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1213_noname)
수현아, 내가 네 차에 독을 탔어.
...뭐?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하는 얘기는, 제 차에 독을 탔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 수현은 멍청하게도 방금 그 차를 다 마셔가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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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수현은 저와 라더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했다. 어느 영주의 아들이었던 수현은 모자랄 것 없는,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제가 먹고 싶은 것은 먹을 수 있었고, 제가 입고 싶은 옷은 입을 수 있었으며, 제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갈 수 있었다. 수현은 그런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수현은 항상 친구가 고팠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그였지만, 진실된 우정을 찾기란 힘들었다. 제 곁에는 저로부터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하고 붙은 이들이 가득했다. 제 앞에선 웃고 있으면서 뒤에 가선 저를 욕해댈 그 입들이 보기 싫었다. 눈에는 탐욕이 가득 차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는 듯한 표정이 보기 싫었다. 그렇기에 수현은 제 안락한 보금자리를 벗어났다. 일종의 일탈이었다.
정원 산책을 하다 발견해둔 개구멍이었다. 성에서 지내고 있는 시종 아이나 기사가 몰래 도망이나 가려고 만들어둔 듯싶었다. 언뜻 보니 유모는 발견 못한 것 같아 수현은 입을 다물었다. 언젠가는 저도 쓸 일이 있겠지, 하고. 수현은 과거의 제 자신이 기특했다. 낮잠을 자겠다고 선언한 뒤, 유모와 시종들이 제 방 주위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덧 주변이 조용해지자 수현은 준비해둔 망토를 둘러쓰고 창문을 넘어 개구멍으로 향했다. 개구멍 주변도 개미 한 마리도 없는 듯 고요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수현은 개구멍을 통해 성 밖으로 나섰다.
성 밖은 수현에겐 새로운 것들 투성이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저마다 제 물품을 사가라고 외치는 사람들, 건물들 틈새로 나 있는 골목들까지. 시장의 풍경을 눈에 담고, 맛있는 음식들도 제법 먹은 수현은 유모와 시종들이 제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방으로 돌아가고자 마음먹었다. 다시 성 주변으로 가 개구멍을 찾아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거기서 뭐 해?
어, 어?
수현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아이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현은 망토의 모자를 푹 눌러 제 얼굴을 가렸다. 그런 행동이 더 수상해 보였을까, 남자아이는 계속해서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 성이 궁금한 건 알겠는데, 너 들어가면 아마 금방 붙잡힐 걸. 수현은 남자아이의 말에 이도 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수현이 답답했는지 남자아이는 수현을 잡아당겼다. 일어나라니까? 갑자기 당겨지며 균형을 잃은 수현은 넘어졌고, 그 여파로 수현의 모자는 벗겨지고 말았다. 아차, 싶었던 수현이 급히 모자를 눌러썼지만 남자아이는 이미 그의 얼굴을 보고 난 뒤였다.
너, 저기 성의...
미안한데, 내가 지금은 급히 들어가 봐야 해서! 음, 우리 낼 오후 3시에 만나자!
수현은 그렇게 얼떨결에 남자아이와 약속을 잡고는 성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현은 그날을 기점으로 남자아이와 계속해서 만나 놀기 시작했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라더였다. 라더는 평범한 영지민의 아들이었다. 부모님은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계시고, 저는 그 일을 돕거나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고 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과는 정반대지만, 수현은 이상하리만큼 라더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라더와 있을 때면 영주의 아들 수현이 아닌, 그와 또래인 수현이 되는 기분이었다. 라더 또한 처음에 그가 영주의 아들임을 알고 놀랬을 뿐, 개의치않고 그를 친구로 대한 덕에 그들은 빠르게 친해졌다. 어린 날 시작된 우정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들의 우정은 나이를 더 먹어서도 변치 않을 것이라, 수현은 확신했었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항상 그랬듯 수현은 라더를 보기 위해 성 밖으로 나왔고, 라더는 개구멍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는데, 라더가 없었다. 좀 늦나? 수현은 개구멍 앞에서 라더를 기다렸지만 그는 해가 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수현은 아무 소득 없이 성으로 돌아갔다.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하고 기다렸던 하루는 며칠이 되고 일주일이 되어갔다. 그리고 한 달이 되던 날까지, 라더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슬슬 수현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라더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지 수현은 도통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라더가 제집에 관해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시장 근처에 가장 큰 나무가 있는 언덕, 그 언덕 바로 아래에 제집이 있다고 했었지. 수현은 그의 집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오직 그의 친구, 라더를 찾기 위해.
