해 보지 않으면 어떤 도구가 수업에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그때마다 모든 새로운 서비스를 유행에 따라 사용해 볼 수도 없다. 특히 학교가 현재 유행하는 AI 도구의 사용법을 따라가는 데 수업 시간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학생은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배울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특정 AI에 종속된 기능 교육보다, AI가 결과를 만드는 기본 핵심 원리와 도구를 선택하는 기준을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면 과업을 해결하는 데 문제를 어떻게 설정하고 정의할 것인지, 과업의 전체에서 어느 부분을 AI에게 확인할 것이며 나의 판단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 등 보다 큰 영역의 메타인지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AI의 기능을 가르칠 때도 자신이 해결하려는 과업에 어떤 도구가 적합한지 판단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필요할 때 다른 도구로 전환할 수 있는 판단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러한 메타인지가 형성되면 학생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더라도 스스로 활용법을 익히고 AI와 협업하는 방식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AI 도구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합니다. 충분히 써보고 장단점을 알아야 교육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각 도구는 이미지, 데이터 분석, 서술 등 강점이 다릅니다. 한 가지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여러 도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듭니다. 교사 역시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하면 교육 도구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김세웅, 카카오 AI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단순 앱 조작법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고 시대에 따라 쉽게 변하므로 공교육에서 과도하게 다룰 이유가 없습니다. 단순 활용 교육은 최소화하고,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며 인공지능과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4. 성장과 선택을 지원하는 평가

가. 인사이트 11: 잘 만든 답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면서 많은 학생이 짧은 시간 안에 겉보기에 완성도 높은 과제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다. AI로 인해 결과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최종 과제물만 보고 학생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가는 완성된 산출물뿐 아니라 학생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판단을 거쳐 결과를 만들었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AI와 나눈 대화 기록이나 작업 과정, 수정한 흔적은 학생의 사고가 어디에서 드러났는지 확인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평가 방식을 과제물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직접 질문하거나 학생이 발표하도록 하면 내용에 대한 실제 이해도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과정 자료를 함께 평가하면 학생이 스스로 수행한 부분과 AI의 도움을 받은 부분을 보다 구분하기 쉬워지며, 평가의 공정성도 높일 수 있다.

“이제는 단순히 결과물만으로 학생들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숙제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알기 어렵고, 대부분 결과물은 훌륭하게 완성해 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직접 질문을 하거나 발표를 시켜보면 학생의 실제 역량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즉, 순수하게 결과만으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

 “리포트 작성에도 AI가 활용되는 시대입니다. 학생이 AI를 어떻게 활용해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는지 그 로그와 과정을 함께 제출하게 한다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교육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데이터는 평가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재걸, KAIST 김재철 AI대학원 석좌교수)

 

나. 인사이트 12: AI를 써도 생각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를 내야 한다

오픈된 평가는 학생이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되, AI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러 도구를 함께 활용하더라도 문제의 의미를 해석하고 최종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사람의 의사결정과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AI를 사용하는 경우 학생이 왜 그런 방법을 선택했고 결과를 어떻게 검토했는지가 중요하며, 과제를 제출한 뒤에도 교사가 직접 풀이 과정이나 작성한 과제물에 대해 질문하며 학생이 어떠한 고민과 판단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평가 방식에서 AI를 사용하면 안 되는 평가는 AI 사용이 금지된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하여야 하며, 통제된 평가가 아닌 경우에는 학생이 AI를 사용할 수 있음을 전제로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평가에서 AI 사용을 적발하는 데 힘을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AI를 사용해도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과제를 만드는 일이 평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카카오에서도 한 차례 비슷한 시도를 했습니다. AI TOP 100이라는 경진대회였는데, 회사 홍보가 목적이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의 성장과 AI 활용 역량 확대를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였습니다.약 10개의 문제를 제시하는데, 단순히 AI에 입력한다고 해서 풀리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여러 도구를 함께 활용해야 하고, 사람의 개입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입니다. 이 문제들을 만들기 위해 사내 인력들이 모여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AI가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들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저는 이런 시도가 교육 현장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과서와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할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세웅, 카카오 AI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교육자는 학생이 AI를 활용한다는 전제하에, AI를 사용하더라도 고도의 사고 능력을 발휘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제를 부여한 뒤 이에 대해 직접 질문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고민한 학생은 대답을 구성해 내지만, AI의 결과를 단순히 복사한 학생은 본인이 작성한 내용이 아니므로 답변하지 못합니다. 제출한 과제의 첫 문장을 가린 뒤 해당 문장을 말해보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다. 인사이트 13: 줄세우기 경쟁보다 자기 길을 만드는 힘을 길러야 한다

