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이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 우리는 채용성차별을 소문으로만 접하거나, 취준생 선배의 경험을 통해 들으며 의심만 한가득 키워나갔어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취업을 준비해야 했고, 여성이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스펙을 쌓아 이력서에 한 줄 적어내었지만 취준을 할수록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무한 경쟁, 얼마나 더 노력해야 일을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어 절망하던 중, 2017년 금융권 채용성차별 사건을 보며 의심이 확신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모욕면접’에 대응하는게 아닌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우리의 가치를 드러내고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은 마음이 쌓여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차별을 드러내보고자 했어요. 생소하지만 법을 살펴보고, 차별을 경험한 당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직 초기, 20대 여성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했던 채용성차별은 여성노동자들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했어요. 여성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연쇄적인 차별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함께 모여 ‘여성노동’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보기로 했습니다.
노동시장의 경쟁이 극대화되고 있는 현재,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들이 취업준비를 할 때 부터 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성차별의 양상을 드러내기 위해 당사자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여성 취업 준비자들에게 다양한 층위에서 가해지는 채용 성차별, 노동 성차별이 비단 현재 20대 취준 여성들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전 세대의 여성들이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그리고 공통된 구조 속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집담회를 통해 드러내었습니다.
이번 집담회에서는 20대 취준생들을 직접 인터뷰 했을 뿐 아니라, 현재 (예비)취준 당사자이기도 한 20대 여성 3인, 바로 얼마 전까지 여러 직장에서 비정규직 생활을 경험한 바 있는 30대의 여성 1인, 그리고 80-90년대 부터 여성노동과 관련된 사회운동을 해온 50대 여성 1인이 모였습니다. 서로의 직간접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 속에서 공통으로 포착 되는 채용 성차별 및 노동의 성차별적 구조를 짚고, 아울러 ‘성평등한 노동’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도출해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