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인문학부
20241076 이혜원
나는 세계를 사랑하려고
가을을 정지시켰다.
달리는 버스와
멈춰 있는 나무
걷는 사람과
바람에 몸을 맡겨
흩날리는 낙엽
버스가 멈춘다
정지한 세계와
도로 위 점선이
평행선을 이룬다
창문을 연다
밖을 바라보며
외투를 안고 있는 여자를 봤다
찬 공기가 들어오던
문을 닫았고
두 세계가 다시
틀어진다
가로등 아래
낙엽이 쌓인 거리를 지나며
정지한 세계에서
나는 다시 움직인다
버스가 다시 정지한다
사람이 탄다
초록 불이 켜지며
버스가 다시 움직인다
무릎 위에 놓인 책이
나를 누른다
책 안에 있던 낙엽이
나를 누른다
종점에서 나는
외투를 벗는다
이른 겨울바람에
입김이 분다
가을 속에서
겨울이 보였다
나는 낙엽을 눌러본다
멈추고 싶다는 벨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