상대평가는 학생을 줄세우기 하여 대학 입시에 필요한 변별력을 만드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방식은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다른 학생보다 얼마나 높은 순위를 차지했는지에 관심을 둔다. 시험의 난도는 해가 갈수록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복잡해지며, 소수의 학생을 제외한 다수의 학생들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소위 ‘킬러 문항’과 같이 변별을 위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된 문제로 인해 실패와 좌절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평가 구조가 유지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학교교육의 필요보다 대학 입시의 선발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학입시 전형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AI가 많은 정형적인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제 주어진 기준에 맞추어 경쟁하는 능력만으로 AI 시대를 준비하기 어렵다. 단순히 지시를 따르고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평가를 줄이고 학생의 기여와 성장을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며, 학교는 순위 경쟁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기 길과 방향을 스스로 탐색해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이렇게 강하게 상대평가를 도입한 나라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는 거예요.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까지 상대평가를 압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잖아요. “몇 점부터 몇 퍼센트까지는 A”, “몇 퍼센트까지는 D” 이런 방식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인데, 변별력을 위해 시험을 어렵게 내는 이유가 뭡니까? 결국 변별력 때문이잖아요. 그렇다면 학생들을 그렇게 좌절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결국 대학 입시 때문인데, 입시가 안 바뀌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AI 시대에는 상대평가를 줄일 필요가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물론 “대한민국은 경쟁력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시키는 나라니까 그대로 가야 한다”라고 하신다면 또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인간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 평가 방식이 될 수 있겠죠.” (황준원, 미래채널 MyF 대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를 생산하는 교육이 아니라 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입니다. 물론 노동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노동자를 만드는 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는 리더를 키워내기 어렵습니다. 저는 지금의 구조 안에서 리더를 길러내는 교육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5. 다른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학교 환경

가. 인사이트 14: 학생마다 다른 성장 속도를 인정하는 유연한 학제가 필요하다

현재의 학년과 학급 체제는 같은 나이의 학생이 같은 시기에 입학하여 정해진 12년 과정을 같은 순서로 밟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체제는 학생을 일정한 규모로 운영하는 데에는 편리하지만, 개인마다 다른 발달 시기와 학습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같은 학년 안에서도 어떤 학생은 이미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반면, 다른 학생은 같은 내용을 익히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기간과 순서를 요구하면 빠르게 성취한 학생은 기다려야 하고 시간이 필요한 학생은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학년의 경계를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학생의 준비 정도에 따라 다음 단계로 이동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선택권이 필요하다. 자칫 오해하면 이는 빨리 배우는 학생만을 위한 조기 진급만 생각하는데, 서로 다른 성장 속도를 교육과정 안에서 인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교육에서도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행 학제는 법률과 오랜 제도에 의해 관습적으로 고정되어 왔으며, 이는 단순히 교육계에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적정 학령인구의 사회 진출 시기와 노동시장 등 여러 사회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를 추후 AI의 장악력이 더 커진 이후에 진행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전면적인 학제 개편은 아니더라도 개별화 교육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수업 수준의 변화, 시간표, 학년 체제 등의 변화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시간표, 학년, 학급 체제는 이제 당연하게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6-3-3-4 학제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명확히 고정되어 있으며, 1950년대 말에 만들어진 체제입니다. 쉽게 바꿀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 틀을 유연하게 조정하면 교육의 융통성은 훨씬 살아납니다. 인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면 영아기에 필요한 경험과 초등학교 시기에 필요한 경험은 다르고, 초등학교 안에서도 저학년과 고학년의 발달 특성은 다릅니다. 발달 단계에 맞게 교육이 다양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기존에는 초중고 12년의 과정을 모두 마쳐야 사회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평가 체계를 역량 기반으로 전환하여,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조기에 성취를 이루고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규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AI융합연구센터장)

 

나. 인사이트 15: 학교 공간은 집중과 협업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책상이 앞을 향한 교실은 교사가 한 번에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편리하지만 학생마다 다른 활동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들의 개별 학습과 학생 간의 협업이 함께 이루어지려면 수업 방식뿐 아니라 공간의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전문가 중 일부는 환경을 먼저 바꾸면 자연스럽게 수업방식도 바뀔 수 있다 역설한다. 실제 학생이 조용히 몰입해야 할 때와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해야 할 때 필요한 환경은 서로 다르다. 교실 안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활동이 달라질 때 학생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공간을 반드시 고정된 벽으로 나누기보다 가구와 재료를 활용하면 수업의 변화에 맞추어 교실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조명과 소음도 학생의 감정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므로 단순한 인테리어 요소로 보아서는 안 된다. 소음이 줄고 편안한 조명이 마련된 공간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목소리와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존 모델’은 기업의 활동 기반 업무 환경(ABW)을 교실에 그대로 옮겨온 구성입니다. 첫 번째는 ‘AI 개별 학습존’으로, 1인용 스터디 캐럴과 방음 부스를 갖춰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기업의 포커스 존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소그룹 협업 존’입니다. 이동식 원형 테이블과 화이트보드를 활용해 토론과 실험을 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존입니다. 세 번째는 ‘발표와 공유 존’입니다. 계단식 좌석이나 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발표, 전시, 강연 등을 진행하는 라운지 성격의 공간입니다. 핵심은 앞서 살펴본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벽이 아닌 가구, 조명, 바닥재로 구역을 나누어 학생이 활동에 따라 자유롭게 자리를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김지호, 아이스토리 대표)

