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제 직업은 곧 사라질 거예요.”
강연 시작부터 황준원 대표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미래를 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정작 그 미래 때문에 자신의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묘하게 상징적이었다.
황준원 대표는 스스로를 ‘미래 캐스터’라 부른다. 유튜브와 SNS가 막 성장하던 시절, 복잡한 미래 담론을 일기예보처럼 쉽게 전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직업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이 전해온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에는 단연 인공지능(AI)이 있다.
이 강연은 단순한 기술 소개가 아니었다. AI 발전 현황을 넘어,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질문들을 정면으로 던지는 발언의 연속이었다.
2022년 11월 등장한 ChatGPT는 처음엔 무척 허술했다. 거짓말도 하고, 계산도 대부분 틀렸다. 이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다. 하지만 2024년 추론 모델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수학 올림피아드 정확도가 80%대로 급등했고, 코딩 테스트 정확도 역시 80% 후반대로 치솟았다. 최근 개발된 모델을 수능 시험에 활용하면 사실상 전 과목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다.
이 지점에서 황준원 대표는 교육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국-영-수-사-과,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온 영역에서 AI가 이미 인간을 능가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이들을 몰아붙이고 있는가?
그는 이렇게 묻는다.
“공부 왜 시킵니까? 대학원은 왜 가야 하는 것이죠?”
이 질문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 지식 축적이 곧 사회적 인정과 보상으로 이어지던 인적 자원 구조가 AI에 의해 붕괴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지식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의료 영역에서도 'AI 단독'으로 내린 진단이 인간과 AI의 융합인 '의사+AI 조합'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는 연구사례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AI는 이제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PPT 제작, 예약과 결제, 심지어 연구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황준원 대표는 이 기술이 완성 단계에 도달하는 데 3년 이상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지금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졸업할 때, 과연 고용시장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현재 대학 교육이든, 초중고교 교육이든 아직까지는 AI로 인한 직접적인 변화의 체감은 덜하다.
다수의 강의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봐도 청중들은 아직까지 습관적으로 '대학은 반드시 가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직업시장에서 에이전트 AI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어 직업을 대체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AI가 등장하는 순간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가진 목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에이전트 AI의 성능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황준원 대표는 교육계가 이러한 미래 사회가 곧 도래할 것은 가정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하며 그는 AI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군이 통역, 교정, 데이터 분석, 경영학 교수 등 ‘지식 중심 사무직’이며
미용사, 배관공, 소방수, 보육사처럼 신체성과 현장성이 강한 직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AI 연구의 선구자 제프리 힌턴이 추천한 미래 유망 직업이 ‘배관공’이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힘든 일 말고 사무직 하라”고 가르쳐왔다.
그런데 정작 그 사무직이 가장 먼저 자동화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것은 교육의 관성이다.
입시를 중심으로 짜인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지식 암기형 모범생’을 양산하고 있지만, AI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황준원 대표는 ‘AI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계의 정책적인 구호에 회의적이다.
코딩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코드 없이 말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열렸고, AI가 AI를 개발하는 순환 구조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AI 인재’가 아니라 ‘AI 시대의 인재’다.
반복적 문서 작업, 계산, 번역, 정형화된 창작은 AI가 더 잘한다.
반면 인간의 개성, 취향, 매력, 호기심, 신뢰 구축 능력, 감성, 숙련된 손기술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역량들이 과거 학교에서 ‘모범적’이라고 칭찬받던 능력과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질문이 많고, 엉뚱하고, 딴짓을 하고, 상상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대게 학교에서 교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멋지게 휜 나무”가 필요한 시대라고.
황준원 대표는 입시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하면서 AI 시대의 인재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킨다.
상대평가 중심의 변별력 경쟁은 AI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처럼 강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나라는 드물다.
변별력을 위해 시험을 어렵게 내고, 학생들을 줄 세우는 방식이 과연 미래 역량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진다.
물론 공교육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만큼 AI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유연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 원칙으로 제시한다.
황준원 대표가 제안하는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의 방향은 이렇다.
AI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맞는 유연성을 전제한 상태에서
인풋(input) 중심 교육에서 아웃풋(output) 중심 교육으로.
“무엇을 들었다”가 아니라 “무엇을 해봤다”로.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토론, 팀 스포츠, 창업 실험, 메이커 교육처럼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늘리자는 것이다.👍
황준원 대표는 대담 내내 과감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지금 학교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면, 현재 시스템의 몇 퍼센트를 남길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AI가 지식 전달 기능을 거의 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본질은 무엇인지 묻는 근본적 도전이다.
그는 공교육이 최소한 세 가지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기초 소양 교육, 사회적 관계의 학습장, 그리고 지식 큐레이션을 통한 시야 확장. 그러나 그 이상은 과감하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무엇을 잘 교육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역할만이 본질적으로 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AI 시대에 학교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