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펭귄 (@michinpeng)
Anterctica's writting start.
" 폐하의 홍차엔 양귀비 꽃 한 다발이 들어있습니다. "
눈이 아려올 정도로 번쩍거리는 화려한 궁궐 안이 지겨웠다. 코를 찌르는 인위적으로 꾸며낸 듯한 향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고 공룡의 두 다리는 공중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To. DINO
밤하늘 별이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는 저녁입니다. 폐하, 편지와 함께 보낸 선물은 잘 전해졌을지 걱정입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수입해 온 찻잎입니다. 홍차를 끓일 때 같이 우려 드시면 더 향긋한 향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고급 찻잎이니 꼭 한번 드셔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붉은 꽃잎을 말린 거라 향이 좋을 것이라 들었습니다. 드셔보시고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한 밤을 기약하며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각별에게 온 편지 한 통이었다.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청록색 편지 봉투에서부터 사치스러움이 넘쳐흘렀다. 편지 속 내용처럼 편지와 함께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는 고급 찻잎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건너온 찻잎의 색은 검붉은 색을 지니고 있었다. 공룡은 마른 찻잎 하나를 만져보고선 작은 재정이야기와 담소를 나눌 때 마시기로 결정했다. 손끝에는 달큼하면서도 취할 정도로 달큼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공룡은 얼굴에 약간의 주름을 진 채로 각별대신의 편지와 선물에 대한 답변을 써 내려갔다.
To. Heptagram
편지와 선물을 잘 받았네, 귀한 찻잎을 구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소. 붉은색 찻잎은 구하기 어려운 만큼 맛이 좋다고 들었는데, 이 귀한 것을 나 혼자만 마시기엔 힘들 것 같으니 열흘 뒤 새로운 달이 뜨는 밤에 작은 담소와 함께 마시는 게 어떻소?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꼭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끝내겠네, 안온한 밤이 지나 눈이 멀 정도로 밝은 아침에 만납시다.
각별은 웃었다. 그것도 박장대소를 하며 눈물을 짜내기도 하였다. 공룡의 편지를 읽으면서 입가로 새어 나오는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 담긴 웃음이었다. 각별은 눈가에 약간 맺힌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 폐하의 밝은 밤이 핏빛으로 물들어 시야가 뿌옇게 변질될 때까지 폐하의 곁에 있겠습니다. "
그렇게 시간은 무력하게 흘러갔다. 흐르고 흘렀다.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손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물처럼 잡을 수 없었다. 운명을 바꿀 수 없었던 걸까, 공룡의 편지 속의 새로운 달이 뜨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검붉은 색의 찻잎의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져 공룡의 코끝에 계속 머물러 떠나가지 않았다. 공룡이 각별에게 편지를 써 보낸 지 이틀이 지나던 때였다. 공룡의 시야에서 파랗고 찬란하게 빛나던 하늘은 어느새 붉은 노을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의 향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취하기 시작했다. 각별대신과의 담소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공룡은 고통을 호소했다. 그의 신하와 의원은 심한 고통으로 환각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고 공룡은 안정에 취했다. 양귀비 꽃으로 그를 잠들게 했다. 그날의 날씨는 미치도록 더웠나? 아니면 추웠나? 거세고 굵은 빗줄기, 뜨겁도록 달궈진 여름밤의 온도, 아마 그때의 날씨는 분명히 습했을 것이다. 숨이 막혀 거센 빗줄기 사이에 가둬져서 익사할 정도로 숨 막히고 버거웠던 날씨였다. 목구멍을 틀어막는 한여름의 습기는 더욱더 짙어졌고, 혁명의 도화선의 첫 발화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시발점이 거창할수록 그에 따른 결과 또한 컸다. 그렇게 공룡이 지겨워하던 화려한 궁궐은 핏빛으로 물들어 천박하게 더럽혀졌다. 지나친 사치로 가득 채운 거울로 뒤덮여 있던 연회장 거울은 다 깨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사치로 가득 채워져 있던 궁궐은 그저 오래된 역사로 남게 되었다. 새로운 달이 지고 공룡이 숨을 거두고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뒤였다.
