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있어도 기술이 뒷받침 안 되면 실현할 수 없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지는 허상이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으며 시작한 전제상 교수의 강연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교육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술을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전제상 교수의 치열한 성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공주 지역의 우금치 고개의 비극을 언급하며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수만 명의 동학군은 뜨거운 의지를 가졌으나, 기관총이라는 압도적 기술을 가진 1천 명의 관군과 일본군 앞에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이를 통해 아무리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졌더라도 시대 흐름에 맞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뜻을 펼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그는 교실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90년대에 미국의 학교를 답사하다가 인공위성을 활용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모습에 쇼크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첨단 기술을 교실로 끌어들여 교육적 소재로 활용함으로써 첨단 기술을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바라보는 인공지능 이후의 사회는 '예술 사회'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여주면, 남는 시간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테크(Tech)'의 어원인 '아트(Art)'와 '크래프트(Craft)'에서 답을 찾습니다. 개인이 각자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예술적 삶이 미래 사회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통찰입니다.
"일하던 사람이 시간이 많아지는데, 그 즐거움을 전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요? 그 답은 테크에 있습니다. 테크의 어원이 아트와 크레프트입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당연히 직업의 개념도 바뀝니다.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경쟁하며, 5,100만 국민이 각자 다른 5,100만 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모든 것이 변한다 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정체성'입니다.
전제상 교수는 파리에서 1년을 살아도 결국 김치찌개를 먼저 찾는 것이 문화가 가진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이라고 말하며
교육과정과 지식은 인류가 쌓아온 경험의 덩어리로서 존속될 것이라고 확언합니다.
그는 특히 학교에서 '읽고, 쓰고, 셈하기'를 철저히 내면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말하기만 강조하고 쓰는 것을 소홀히 하는 세태를 우려하며, 기초 지식이 탄탄해야만 그 다음 단계인 창의적인 사고로 넘어갈 수 있다는 엄격한 교육관을 피력합니다.
인간이 항상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존재일까요?
인간, 특히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습관화하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권위자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성숙한 사람이 미성숙한 사람에게 안내하는 거예요. 교육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지, 비가 떨어지는 걸 밑에서 위로 올리려면 모터가 필요하고 시끄럽습니다."
AI는 이를 돕는 도우미이며 결국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기질과 욕망을 해석하고 그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설계를 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전제상 교수는 현재의 상대평가 체제가 미래 교육의 원천적인 봉쇄가 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일자리가 제한된 수직적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각 개인의 소질에 맞게 평가받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교육의 시야를 경기도나 대한민국에만 가두지 말고 '지구촌 전체'로 넓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파리까지 갈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하고,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음식을 해석할 수 있는 '지구적 보편 가치'를 가르쳐야 우리 학생들이 세계 어디로 가서든 삶을 영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사의 '웰빙(Well-being)', 즉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사가 화가 나 있고 소진된 상태에서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는 교사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AI로 해소하고, 교실 환경을 호텔처럼 세련되고 감동적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왜 교실은 호텔처럼 못 만듭니까? 최고의 퀄리티로 학생과 선생님을 대하면 달라집니다. 감동을 주면 교육의 과정으로 더 깊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영국 학교의 복도에 깔린 레드카펫을 목격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소음을 줄여 수업을 보호하려는 '교육적 배려'였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에서도 이러한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