 “연수를 호텔에서 진행해 보면 간접 조명과 레드카펫, 음악이 있는 환경 속에서 목소리도 부드러워집니다. 반면 교실에서는 마치 싸우듯 수업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무엇인가 잘못된 지점입니다. 왜 교실은 호텔처럼 설계될 수 없습니까. 왜 간접 조명이 들어오면 안 됩니까. 영국의 한 학교에서는 복도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습니다. 소음이 줄어 수업에 방해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교육을 지원하는 기본 태도입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다. 인사이트 16: AI를 쓸 수 있는 기회와 잘 쓰는 법을 모두 보장해야 한다

성능이 우수한 AI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되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어떤 AI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보를 얻는 속도와 결과물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학생의 경제적 배경이 학습 성과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직무 환경에서 AI를 연결하여 AI 오케스트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한다는 점은 이미 노동시장에서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학교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AI 서비스를 모든 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이 학생들에게 관련 바우처만 제공하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바우처를 똑같이 지급하는 것만으로 교육 격차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으며, 같은 도구를 제공받더라도 학생이 그것을 학습에 활용하는 방법과 스스로 공부하려는 동기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더욱 AI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모든 것을 외주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두의 AI를 위해서는 AI 구독 비용 지원과 더불어 AI 활용 교육과 학습 지원이 하나의 체계 속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우수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어떤 인공지능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학생들의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인공지능으로 인한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진우, KAIST 김재철 AI대학원 석좌교수)

 “유료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정책이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 OECD 등에서 권고하는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의 학습 노하우, 그리고 AI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함께 교육해야 합니다. 나아가 학습 동기가 저하된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교육 체계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유료 AI 비용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교육 격차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이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6. 교육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전문성과 지원 체계

가. 인사이트 17: 정책은 덜어내고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게 해야 한다

교육은 교사가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학생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는 행위이다. 따라서 교사의 영향력은 교실 안에서 작동해야 하며, 교사의 영향력이라 함은 학생을 일방적이며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힘이라기보다는, 학생의 상황을 살피며 학생게게 필요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라 할 수 있다. AI시대 학생의 주도성과 호기심이 중요해 질수록 이를 적절한 배움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판단과 안내가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교육 정책이 계속 학교로 내려오게 되면서 교사는 수업보다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정책이 늘어날수록 학교가 감당해야 할 보고와 사업도 증가하게 되며, 교사가 학생을 직접 만나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의 역할을 무조건 확대하기보다 학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정리해야 한다.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사업을 줄이고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하며, 이를 통해 교사의 주체적인 교육적 판단을 넓혀야 한다. 교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은 새로운 책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정책 부담을 줄여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할 권한과 시간을 돌려주는 데서 시작된다.

 “AI와 교사의 권위, 권한, 교권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쉽게 말하면 ‘영향력’입니다. 교사의 영향력이 교실 안에서 분명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교육은 성숙한 사람이 미성숙한 사람을 안내하는 과정입니다. 교육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변화입니다. 물론 학생의 주도성, 창의성, 탐구성, 호기심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육은 기본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를 가집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별도의 동력, 즉 모터가 필요합니다. 이 구조를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민선 교육감 시대 이후 교육 현장이 왜 더 힘들어졌는지 냉정하게 물어야 합니다. 지금은 '정책 과잉의 시대'이자 '학교의 위기'입니다. 교육청에서 수많은 정책을 생산해 현장으로 전파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정책이 쏟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모든 교육청의 구성원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정책을 생산했다는 방증이며 , 이는 곧 학교가 감당해야 할 정책의 양이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본청을 최대한 슬림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핵심 과제 위주로 정책을 재편해야 합니다.” (함영기, 연세대 교육학부 비전임교수)

 

나. 인사이트 18: 교사가 AI를 잘 쓰려면 배우고 따져 볼 시간과 문화가 필요하다

교육 활동의 주체인 교사가 AI를 교육적으로 잘 활용하려면 시대의 변화에 맞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개인 교사의 노력에만 맡기기보다 교사가 준비되는 과정과 현직 연수를 체계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의 AI 연수와 교사 모임은 특정 도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에 치우쳐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지털 또는 AI 분야에 관심있는 소수의 교사들만의 활동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러한 교육만으로는 AI가 학생의 사고와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는 전문성을 기르기 어려우며, 다수의 교사는 이에 무관심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교사 연구회는 성공적인 활용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수업에서 생긴 의문과 우려를 학교 전체 구성원이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의 비판적 의견이 드러나야 AI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청은 교사 연구회를 넓게 조직하되 정해진 결론을 확산하는 통로로 운영하기보다 현장의 다양한 판단을 정책에 반영하는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교육 활동의 주체는 교사입니다. 학습의 주체는 학생입니다. 이 구분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교사의 자질과 역량, 자격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구조화되어 있는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준비 과정은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는가, 그에 맞는 연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합니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현재 AI 교육은 도구적 활용 측면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회나 모임이 예산 지원과 결과물 도출을 위해 '잘 활용하는 방법'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AI 리터러시 관련 교사 연구회를 광범위하게 조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비판적인 의견들을 현장의 목소리로 수렴하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함영기, 연세대 교육학부 비전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