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교육 현장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
지난 7월 8일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열린 전문가 대담에서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의 주재걸, 신진우 교수는 서로 다른 흥미로운 답변을 선사했다.
신진우 교수는 AI의 등장을 인류가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본인들보다 똑똑한 종족을 본 적이 없는데, 그들보다 더 똑똑한 신인류의 출현으로 규정했다. 이런 신인류가 유입되면 외국인 유입과 비슷하게 사회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지적 노동의 가치는 퇴색되며 인간의 역할은 AI를 조직화하고 지시하는 경영자적 역할로 옮겨간다는 전망이다.
주재걸 교수는 이 변화를 기술 발전의 단계로 구체화했다. 과거 검색 시스템에서는 사람이 요청을 시작해야 했고, 추천 시스템에서는 AI가 우리가 원할 법한 것을 자동으로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AI가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신약 개발과 같은 과학적 진보를 자가 발전 형태로 이끌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두 교수 모두 지적 노동의 자동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 다음 단계에 대한 시선은 조금씩 달랐다. 신 교수는 노화와 생명 연장 문제를 인류가 AI로 풀어낼 다음 화두로 지목했고, 주 교수는 교육의 형태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었다.
10년 후에도 학교가 인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신진우 교수는 바둑의 사례를 들었다. AI가 바둑을 정복한 이후에도 인간 스승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았듯,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는 것을 지켜보지 않는 것처럼 교육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해야 더 설득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주재걸 교수는 코로나 시기 비대면 교육을 경험한 세대에게서 나타난 부작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하나로 혼자 학습한 세대에게서 인간적 문제들이 나타났다는 사례를 들며, 선생님이 보여준 모습과 동료·선후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운 것들이 AI 시대에 오히려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 운영 경험도 덧붙였다. 사회성이 부족한 학생이 회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 전에, 연구실이라는 조직 안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소프트랜딩의 환경으로서 학교가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인재의 역량에 대해 신진우 교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정해진 답이 있는 지식적·육체적 노동은 AI가 대체하겠지만,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설득하는 회사 CEO의 역할은 답이 없는 일이기에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재걸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AI는 아직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문제를 발굴하고 명확히 정의하는 능력, 그리고 AI의 결과물이 틀렸을 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도메인 지식과 비판적 사고력이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학원생 지도 경험에서, 질문을 던졌을 때 이미 스스로 고민해본 답을 준비해온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차이가 학생의 포텐셜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이공계열의 미래에 대해 신진우 교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이공계적 능력은 축구 감독이 선수 경험이 있어야 매니징에 유리한 것처럼 여전히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이공계와 인문학적 능력을 융합한 인재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재걸 교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20대로 돌아간다면 물리학·생물학 같은 기초 과학을 전공하겠다고 말한 사례를 인용하며, 세상의 발전을 주도하는 분야는 여전히 이공계이고 그 깊이 있는 지식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수학 교육관과도 이어진다. 그는 8살 자녀가 수학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현실을 언급하며 기계적 연산을 반복시키는 선행학습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자신이 강의하는 선형대수 수업에서 학생들이 활용처를 묻는 상황을 소개하며 당장 쓸모가 보이지 않아도 기초 이론에 대한 이해가 혁신을 위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평가 방식에 대한 고민은 두 교수 모두에게 공통된 화두였다.
신진우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최고 버전의 AI 도구를 지원하고, 이를 활용한 학생들의 프롬프팅 데이터를 축적해 노하우를 전파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는 수업에서도 정답 여부보다 발표의 논리적 설득력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드러나는 고민의 깊이를 정성 평가한다고 밝혔다.
주재걸 교수는 더 다양한 실험적 사례를 제시했다. 스탠퍼드에서는 리포트 내용에 대해 학생이 실제로 알고 있는지를 구술로 확인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중국의 한 대학에서는 학생이 특정 AI 모델이 틀릴 만한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하여 그 과정에서 깊은 이해를 유도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크(MOOC) 등 양질의 온라인 강의가 이미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것을 깊이 습득한 인재가 실제로 양성되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평가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AI 의존도에 대해 신진우 교수는 자신의 연구자로서의 핵심 가치, 즉 아이디어를 내고 솔루션을 찾는 역량만큼은 AI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밝혔다. 루틴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에 맡기지만, 업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종속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주재걸 교수는 여기에 구체적 경험을 더했다. 그는 클로드 코드로 소프트웨어를 만들다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라이브러리가 등장하는 순간 불안감을 느꼈던 경험을 소개하며, 배경지식과 기초 지식이 많을수록 AI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진단했다. 교육적으로는 AI 없이 과제를 수행해본 뒤 AI를 활용한 결과와 비교하는 방식, 그리고 학생이 가져온 결과물에 끊임없이 반문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AI가 순식간에 혁신을 따라잡는 시대, 학생들의 학습 동기 저하 문제에 대해 주재걸 교수는 바이브 코딩 서비스 커서(Cursor)가 급성장 후 위기를 겪다 스페이스X에 인수되며 해피엔딩을 맞은 사례를 들어, 성공 스토리의 구체적 과정을 케이스 스터디로 발굴해 학생들에게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책적 측면에서 신진우 교수는 국가AI전략위원회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AI를 쓰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격차가 새로운 불평등으로 심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AI 서비스 접근권을 균등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재걸 교수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활용 공모전을 단발성이 아닌 상시 모집 형태로 정례화하여, 교사와 학생 모두가 활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AI가 답을 주는 시대에도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을 이끌며, 스스로 주도권을 지키는 능력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이 능력을 기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