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cb0630)
똑똑.
"들어오세요."
안경을 쓰고 있던 덕개가 안경을 내렸다.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며 손님을 맞이했다.
"들어가겠습니다."
말끔히 차려입은 각별이 들어 왔다.
각별은 책상 위에 정신없이 펼쳐진 서류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의 얼굴은 세준의 부재로 인해 지쳤는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어서 와요. 무슨 일로 온 건가요?"
덕개는 인자하게 웃으며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를 덮었다. 덕개의 물음에 덮어진 서류 위를 계속해서 바라만 보던 시선을 올려 덕개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 마주친 각별의 눈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감각해 보였다. 사무실은 따뜻했음에도 마주친 눈 덕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덕개는 닭살을 참지 못하고 슬쩍 소매를 당겨 손등을 덮었다. 덕개를 보던 무감각한 눈의 깜박임과 함께 각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시 대본 좀 같이 맞춰 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본이요?"
뜬금없는 부탁에 덕개는 고개를 갸웃 저으며 흥미롭다는 듯 각별을 바라보았다.
"으음...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겠네요. 차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할까요?"
덕개는 일어나며 자연스레 사무실 한구석에 있는 소파로 각별을 이끌었다. 각별 또한 큰 거부감 없이 그의 말에 소파로 몸을 이끌었다.
"앉으세요."
"아 네."
각별은 폭신한 소파에 걸맞지 않은 정자세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았다.
덕개는 사무실 한쪽에 놓은 도자기로 된 다도 전용 주전자에 물을 받아 끓이는 동안 찻잎을 준비하며 덕개는 각별에게 친근히 말을 걸었다.
"최근에 받은 홍차 잎이 있어서요. 같이 마셔요. 홍차 좋아해요?"
"네 즐겨 마십니다."
"다행이네요."
물이 다 끓었는지 삑소리를 내자 꼭 어디선가 배운 듯 차를 자연스럽게 찻잎을 넣어 차를 우려냈다. 세트인 것 같은 주전자와 무늬가 같은 찻잔과 작은 그릇에 각설탕을 담아 내왔다.
"마셔봐요. 내가 저번에 취미로 배운 건데... 아 설탕이 취향이면 넣어 먹고요."
각별 앞에 홍차가 넘칠 듯 가득 찬 찻잔을 차 받침대와 함께 내려놓자 달칵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에 크게 울렸다.
"감사합니다."
달칵거리는 소리를 뒤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몇 번 더 들리자 본인 차까지 모두 세팅한 덕개가 가득 찬 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몸을 편히 기대었다. 각별의 말을 경청할 준비를 끝냈다는 듯 보였다. 그런 그를 보았는지 각별 또한 편히 말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저번에 말씀드린 대본 입니다."
덕개는 찻잔을 부드럽게 내려두고 자신의 앞에 놓인 대본을 집었다. 대본을 휙휙 넘기며 가볍게 대본을 훑었다.
각별은 덕개가 대본을 훑어보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이 살았던 삶을 뒤돌아보고 회개하며 성공을 그려 나가는 간략한 스토리입니다."
덕개는 시선을 대본에 고정한 채 찰랑거리는 찻잔을 조심히 집어 들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대본의 스토리는 요즘 유행하는 내용이었다.
흔한 복수 물. 결국 주인공이 죽는 새드엔딩이었기에 독특함이 더해져 흥행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또 조금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악역의 서사가 복잡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서사가 매력적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지긋이 흔하고 대중적인 대본이었다. 자신에게 이 별거 아닌 대본을 들이미는 이유가 궁금하여 자세히 대본을 들여다봤지만, 각별히 이야기한 내용이 전부였다. 덕개는 도저히 그를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그에게 대충 표정을 꾸며내며 각별의 말에 뒤늦게 맞장구를 쳤다.
"오 꽤 흥미로운 스토리네요 같이 맞춰보면 싶어요. 제가 봐줘야 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누가 보면 걱정이 있는 배우를 위해 신중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대본을 이해하려는 감독이자 친구 그 정도로 보일 법한 연기였다.
그런 연기를 하는 각별에게는 덕개가 그저 역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볼일이 끝나지 않았음에 표정을 가다듬고 그가 해야 하는 일을 자세히 설명과 함께 조금의 사담을 붙여 자신도 친근함을 들어냈다.
"여기 주인공 역할 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악역이거든요. 꽤 매력적이죠? 그래서 캐스팅 제의를 수락했거든요."
덕개는 각별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서서히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며 풀고 있던 다리를 꼬며 편히 몸을 고쳐 앉았다.
"그러네요... 여기 나오는 악역이 억울함이 많네요. 이 정도면 악역이 메인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덕개는 아쉽다는 듯이 너스레를 떨며 자신의 빈 찻잔에 차를 다시 따라 각별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도저히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할 말이 많아 보이는 각별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각별은 덕개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비어있는 그의 찻잔에 차를 가득히 따르며 차분히 말을 했다.
"그렇죠. 제가 그런 극을 하나 만들어 볼까 잠깐 생각이 들 정도로 악역에게 정감이 가더군요."