여긴가? 물어물어 길을 찾아온 수현은 한 언덕에 도착했다. 언덕 위에는 큰 나무가 솟아있었고, 바로 아래에 집 한 채가 놓여있었다. 수현은 조심스레 집으로 다가갔다. 나무판자를 얽혀 만든 판잣집은 곧 무너질 듯하면서도 굳건히 서 있었다. 수현은 문 앞에 서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오는 길에 들었던 한 마디가 영 께름칙했다. 그곳은 왜? 사람 안 다닌 지 오랜데. 슬그머니 고갤 드는 불안감을 뒤로한 채 수현은 문을 두드렸다. 쿵쿵, 소리와 함께 문도 삐걱대는 소리를 냈지만 안쪽에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한참을 두드리고 라더의 이름을 불러봐도 소리가 안 들려오는 것은 똑같았다. 대답이 들려오길 기다리던 것도 잠시, 슬슬 짜증이 나던 수현은 조심스레 판잣집의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인사도 잊지 않고.
끼이익-
문은 듣기 싫은 비명 소리를 냈고, 수현의 눈에 비친 집은... 텅 비어있었다. 사람이 살지도 않았다는 듯, 깔끔하게 빈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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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었지만 수현은 이제 인정해야만 했다. 라더는 그를, 이 도시를 떠났다. 왜?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지, 대답을 해줄 이는 제 곁에 없으니. 그저 홀로 생각하기론 무언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친한 친구인 제게도 말 못하고 떠났겠거니, 그 뿐이었다. ...친구가 맞았나? 저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나? 사실은 제가 싫어서 떠난 건 아닐까? 수현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혼자만의 결론을 짓기에 이르렀다. 부모 몰래 사귄 친구를, 그것도 이름과 살던 곳만 겨우 알던 평민 친구를 수현이 어느 수가 있어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라더는 떠났고 수현은 그를 다시 만나긴 불가능한 일이니 어렸을 적의 추억으로 잊고 살자고. 그 당시 수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수현은 그 결론을 꽤 잘 지켰다. 아니, 지킬 수 밖에 없었다. 매일같이 라더를 만나러 가던 일탈은 끝이 나고, 그는 영주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의 신분에 걸맞게 수현은 다양한 교육과 훈련, 사교활동까지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라더와의 기억을 추억으로 묻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영주였던 그의 아버지가 죽고 수현은 이른 나이에 영주의 자리를 물려받게 되었다. 실전은 이론과 많이 달랐고 수현은 이에 더불어 자신을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현은 꽤 영지를 잘 다스렸고, 그가 영주로 부임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영지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라더가 수현을 찾아왔다.
영주님, 영주님을 뵙고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한창 수현이 일을 하고 있을 때 경비병이 달려와 머뭇거리며 말을 건넸다. 행색이 거지꼴인데다 딱히 증거도 없어서 말입니다. 내가 언제 그런걸 따졌던가. 이름은, 물어봤나? 그... 라더라고 합니다. 수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경비병에게 되물어봐도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한참 전 아무 말 없이 사라진, 라더. 뒤의 경비병이 저를 부르건 말건 상관없이 수현은 빠른 걸음으로 성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문 앞에서 만난, 제 친우. 그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왜 사라졌냐, 무슨 일이 있었냐, 내 생각은 안 했느냐, 나를 그리워하긴 했냐. 그러나 막상 라더를 보니 목이 맥혀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피곤한 기색으로 제게 웃는 라더를 보며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일단 들어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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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동안 어찌 지낸 건가? 라더가 티테이블에 앉자 수현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수현은 라더에게 씻을 곳과 묵을 방을 내어주고 저녁을 대접한 참이었고, 오랜만에 휴식을 누린 라더는 아까보단 한결 편한 표정이었다. 저녁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가려는 수현에게 라더는 차 한잔하자며 제안해왔고, 수현은 승낙했기에 둘은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지, 라더가 가볍게 웃었다. 라더는 한참 동안 찻잔을 내려다보며 만지작대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라더는 그 나름대로 힘든 인생을 살고 있었다. 수현과 친하게 지냈을 적 부모님의 사정 - 무슨 사정이었는지 알기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 으로 급히 마을을 떠났고, 부모님이 이른 나이에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용병 일을 하며 마을을 전전했다고 했다. 그리곤 이 마을에 도착하니 수현이 생각나 이리 찾아오게 된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라더의 표정이 어딘가 슬퍼 보여서 수현은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그저 차만 홀짝일 뿐이었다. 이후로도 수현과 라더는 자신의 근황이나 어릴 적 추억 등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새 수현의 찻잔은 거의 비워져 가고 있었다. 제 찻잔과 달리 거의 다 비워진 찻잔을 바라보며 라더가 입을 열었다.
...수현아, 차 맛있었어?
응? 응, 맛있네. 찻잎은 직접 사 온 건가?
...그렇지. 그래도 친우의 집에 오는 길인데 아무것도 안 들고 올 순 없어서 말이야.
