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설득>에 나타난 계급 비판과 인간성에 대한 탐구
영어영문학과
20231230 전수현
소설 <설득> 소설 <오만과 편견> 을 집필한 작가 제인 오스틴이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고, 비평가 해럴드 블룸이 설득을 제인 오스틴의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할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는 시점인 1814년의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고, 인물들의 계급의식이 자주 등장하여 그 당시 시대적인 계급사회를 묘사한다. 사랑과 같은 인물들 간의 개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문의 장자와 남성 위주로 상속하는 한정 상속 제도를 비판하는 등, 깊이 있는 사회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설득>은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상류층 사회의 자부심과 계층적 위선을 비판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제인 오스틴은 <설득>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개인의 성숙을 통해 질서와 사회적인 관습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비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앤 엘리엇은 준 남작 귀족인 월터 엘리엇의 둘째 딸 이다. 연수입이 1000~10,000 파운드로 토지와 투자 수입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젠트리 계층 여성인 것이다. 그 당시 젠트리 계층 여성은 어떠한 경제적 활동도 할 수 없었고, 어떠한 종류의 재산도 소유할 수 없었다. 당시의 혼인법은 결혼의 성립과 동시에 남편은 부동산을 포함해서 아내의 전 재산의 소유자가 되도록 규정했고, 젠트리 계층의 여성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어서 집에서 부모나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여성 교육은 바느질, 수놓기, 옷 만들기, 요리, 음악, 그림, 춤과 같은 집안일을 위한 실용적인 분야에 집중되었다.
앤은 8년 전 해군의 웬트워스 대령과 진정한 사랑에 빠지면서 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되지만 신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 하는 아버지의 냉랭한 반응과 대모인 러셀 부인의 조언으로 설득당해 약혼을 취소했다. 아버지와 언니의 과소비로 인해 그들이 살고 있는 켈렌치 홀 저택과 고용인들을 유지할 능력을 상실하자, 앤과 러셀 부임은 저택을 세놓아 재산을 지키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세입자로 들어오는 사람이 웬트워스 대령의 누나의 부부인 크로프트 제독 부부였다. 웬트워스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피하려고 했으나 앤의 동생이 살고 있는 머스그로브 가에서 지내는 동안 그 집의 아들이 웬트워스의 배에 탔던 연으로 그가 초대받으면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앤은 또 다시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앤과 결혼을 하고 싶어한 엘리엇 가의 한정상속인인 윌리엄 엘리엇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절대로 설득을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웬트워스 대령과 결혼을 하는 선택을 한다.
앤은 다른 작품의 여주인공들이 돈 많은 신사를 만나 신분상승과 안정된 삶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와 달리 오히려 ‘사랑’을 택하면서 익숙했던 삶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고 합당한 배우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주도한다.
소설 <설득>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오스틴 작가의 작가적 의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 “설득”은 주인공 앤이 웬트워스 대령과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자신의 결정을 주변인들에게 설득 당한 경험을 표현한다. 앤은 8년 전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포기했지만, 8년 후 다시 웬트워스 대령과 재회하면서 다시 한번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제목 “설득”은 주변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는 것과 자신을 설득하는 자아의 갈등을 상징한다.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는 결혼을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적 지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특히 당시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재산이나 지위를 중심으로 결혼을 결정했다. <설득>에서도 주인공들이 결혼에서 사랑보다 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하고, 남성과 여성의 결혼 조건이 다르게 설정되는 점을 보여준다.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다른 인물들은 재산이나 지위가 결혼을 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제인 오스틴은 결혼을 경제적인 안정과 사회적 지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녀는 20세 무렵 톰 르프로이 라는 남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관계가 상대 집안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또한 오스틴은 27세에 해리스 비그위더 라는 남성으로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 한 오스틴은 청혼을 철회한다. 이는 오스틴이 사랑 없는 결혼보다는 독신을 선택할 정도로 결혼을 신중하게 생각했고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당시 사람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녀의 태도는 그녀의 소설에서 당시 사람들의 결혼의 인식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주인공들이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는 모습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앤이 신분과 집안의 반대로 사랑을 포기한 후,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은 오스틴의 경험과 닮아 있다. 앤이 자신만의 가치관을 통해서 스스로를 설득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모습은 오스틴이 실제로 경험했던 사회적 압력과 결혼에 대한 회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설득>은 사회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그린 작품으로, 결혼과 계급의 관계, 그 당시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 진정한 가치가 계급이나 재산이 아닌 인간의 성품에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제인 오스틴은 앤 엘리엇과 웬트워스 대령의 사랑을 통해서 계급과 결혼에 대해 풍자한다. 앤과 웬트워스는 계급과 결혼에 대해 오스틴의 비판적인 시각을 잘 나타내는 인물들이다. 앤은 사랑하는 사람을 사회적 체면과 신분의 차이 때문에 포기했던 인물이다. 제인 오스틴은 웬트워스와 앤의 과거의 이별을 통해, 당시의 결혼이 사랑이 아닌 계급적 배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특히, 웬트워스가 가난한 해군 장교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레이디 러셀과 앤의 가족들은 그 당시 상류층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나타낸다. 웬트워스는 신분과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앤과 적합하지 않은 결혼 상대로 평가되었고, 이는 결혼과 사랑이 재산과 신분이 결혼의 조건인 그 당시 사회의 현실을 비한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웬트워스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부유해지고 사회적인 지위를 얻은 후에 앤의 가족은 웬트워스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된다. 제인 오스틴은 이런 모습을 통해 당시의 상류층이 얼마나 외적 요소에 얽매여 있는지를 비판한다. 웬트워스가 성공하여 다시 앤에게 돌아왔을 때, 앤은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여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진정한 사랑이 사회적 지위나 재산보다 중요하다는 오스틴의 생각을 나타내고, 독자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알게 해줬다.
