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밀린 글 쓰려고 책상에 앉다. 나주 <금성 명다원> 송영건 대표의 손에서 나온 차를 앞에 두고 허만하의 <언어 이전의 별빛>과 석연경의 <섬광, 쇄빙선>을 주문하다. 이 별에서 이웃으로 사는 시인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시인을 떠받드는 나는 누구인가를 잠깐 생각함.
시인
이름 하나로 평생이 충분한 사람이 있다.
여닫이가 맞지 않는 철지난 문짝을 열고 들어가면
신전이 펼쳐지고
혼자 우뚝 서서
신들에 맞서는 무모한 자.
차고 있는 무기는 오직 하나.
풋고추 하나 값도 안 되는 인간의 언어다.
그는 죽고 언어는 산다.
시인이여
가장 높은 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