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류는 우주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우주는 얼마나 큰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얻고자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이와 같이 우주의 생성과 진화에 관한 의문점을 풀어가는 천문학의 한 분야를 일컬어 우주론(cosmology)이라고 한다. 현대 우주론의 분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과 우주의 팽창을 암시하는 관측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우주의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는 지식을 여러 매체를 통하여 접해 왔다. 여기에서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개념의 근거를 제공한 허블의 법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관련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자. 1910∼20년대에 슬리퍼(Slipher)는 41개의 외부은하의 스펙트럼을 측정하였는데, 이중 36개가 적색이동을 보임을 발견하였다(그림 1). 적색이동이란 관측된 스펙트럼의 선이 원래 위치로부터 이동하여 다른 파장에 놓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보통 장파장 쪽으로 선이 이동돼 보이기 때문에 적색이동이라는 표현을 쓴다(그림 2).
그림 1. 슬리퍼(V.M. Slipher)
그림 2. 실험실에서 얻은 기준 스펙트럼(위)과 우리로부터 멀어져가는 은하의 스펙트럼(아래)을 가상으로 나타낸 것. 그림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증가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의 고유 파장을 λ0, 은하의 스펙트럼에 나타난 그 선의 파장을 λ라고 했을 때 적색이동 z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슬리퍼는 은하의 적색이동을 도플러 효과로 해석하여 적색이동을 일으키는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빠르게 멀어져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도플러 효과에 따르면, 광원이 관측자로부터 멀어지면, 관측자가 보는 빛은 파장이 길어져 붉은 색 기운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은하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면 그 은하가 우리의 시선 방향에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은하가 빛의 속도(c)보다 아주 느리게 운동하는 경우, 적색이동과 시선속도(υr)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c=3X10^5km/s이다. 만약 은하의 스펙트럼에서 확인된 수소발머선(Hα)의 파장이 732.3nm라고 하자. 실험실에서 측정한 Hα선의 파장은 656.3nm이므로 이 은하의 적색이동은 z=(732nm-656.3nm)/656.3nm=0.116이고 시선방향의 후퇴속도는 vr=35,000km/s가량 됨을 알 수 있다. 만약 은하의 스펙트럼에서 선의 파장이 짧은 쪽으로 이동했다면 이를 청색이동이라고 하며, 그 은하는 우리에게 가까워지고 있고 시선속도는 음수로 나타난다.
그림 3. 허블(Edwin P. Hubble, 1931년)과 그의 1929년 논문에 수록된 24개 은하의 거리-시선속도 관계. 그림에서 가로축은 거리(파섹[parsec] 단위), 세로축은 시선속도(km/s)를 나타낸다 [1].
1929년 허블은 윌슨산 천문대의 100인치 망원경을 활용하여 외부은하에 속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함으로써 그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였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별로서 주기가 길수록 광도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세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를 알면 별의 절대 밝기를 추정할 수 있고 겉보기 밝기와 비교하여 그 별까지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허블은 가까운 외부 은하 24개의 시선속도와 거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였고 그림 3에 보인 바와 같이 은하의 거리가 멀수록 시선방향의 후퇴속도가 커지는 관계를 발견하였다.
허블이 발견한 은하의 거리-시선속도 관계를 허블의 법칙이라고 하며
vr= H0d (3)
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때 d는 은하의 거리이고 H0는 허블 상수이다. 일반적으로 은하의 시선속도는 km/s 단위로, 거리는 메가파섹(Mpc) 단위로 쓴다. 그림 3에서 거리-시선속도 그래프의 기울기가 바로 허블상수이며 kms-1Mpc-1 단위로 표시된다. 허블이 처음 측정한 이 상수의 값은 약 500 kms-1Mpc-1이었다. 이 값은 현재 알려진 값(H0=60~80 kms-1Mpc-1)보다 매우 큰데, 그 이유는 허블이 측정한 은하들의 거리가 전반적으로 실제 거리보다 짧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 사용되는 거리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를 1천문단위 또는 AU(Astronomical Unit)라고 하며, 1 AU=1.496X10^8 km이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므로 시차에 의해 가까운 별은 먼 배경 별에 대해 주기적인 겉보기 운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항성시차(stellar parallax)는 지구-별-태양이 이루는 각으로 정의되며, 시차가 1"인 별까지 거리를 1파섹(parsec; pc)이라고 한다. 파섹은 천문학의 주요 거리 단위로서 1 pc=206265 AU= 3.09X10^13km 3.26광년이다. 1광년은 진공 속에서 빛이 1년 동안 진행한 거리이며, 1년=365.25일∙24시간/일∙3600초/시간= 3.16X10^7초이므로 1광년=빛의 속력∙1년= 3X10^5km/s∙ 3.16X10^7s =9.5X10^12km 또는 6300 AU이다. 우리로부터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Proxima Centauri)의 항성시차는 0.769"이며 거리는 d=1/0.769=1.3파섹(4.2광년)이다. 우리은하 내의 먼 천체나 외부은하의 거리를 나타낼 때에는 1000파섹을 뜻하는 킬로파섹(kpc)이나 100만 파섹을 뜻하는 메가파섹(Mpc)과 같은 큰 단위를 사용한다.
허블은 은하의 거리가 멀수록 후퇴속도가 커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 공간의 팽창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림 4는 공간이 팽창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O에 위치한 관측자가 주변의 천체를 봤을 때 거리가 가까운 천체 A는 느리게 움직이고 먼 천체 B는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공간이 팽창하면서 B의 거리와 후퇴속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우주의 모든 지점에서 공간 팽창이 똑같이 일어난다면, 이러한 현상은 관측자가 어디에 있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일어난다. 다시 말하면, 우주 공간에는 어떤 기준점이나 중심이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지점의 관측자가 하늘을 관측해도 허블의 법칙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우주 공간이 팽창하면 허블의 법칙이 성립하지만, 허블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해서 우주가 팽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공간이 팽창하지 않고도 허블의 법칙(식 3)이 성립할 수 있는 방법은 비록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의 팽창으로 허블의 법칙을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으며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예상되므로 우리는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림 5. 팽창하는 우주 공간 속을 여행하는 빛의 파장은 팽창 척도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사실 허블의 법칙은 벨기에의 신부이자 천문학자인 르메트르가 먼저 알아내었다. 그러나 그의 논문은 프랑스어로 출판되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르메트르는 1927년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근거하여 우주의 팽창과 허블의 법칙을 유도하였고 당시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허블 상수까지 측정하였다. 그는 또한 팽창하는 우주를 되돌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뜨거운 상태에 다다른다는 개념까지 생각하여 이 태초의 상태를 우주의 알(cosmic egg)이라고 불렀다. 르메트르는 우주가 뜨거운 대폭발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추론했던 것이다(그림 6). 따라서 허블의 법칙은 우주가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는 대폭발 우주모형의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우리는 허블상수를 사용하여 우주의 나이를 대략 추정할 수도 있다. 허블상수의 역수는 시간의 단위를 갖는데, 이렇게 구한 시간은 H0=70kms-1Mpc-1일 때 약 140억년이 된다. 참고로 최신 천문관측 자료를 사용하여 측정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6.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와 대폭발의 개념도.
천문 교육 활동 교재 [ 박찬경, 손정주, 송인옥, 심현진 공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