제인 오스틴은 <설득>에서 계급보다 인간성과 개인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주인공들의 내면의 변화를 통해 그 당시 계급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표현한다. 앤은 소설의 처음에 사랑의 감정보다 주변인들의 기대와 사회에 순응했지만, 웬트워스 대령과 재회하면서 앤은 계급과 지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감정에 충실하게 된다. 웬트워스 또한 제인 오스틴이 나타내는 이상적인 주인공으로, 자신의 지위를 바꾸고 사회적인 편견을 넘어서서 앤과 다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이야기는 당시 사회에서 지위와 재산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인간성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계급 사회를 비판하며 독자들에게 인간성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친다.
<설득>에서 제인 오스틴은 엘리엇 가문을 통해 상류층이나 귀족들의 자부심과 지위에 대한 집착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앤의 아버지 월터 엘리엇 경은 자신의 외모와 가문에 대해 과도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집안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도 허영심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방법 대신에 집을 임대하는 결정을 한다. 이는 겉으로는 귀족의 지위를 유지하지만, 사실 빈곤의 위험에 직면한 허울 뿐인 삶을 나타낸다. 월터 엘리엇 경은 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계층적 위치를 과시하는데 과도하게 집착한다. 이러한 월터 엘리엇 경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상류층이 가진 공허한 자부심과 허영심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보여주며, 계급은 사람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스틴은 이런 엘리엇 가문의 인물들을 통해서 계급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자부심,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진정한 인격과 품격이 아닌 허영심으로 가득 찬 상류층을 소설을 통해 잘 표현했다.
<설득>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설득이 개인의 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레이디 러셀이 앤에게 웬트워스 대령과의 결혼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면서 당시 사회적 인식과 계층적 규범을 대표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레이디 러셀은 앤이 진정한 사랑보다 사회적 안정을 선택하게 하는 목적으로, 웬트워스 대령과의 결혼이 앤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사회적, 경제적 인정을 결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그러한 규범이 개인의 진정한 행복과 선택을 억압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앤은 레이디 러셀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웬트워스 대령과 재회를 통해 앤은 자신의 내면을 확인하고, 타인의 기대나 설득보다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인 오스틴은 앤의 내적 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설득이 스스로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진정한 행복을 놓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독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사회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개인의 결정의 중요성을 잘 전달한다.
<설득>에서 제인 오스틴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과 이상적인 결혼 형태를 표현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크로프트 부인은 강한 개성과 주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그녀의 남편인 크로프트 제독과의 평등한 관계에서 잘 보여진다. 크로프트 부부는 애정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당시 대부분의 결혼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니다. 크로프트 부인은 남편과 군함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생활했던 과거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이는 당시 여성들이 생각하던 보호받는 존재에서 벗어나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러기 위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크로프트 부인은 당시의 여성상이 요구하던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모습에서 벗어나, 남성과 같은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산다. 이로 인해 그녀는 작품 속에서 앤 엘리엇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제인 오스틴은 크로프트 부인을 통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나타내며 여성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나타냈다.
앤 엘리엇은 작가가 계급사회와 규범을 비판하는 도구이자, 자아 성찰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앤은 처음에 타인의 의견에 설득을 쉽게 당했으며,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사랑을 뒤로 미루는 모습을 모여준다. 이때 그녀는 단지 귀족 가문의 딸이자 상류층 여성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계층적 규범의 틀에 갇힌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앤은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웬트워스와의 재회를 통해 앤은 과거의 선택이 자신을 정말 많이 후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자신의 삶에서 타인의 시선과 기대보다는 자신의 행복과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앤이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현할 용기를 얻는, 즉 내면적 성숙을 이루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앤의 성장은 제인 오스틴이 계급적 구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인간의 자유와 자아 존중에 대한 이상을 표현한다.
