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까닭은 옷 속에 명주(明珠)가 없지 않으나 쟁여두고 쓸 줄 모르고, 집 안에 보장(寶藏)이 없지 않으나 버려두고 끄집어낼 줄 모르기 때문이라. 팔만법장(法藏)을 풍부히 갖추고도 조석(朝夕)으로 송독(誦讀)할 과업이 없고, 삼천대계(三千大界)를 모두 포함하여도 진(眞)과 속(俗)이 통용할 만한 책이 없기에, 이일에 종사한 지 이십 년, 삼십 년이라 해도 예전과 같이 눈멀고 배가 비었으며,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쫓는 것과 같다. 종교가 무엇이냐 물으면 불교인이라 하면서도, 그 교리는 무엇이냐 물으면 꿈에도 보지 못했다 하니, 어찌 개탄스럽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