수현은 그저 웃었다. 제 친구가 저를 위해 사왔다는데, 뭐든 좋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아까부터 슬슬 답답해지는 것이 식사를 하다 체하기라도 했나 싶어 수현은 가슴팍을 쿵쿵, 두드렸다. 그런 수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더의 표정이 어딘가 일그러지고,
수현아, 내가 네 차에 독을 탔어.
...뭐? 입에서 이어진 소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제 친구가, 제 차에 독을 탔단다. 그것도 몇 년 만에 재회한 옛 친구가. 수현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라더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 살아남긴 힘들 거야. 가슴이 답답한 게 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 마신 이후로 10분 내에 사망까지 이르는 독이거든. 수현은 슬슬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 라더의 표정이 곧 울 것처럼 변했다. 수현은 라더를 잡기 위해 일어섰다 어지러움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쩔 수 없었어, 나도... 나도 살고 싶었어. 수현은 가슴팍을 붙잡은 채로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라더는 그런 수현을 필사적으로 무시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넌 태어날 때부터 풍족하게 살았으니까, 수현은 왜 라더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내게, 독을 먹였는데. 내일 먹을게 있을지 걱정해본 적은 없겠지. 이제 라더는 문가에 서 있었다. 손잡이 위에 라더의 손이 얹어지고, 수현은 그런 라더를 바라보았다. 잘 있어, 수현아. 그렇게 한 마디를 남긴 채 라더는 방을 나섰고 수현은 문이 닫힘과 동시에 제 침대 옆 서랍장으로 향했다. 슬슬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벌벌 떨리는 손에 겨우 힘을 줘가며 서랍장 안의 유리병을 열고 병 속의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구비해둔 해독제였다. 신이 계신다면 제발 저를 도와주소서, 수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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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수현은 살아남았다. 신이 도왔는지 무엇인지는 몰라도 수현은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잔기침은 조금 남아있었으나 생각보다 몸 상태는 괜찮았다. 주치의에 의하면 그가 섭취한 독이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으며 독 자체도 흔히 널린 해독제로 해독이 가능한 독이었다고 했다. 라더가 의도하고 그 독을 먹인 것인지, 구하기 어려워서 그런 독을 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수현은 알 수 없었다. 알아내기 위해선 수현은 라더를 찾아야만 했다. 마치 어렸을 때와 똑같았다. 수현에게 말도 없이 떠난 라더와, 그를 기다리는 수현. 다만 달라진 점은 라더가 수현에게 독을 먹였다는 것, 그리고 이제 수현이 라더를 찾아다닐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내가 위독한 상태라고 발표하게. 네? 하지만... 내 할 일이 있어 그런 것이니, 내 뜻대로 해주게. 라더가 다녀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수현은 금방 건강해졌다. 그러나 그는 주치의를 통해 자신이 아직 위독한 상태라고 알렸다. 라더가 제게 독을 먹인 것에 배후가 있다면, 제가 독에 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라더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수현의 명목은 독살범을 찾는 것이었으나 사실은 제 친우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수현은 라더와의 대화 속에서 그가 일하고 있다던 용병 길드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용병 길드는 뒷골목에서 암살 길드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수현은 비서가 수집해온 정보들이 적힌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 친우가, 이 더러운 곳에서 일하고 있었단 말이지. 바들바들 떨리던 손은 끝내 종이를 구겼고, 수현은 그 길로 길드를 찾아갔다. 뒷 일은 어렵지 않았다. 멀끔한 겉모습에 속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수현은 어릴 때부터 여러 훈련을 받아왔기에 충분한 전투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제 기사들과 함께 급습한 길드는 빠른 시간 내에 정리되었고 길드장은 수현의 앞에 무릎 꿇었다.
본론만 말하지. 빨간 머리에 라더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 어딨어.
저를 죽일세라 두려움에 떨고 있던 길드장은 라더의 이름이 들리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누가 날 찾아왔나 했더니 이게 누구십니까. 영주님 아니십니까? 됐고, 묻는 말에만 답해. 짜증이 난 수현이 그의 말을 끊어도 길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웃어댔다. 눈물까지 맺혀가며 웃던 길드장은 한참 후에야 웃음을 그치곤 수현을 바라보았다. 라더 그 녀석이요? 그 자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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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몸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영지에 전했다. 그리고 동시에 빨간 머리 사내를 찾는 전단지를 뿌렸다. 영지민들은 영주의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것에 기뻐함과 동시에 그가 찾는 사내가 누구인지 떠들어댔다. 누구길래 영주는 자신이 건강을 회복하고 바로 그를 찾아다니는가. 누군가는 그를 독살한 범인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범인이라면 이렇게 전단지만 뿌릴 리 없다며 그를 살린 은인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익숙한 용모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들이 사실을 알 순 없으니 그저 뒤에서 떠들 뿐이었다. 그렇게 영지에서 한동안 빨간 머리 사내에 관해 시끄러웠지만 그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를 보았다는 영지민도 없었다. 마치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인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