<설득>에서 계급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여성의 독립성과 주체성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문제의식이 나타난다. 앤은 초반에 자신의 감정이 타인의 판단과 설득에 의해 억눌리며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웬트워스와의 관계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사고와 선택을 중요시하게 된다. 제인 오스틴은 앤의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며, 여성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독립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단지 결혼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주체성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성들이 자기결정권이 단순히 결혼에 한정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제인 오스틴은 경제적 부와 지위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인물의 사례를 통해 나타낸다. 작품 속에서 웬트워스 대령은 경제적인 부를 얻은 후에야 상류층으로 인정받게 되지만, 제인 오스틴은 이를 진정한 성공으로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허위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제인 오스틴은 웬트워스 대령이 자수성가를 했기 때문에 상류층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은 계급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상류층의 부에 의해 인간을 평가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상류층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인간의 가치는 부나 성공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과 성품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한다 .
<설득>은 완성도가 매우 높고 당시 사회를 소설을 통해 잘 비판하는 소설이지만,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앤 엘리엇은 매우 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소설 속 나타난 그녀의 성장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의 여주인공들, 예를 들어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나 <이성과 감성>의 엘리너에 비해 미흡하게 나타난다. 앤은 8년 전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을 놓치는 경험을 통해 순종적인 성격을 드러내게 되고, 이후 소설 속 그녀의 행동은 순종적인 성격이 다소 극복되지 못 하고 반복되는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물론 이러한 성격이 당대 여성의 순종적 역할을 비판하는 역할로 사용될 수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앤의 내면 갈등과 자아 실현의 과정이 충분하게 묘사되지 못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준다.
오스틴의 작품에서 사랑과 결혼이 중요한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설득> 역시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소설이다. 하지만 <설득>에서 제인 오스틴이 보여주는 결혼관은 다른 작품들 보다 현실적이고 신중하게 보여지지만, 그런 만큼 더 제한적이고 전통적인 가치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앤과 웬트워스 대령의 관계가 결국 재결합을 해서 결혼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이 결합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보장하는 결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사랑이 그저 개인적 감정이 아닌 그 이상의 사회적 도구로 사용되는 이 작품에서, 제인 오스틴은 결국 그 당시 여성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그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현대의 독자들이 기대하는 자아 실현적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설득>은 당시 영국의 귀족 계층과 중산층 간의 갈등을 일부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서 제인 오스틴의 비판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설득>에서 제인 오스틴은 귀족 계급의 틀에 박힌 사고와 허영심을 어느 정도 풍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판의 정도는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앤의 아버지와 언니가 보여주는 허영과 자부심을 통해 귀족 계층의 허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러한 인물들이 무너지는 과정이 충분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결국 여전히 귀족 계층 사람들은 안정된 생활과 높은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제인 오스틴은 귀족 계층의 허영을 지적하면서도 그 계층에 대한 확실한 비판이나 전복적 서사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회적 구조에 대한 다소 비판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설득>의 결말은 앤과 웬트워스 대령이 재결합을 하여 결혼하게 되며 마무리된다. 이는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오스틴의 전형적인 “사랑의 재결합” 전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며, 감정적으로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웬트워스 대령이 앤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전개되지만, 그 감정의 변화는 급격하고 표면적으로 그려져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갈등이나 긴장감이 부족하다. 두 사람의 재결합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며, 그들의 성찰이나 갈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결말이 다소 뻔하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설득>에서 귀족 계층과 상류층 중산층을 작품 내에서 특정 계층이나 사회적 현실을 지나치게 이상화 하는 경향이 보인다. 웬트워스 대령은 뛰어난 품성과 능력을 가진 인물로 표현되지만, 그가 상류층과 결혼을 하며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과정은 현실적인 계급 갈등이나 불평등을 묘사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묘사된다. 웬트워스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앤과 재결합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작품이 현실적인 사회적 모순이나 계층 구조를 제대로 탐구하지 못 했다는 비판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설득>은 사랑과 결혼, 지위, 계급을 주제로 삼아 당시 연국 사회의 계급 제도와 결혼 관습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소설이다. 오스틴은 등장인물의 대화와 행동, 사건을 통해 사회적 지위나 계급이 아닌 진정한 인간성과 성품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계급사회의 부조리와 허영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당대의 사회와 계급 구조, 여성의 위치를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있지만, 비판의 정도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고 한정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은 사회적인 억압과 기대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