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스포츠계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배구계에서는 최근 각 프로팀이 선수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연봉 총액의 상한선인 샐러리캡이 결정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부당한 남녀 차별 대우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남자부는 팀당 샐러리캡이 25억원이고, 1년에 1억씩 올린다. 반면 여자부는 14억원이고 앞으로 2년간 동결이다. 게다가 여자부만 선수 1명의 연봉이 팀 전체 연봉의 25%를 넘지 못한다는 25%룰마저 적용받는다. 남녀 프로배구의 유료 관중 수익이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가치한 조치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배구단 운영비보다 훨씬 많은 광고효과 등을 고려하면 성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정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배구협회는 지난해 여름에도 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대표팀의 항공편을 지원하면서 남자는 14명 전원을 비즈니스석에 앉히는 반면 여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12명 중 6명만 비즈니스석에 태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상과 키를 기준으로 6명은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체코까지 10시간 이상 갈 판이었다. 문제가 되자 여자 IBK기업은행의 구단주가 긴급 지원을 결정한 덕택에 여자대표도 전원 비즈니스석을 타게 됐다.
영국에서는 BBC 방송이 스타 선수 출신인 윔블던 대회 남녀 해설자에게 보수를 10배나 차이 나게 지급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테니스 여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지난해 여름 윔블던 해설 대가로 1만5천 파운드(한화 약 2천2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는 같은 대회 해설로 15만 파운드(약 2억2천만원)를 받았다. 나브라틸로바는 "불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충격적이다. 핵심은 남성의 목소리가 여성보다 더 가치가 높게 취급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스포츠는 남자 선수들의 독무대이다시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기 여자 선수들은 차별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여자 선수들의 참여와 관심이 늘어나면서 성차별이 시정되는 추세다.
BBC에 따르면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남녀 우승상금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44개 주요 스포츠 종목 중 35개 종목에서 남녀 우승상금이 같다. 테니스, 마라톤을 비롯, 육상, 수영, 배구, 탁구, 사이클, 유도, 태권도, 카누, 승마, 양궁, 스키, 스케이팅 등이다. 반면 축구, 골프 등은 상금의 남녀 격차가 여전히 크다.
테니스는 4개 메이저대회 모두 남녀 우승상금이 같다. 지난 1973년 윔블던 대회에서 열린 남녀 성대결에서 미국의 빌리 진 킹이 승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전까지는 테니스의 우승 상금도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8배 많았다. US오픈(1973년), 호주오픈(2001년), 프랑스오픈(2006년), 윔블던(2007년)이 차례로 상금의 양성평등을 이뤘다. 런던·뉴욕·보스턴 등 세계 정상급 마라톤 대회가 남녀 우승자에게 같은 상금을 지급한 지도 30년가량 된다. 호주 사이클대회의 여성부 상금은 1만5천 호주달러로 남성부 10만호주달러의 15%에 불과했으나 올해 동일하게 조정됐다. 축구의 우승상금 남녀 격차는 어마어마하다다. 월드컵 우승상금 17.5배,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상금 61배다. 잉골프도 남녀 우승상금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편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가 봇물처럼 터지는 가운데 모굴스키 국가대표 2명이 최근 동료 여자 선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영구 제명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전문인력 자원봉사자들이 여성자원봉사자를 강제추행한 사건이 고발되기도 했다. 테니스 김은희 씨의 성폭행 피해 폭로에 이어 북한 출신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 코치도 최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실정이다, 여자프로농구 감독의 성폭행 미수,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여제자 성폭행, 역도대표팀 감독의 성추행, 중학교 펜싱부 코치의 여중생 제자 성추행, 각급 학교 선수들의 성폭력 등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생 운동선수 인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교 운동선수의 63. 8%가 성폭력을 경험했다. 스포츠 중계와 보도에서 여자선수들의 외모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성차별 사례도 많다. 폐쇄적인 위계문화와 성적 대상화가 판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스포츠계다.
스포츠계의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등 인식 전환 노력이 시급하다. 여성을 한 수 아래이자, 성적 대상으로 보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강화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체조 국가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30여년에 걸쳐 선수 156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7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스포츠계도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여성과 남성이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이 낳은 월드클래스 축구선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으로 최고 수준의 몸값을 자랑한다. 그런 손흥민은 다른 팀 팬들에게 '개고기' '원숭이' 운운하는 인종차별적 욕설과 행동을 수시로 겪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맨시티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 도중 고개를 돌려 기침을 했다가 노골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을 받기도 했다. 손흥민 뿐이 아니다. 남자축구와 여자배구 대표팀은 외국 원정경기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찢기 세리머니'를 당한 적이 있다.
인종차별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스포츠다. 스포츠 제노포비아(Xenophobia) 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대한민국도 스포츠 제노포비아, 즉 인종차별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흑인 선수에 대해 심하다.
라건아(전주KCC,31)는 미국 출신으로 본명이 리카르도 라틀리프이다. 8년 전에 한국프로농구에 진출해 여러차례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그의 능력과 한국사랑을 인정받아 특별귀화를 통해 어엿한 한국인이 됐다. 국가대표 센터를 맡아 아시안게임에 나가 동메달을 따고 남북대결 경기에도 출전했다. 그런 라건아에게 시즌이 시작되면 각종 인종차별적 욕설과 댓글이 쏟아진다. "깜둥이(nigger)"라는 말은 일상적인 모욕이다. 급기야 라건아는 올해초 SNS에 울분을 토로했다. 라건아는 "한국인들로부터 매일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나는 이런 문제들을 매일 헤쳐나가야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격려는 커녕 더 커진 욕설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미국프로농구(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최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였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미국프로야구(MLB) 스타였던 토리 헌터는 최근 선수 시절 당했던 인종차별 경험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르브론 제임스나 토리 헌터에게 체험적으로 '흑인생명도 소중하다'. 용기있게 앞으로 나선 그들은 많은 격려를 받았다. 한국인 라건아에게도 마찬가지다. 라건아가 받아야 할 것은 욕설이나 차별이 아니라 격려와 포용이다.
비단, 라건아만이 아니다. 축구와 야구 등 한국 프로 스포츠에 진출해 있는 외국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인종차별은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외에서는 인종차별을 당하는 피해자이면서 국내에서는 가해자가 되는 이중적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뛰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Black Lives Matter '흑인생명도 소중하다' 구호가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