덕개는 차를 다 따른 각별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대본에 눈을 고정한 채 무심히 말을 덧붙였다.
"흐음... 여기 악역 주변 인물들도 영 운이 없네요. 특히 여기 죽은 친구요 좀 가엽네요."
"가엽다라... 주인공이 조금만 더 사람처럼 굴었다면 악역의 친구는 죽지 않았을 텐데요.."
각별은 덕개의 가벼운 말에 속이 뒤틀렸다.
꼭 제 친구에게 값싼 동정을 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인지. 분명 대본의 스토리를 읽고도 후회 따윈 없어 보이는 저 눈동자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제 친구는 저런 값싼 동정 따위 받을 만한 인물이 아녔다는 것이었다. 특히 덕개에겐 더욱더.
각별은 뒤틀리는 듯한 속을 잡기 위해 자신 앞에 놓아두고 입도 대지 않았던 자기 홍차를 넘겼다. 입안에선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하지만 달콤한 향도 잠시 금세 텁텁한 뒷맛만 맴돌았다.
덕개는 자신의 이야기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각별을 보며 찻잔을 가면 삼아 대충 입꼬리를 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따뜻한 차를 입에 넣어 음미하면서 각별을 구경하며 자신이 한 말을 곱씹어 보자 올라가던 기분이 추락했다. 분명 어딘가 자신과 나누는 이야기가 서로에게 부딪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서로에게 부딪쳤지만, 본질적인 주제와 하고 싶은 말은 어디선가 엇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같은 대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어색하고 지금 침묵은 매우 좋지 못하고 생각이 들어 먼저 입을 열었다.
"친구가 살아 있었더라면 복수는 안 했겠네요."
"그렇죠. 애인에게 배신만 당했으면 사람을 쉽게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악역이 처음부터 악역이 아니었듯이요."
"그렇게 이야기하시니 지극히 주인공 좋을 대로 쓰인 극이 이 세상에 발표되는 거 같아 기분이 별로인데요?"
덕개는 더 이상 각별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궁금해할 생각이 없어졌다. 그냥 불편하고 어긋나 있는 대화의 초점을 맞춘다면 제가 불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를 얼른 보내버리는 것으로 노력의 방향을 바꿨다. 그렇기에 그의 대충 맞장구를 친 뒤 자연스레 대본으로 화재를 옮겼다.
"그럼 어디부터 읽으면 되는 건가요?"
"여기 제가 컵을 건네는 장면부터 이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네."
각별이 부탁한 파트를 찾아 눈으로 가볍게 읽었다. 악역이 주인공에게 말싸움 후 녹차를 내어 주는 장면이었다.
덕개는 곁눈질로 각별을 바라보다 목을 가다듬었다. 각별은 지긋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나른하게 감았다 떴다.
"왜? 내 친구고 내 애인인 거죠? 하필 왜? 난 건데."
덕개의 연기는 수준급이었다.
꼭 자신이 많은 것을 잊은 듯한 절절한 듯한 목소리에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표정은 확실히 그를 처연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장면은 주인공이 자기 잘못을 받아들이고 악역에게 선처를 구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이 너무나 비굴하게 느껴졌기에 주인공이 미련하고 멍청하게 느껴졌다.
덕개는 다시 자기 대사를 이었다.
"네가 내 인생을 망쳐서 내가 사과를 안 해서 그래? 왜 그러는데?"
"당신이 그랬지. 운이 없었다. 가엽다.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가려던 과거가 당신을 잡은 거야."
분명 악역에 알맞은 오만방자한 눈빛을 하는 각별이었음에도 분위기가 이상했다. 꼭 자기가 피해자인가 싶었다. 그리고 이 상황의 가해자는 덕개 본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덕개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불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저를 묶어두는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불쾌감을 털어내기 위해 차를 입에 털어 넣으며 찝찝함을 씻어 내며 계속하여 계속 대사를 읊었다.
".... 내가 당신을.."
각별은 집요하게 대사 치는 덕개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대사를 읊는 그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대사를 다 읊지도 못한 채 멈칫한 덕개의 대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목적이 담긴 대사를 전했다.
물론 세상에서 제일 환히 웃으며 그에게 말을 전했다.
"네 홍차에 독을 탔어."
".... 뭐?"
저 대사가 아니었다.
덕개는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제가 대사를 건넨 뒤 짧은 그 순간에 각별의 표정이 바뀌었다. 매우 기쁜 사람처럼 꼭 즐거워 보였다.
그것도 잠시 인지하지 않고 있던 이상한 분위기가 그를 옥죄이기 하였다. 끝끝내 무시하고 싶었던 각별의 눈을 정확히 마주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자조적인 미소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평온했다.
덕개는 그의 섬뜩함에 연기가 깨졌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이상하게도 '뭐?' 뒤의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각별은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뭐?'라는 한마디와 그 덕에 연기에 보기 좋게 금이 가는 것을 구경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서 목소리에서 은근한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하자 조금의 희열감이 느껴졌다. 그에 탄력받아 더욱더 그를 몰아붙였다.
"당신 홍차에 독을 탔다니까? 왜 말이 없어. 못 믿겠어? 홍차를 누가 선물 해줬는지 생각해 봐! 나잖아."
