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공기는 언제나 일정했다.
정해진 온도, 정해진 조도, 정해진 소리.
오전 10시의 세종빛은 ‘표준값’처럼 교실 바닥에 고르게 깔려 있었다.
그 균일함이 은경에겐 늘 불안이었다.
아이들은 스케치북을 꺼내며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책상 위로 종이가 펼쳐지고, 색연필이 굴러가는 소리가 잔잔하게 부딪혔다.
그때 은경이 말했다.
“오늘은… 그림 그리지 않을 거예요.”
스케치북을 넘기던 손들이 동시에 멈췄다. 찰나의 정적 뒤에 교실 뒤편부터 가벼운 웅성거림이 번졌다.
“안 그려요?”
“그럼 뭐 해요?”
“연필 꺼냈는데…”
당혹감이 먼저 퍼졌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왜?”라는 표정이 짙게 묻어 있었고, 은경은 그 어리둥절함을 잠시 그대로 받아두었다. 그녀는 교탁 위에 준비해둔 투명한 필름을 부드럽게 펼쳤다.
“대신 오늘은… 빛을 들어볼 거예요.”
(스토리텔러: 오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