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eavement syndrome
인문학부
20241083 장예지
문장 말미에 싸리 눈이 소복 쌓였던 것이 망설임을 뜻한 것은 아니었다.
내게 확신은 수조만 같아 잠시간 방치하면 곧바로 불순물이 생겼다.
너는 말없이 말했다.
이끼야 벗겨내면 되는 것이고,
물이야 다시 채우면 된다고.
물고기는 잠시 다른 어항으로 옮겨놓으면 되는 것이라고.
너로 하여금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수원에 관해 공부하던 나는 이제 물을 다시 길어오는 방법을 안다.
투박한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문지르던 나는 묵은 때를 닦아내는 법을 안다.
무작정 새로운 어항에 옮기기보다 네 일상을 함께 담아주는 방법을 안다.
나는 곧 이걸 애정이라 일컬었다.
그리하여 나는 네 세상을 이루어냈다.
네 다정함이 내 하루의 일부가 되고
내 다정함이 네 하루가 될 때의 내 세계는,
너를 찬양하는 것. 그뿐이었다.
소매에 잔뜩 묻힌 겨울바람이 그 뜻을 관철하여도 기꺼이 볼을 맞대주었다.
몇 해 전 여름의 살인적인 습도에도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 무렵의 물기는 열기가 아닌 감정을 옮겼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산물들은 결국 지겹게도 옮기면 안 될 상대에게 가버리는 것이지.
땀범벅인 내 손이 네 증발을 조금이라도 늦추길 바랐어.
그러니까 난, 네가 증발하지 않길 바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