덕개는 이 차의 출처를 찾기 위해 황급히 기억을 더듬었다. 정말로 이 홍차는 진짜 각별이 얼마 전 급히 돌아온 출장에서 미리 사뒀던 선물이라며 건넸던 것이었다.
어디서부터가 대본이고 장난인지 혼돈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 홍차의 출처는 절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 절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그저 늪 같은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자신이 한 짓의 속속히 드러날 것만 같았다.
"거짓말. 이 홍차 따위에 내가 죽을 것 같아?"
"기억이 안 나나 봐? 당신이 나에게 그랬잖아. 역시 악역에게 주어진 서사가 멋있다고."
"...."
"이 극의 주인공이 되어 줘 덕개야."
죽는다. 진짜 저 차에 독이 들어있었나 보다.
마지막 대사가 대본에 없는 것도 모르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대본만 꽉 쥐어 꾸겨졌다.
그가 쏟아내는 분위기는 숨이 막힐 듯 험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저 분위기는 연기일 리 없다는 것을. 자신에게 왜 어떤 불만이 있는지 저에게 쏟아내는 감정과 분위기가 감당이 안 됐다. 왜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각별이 가까이 다가오느라 엎어진 찻잔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속이 뒤틀려 왔다.
그걸 지켜보는 각별은 생각했다.
처음에 이 관람객이 없는 이 연극을 만든 건 자신이 덕개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임과 동시에 그를 배려한 무대였다. 혹시라도 그가 한계까지 몰아붙인 상황이 된다면 사과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품고, 연극이기도 했다. 그냥 그저 그에게서 진심 어린 사과가 듣고 싶었다.
그 사과에 공포감이 섞여 있어도 좋았다.
분명 억지로라도 사과를 듣는다면 이 무거운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그를 조금은 용서했을 것이다. 자신도 한 번에 많은 일이 휘몰아친 덕에 지쳐있었기에 더 이상 오랫동안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대본의 쓰여 있는 대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대본을 빌려 진심 어린 용서를 빌었으면 해서 대본까지 준비해줬다. 하지만 덕개와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점점 진심 어린 사과도 필요 없어졌다. 그냥 억지로라도 무감각하게라도 쓰여진 대본을 따라 내 친구와 나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했다. 난 그저 용서를 받고 그를 용서하고 싶다. 머리가 아파졌다. 수희부터 세준까지 너무 많은 정보 위에서 감정이 한 번에 휘몰아쳤다. 이 두통도 지쳤다. 얼른 그에게 사과받고 싶었다. 그는 이제 이 극의 엔딩을 그에게 맡겼다.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뭘 했다고 난 잘못이 없어."
덕개는 억울했다. 알지도 기억도 안 나는 짓거리 때문에 당하는 이 짓거리가 억울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그는 사과할 수 없었다. 차마 있더라도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악을 쓰며 대본과 다를 것이 없는 엔딩을 초래했다.
각별은 그의 악쓰는 목소리에 머리가 깨끗해졌다. 더 이상 그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애초에 이 극을 얼른 끝내고 피하고 싶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이제 그가 하는 선처는 끝났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었다.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라도 그에게 기대했던 저에게 나는 것인지 아니면 어리석은 그를 비웃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오는 웃음을 막을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뚜렷하고 맑아진 정신을 붙들며 이야기했다.
"하하 덕개님 연기 잘하시는군요. 대단하다 싶습니다."
"네?"
그의 멍한 표정이 보였다.
"제 장난이 어떠셨나요?"
"네?
덕개의 손끝이 덜덜 떨려왔다. 이 모든 게 장난인가? 진실과 장난을 구분하기 힘들었다. 언제부터 각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홍차 부분부터 애드리브였어요. 여긴 녹차라고 나와 있잖아요. 홍차가 눈에 보여 홍차라고 바꿔 애드립을 했는데도 잘 맞춰주시고 마지막 대사는 없는 순수 애드립 대사까지 받아 져주시고 대단하세요."
각별은 덕개가 저에게 한 순박하고 순수함을 빌려 연기했듯. 덕개 또한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지만, 증거가 불분명한 이 화를 낼 수 없었다.
그저 겨우 정신을 붙잡고 그저 얼굴을 고쳐 보이며 저에게 쓰여 있는 다정한 후계자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 너무 실감 났어요. 진짜 독이라도 탄 줄 알았잖아요. 연기가 흠잡을 곳이 없었어요. 나중에 또 맞춰봐요."
"영광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일어나보겠습니다. 다음엔 정식으로 약속을 잡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다음에도 또 놀러 오세요. 언제든지 도와드릴게요."
각별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와 달리 생기있는 눈빛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덕개는 소파에 앉아 문 너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방 안에선 큰 소리가 들려 왔다.
와장창.
예뻤던 찻잔이 벽에 부딪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깨졌다.
"개자식..."
며칠 뒤.
'극장 측에서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 뭔 일이지?"
의심도 하지 못한 채 초대장을 받아 든 덕개는 순순히 무대 한가운데로 걸어 올려와 주었다. 극의 주인공이 되어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