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3월4일에 시작되었던 건명원(建明苑) 제3기는 10개월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 12월9일에 수료식을 하였습니다. 졸업식은 내년3월에 제4기 입학식과 함께 치러질 것입니다. 38명이 들어와서 19명이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된 무겁고 힘든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여 잘 마쳐준 19명의 원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수료식 때, 19명의 원생들이 각각 한 줄씩 이어서 쓰는 방식으로 시(詩)를 한 편 써서 발표하였습니다. 각자 다른 개성들로 단단하게 성장하면서도 시적 언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는 일은 큰 감동입니다. 진실한 교육은 헛되지 않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낍니다. 나는 철저하고 진실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가 바로 그것입니다.

*************************************

“신화”

1. 이 - 야 - 기 - 는 아직 시작 되지 않았다.

2. 붓을 들고 종이 위에서 씨름중인 나는 내심 너의 연주를 기다린다.

3. 그 예쁜 기다림이 용기가 되어 나는 피해왔던 괴물과 마주해본다.

4. 떨리는 눈꺼풀 사이 괴물이 보였지만 그 순간 너의 연주가 들려왔다.

5. 청명한 하늘 폭신한 햇살 속에서, 라피스 라줄리빛 바닷가에서, 울창한 숲속 바위틈에서 키케로의 음성이 들려온다.

6. 책무가 당신을 부를 때

7. 나는 눈을 감고

8. 춤을 추듯 나라는 경계 너머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9. 숨이 부풀어 차올라 턱 끝에 미친다.

10. 이제, 하얀 평원 위에 나의 발자국이 검은 점으로 퍼져나간다

11. 그래, 내가 바로 그것이었다.

12.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13. 그것이 나고 내가 그것인 바로 그 순간

14. 지금. 내가 힘을 다해 충실해야하는 순간

15. 시간과 공간 너머에 다다랐음을 직감한다.

16. 꾹 울음을 삼키고, 뚜벅뚜벅 걸어야지

17. 그 길의 끝에 서서 나는 이 두 손으로 붉게 타오르는 승리의 깃발을 내리 꽂는다.

18. 그러니 숨을 깊게 들이마셔라.

19.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