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국어국문학전공
20211027 김지현
겨울에 태어났던 눈들은 이 맘쯤이 되면 모두 울었다
봄볕이 따가워서 내내 밟히기만 해서 눈으로 태어나 눈사람 한번 돼 보지 못해서
작별은 길지 못했다 염화칼슘은 너무 뜨거워서 때때로 우리는 유언 없이 이별했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지금 나는 나를 가장 뜨겁게 녹게 할 것들을 생각해본다 뒤뜰에 지난주 갓 출산한 어미 고양이가 살고 있다
눈 뭉치처럼 동그랗게 말린 어미 고양이 품에서 몸을 녹이던 새끼 셋
붉게 타오르는 사랑이 어떤 건지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을 뜨겁게 사랑한다
나는 일생을 녹지 않으려고 스스로 얼며 살아왔는데
내가 지면 네가 피어날 수 있단 걸 아니까
이제는 봄볕에 녹아도 어쩐지 서럽지가 않을 것 같아
나의 생은 이토록
따스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