양귀비의 효력이었을까, 공룡은 금세 고통을 잊은 채 새로운 달이 뜨는 날 집무실에서 각별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고급 찻잔을 고르고 있었다. 새로운 달이 뜨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빛이 더 밝아지고 모두가 잠든 밤에 각별이 찾아왔다. 공룡은 각별을 보고선, 읽고 있던 시집을 덮었다. 얼마나 자주 읽었는지 두꺼운 가죽이 다 해져서 책 내부가 약간씩 보일 정도였다. 각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 많이 늦었네요. 찻잎 우리는 법을 익히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금방 홍차를 내릴 수 있는데 조금만 시간을 제게 투자해 주시겠습니까? "
공룡은 그의 찰랑이는 노란빛 샴페인처럼 빛나면서 섬뜩한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보며 답했다.
" 좋소, 내 시간을 그대에게 투자한 만큼 최고의 홍차를 내려주시게. "
각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의 눈을 휘어지게 웃으며 천천히 홍차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깊고 어둡게 퍼져가는 붉은색 꽃잎이 힘없이 푹 젖을 때까지 계속 우려냈다. 홍차가 붉어졌다. 밤하늘에 크게 자리 잡은 붉은 달처럼 화려한 색이었다. 각별은 홍차를 공룡의 앞에 두었다. 다 우려낸 홍차 위엔 붉은 꽃잎이 둥둥 떠있었다. 각별이 말했다.
" 먼저 맛보시죠 폐하. "
공룡은 그런 각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내저으면서 답했다.
" 나 혼자만 이런 귀한걸 먼저 마실순 없으니 같이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하오. "
각별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공룡의 앞에 앉았다. 고급원단으로 제작된 소파였다. 사치가 꽉꽉 채운게 아니라 그냥 흘러넘쳤다. 각별은 공룡을 향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미소만 지었다. 공룡은 그런 각별의 미소에 응답이라도 하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 미소는 수백년, 수천 년이 지나도록 오래 남을 공룡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마지막 미소였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미소는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고 들었다. 그 대가가 수치심이라면 공룡의 그 마지막 미소의 가치는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공룡은 앞에 놓인 찻잔 안에 있는 홍차로 목을 축였다. 황실의 홍차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였다 깊고 진한 달콤한 꽃향기가 입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달콤한 맛이 마치 진한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했다. 속은 뜨겁고 울렁거렸고 몸은 붕 뜨는 기분이었다. 그런 공룡의 모습을 보고 각별은 웃음을 참느라 목소리를 약간씩 떨며 말했다.
" 폐하, 양귀비라는 꽃을 아시는지요? "
" 그럼 알고말고, 꽃모양과 향이 매우 아름다운 꽃으로 유명한 걸로 알고 있소. "
공룡의 말을 듣고 각별은 김빠지는 소리를 내 웃으며 말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 색은 붉은 달빛을 받아 더욱더 밝게 빛나고 화려하게 빛났다. 마치 한밤중의 무도회에서 주인공이 된 듯한 눈빛이었다. 각별이 말했다.
" 폐하가 드시고 있는 홍차엔 양귀비 한 다발이 들어있습니다. "
" 그 귀한 양귀비꽃이 이 홍차 안에 한 다발씩이나 들어가 있다고 말한 건가? "
공룡의 말에 각별은 웃으며 말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 폐하께 드리는 저의 작은 선물입니다. 바다 건너 서양인들은 gift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 gift 라... 어감이 좋은 말인 것 같네. 근데 각별대신은 어찌 그 귀한 홍차를 한 모금도 안 마시는 거요? "
공룡의 말을 들은 각별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각별의 섬뜩한 눈가엔 눈물이 맺혀 닦아냈다.
" 폐하 그거 아십니까? gift의 또 다른 의미는 독약이라는 것이라는 거 말입니다. "
공룡의 입안에서 고급찻잎과 같은 색인 검붉은 색의 피가 흘러나왔다. 공룡은 자신의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표정은 편안해 보였으나, 그의 손은 발작하듯 떨렸다. 공룡이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 자네의 마지막 선물이 독약이었다니 정말 화려한 선물이었소, 달이 지면 해가 다시 뜨는 법이니 나는 각별대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겠소. "
그게 공룡의 마지막 말이었다. 공룡은 그렇게나 지겨워하던 화려한 궁전 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치욕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찬란하고 황홀하게 빛나던 붉은빛 밤은 그렇게 천천히 지나가고 새로운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가장 화려하게 활활 타오르는 태양은 에투알왕국의 혁명의 불꽃을 더 키워냈다.
저 하늘 위 태양보다 더 뜨겁고 사치로 둘러싸인 궁궐보다 더 화려하게 혁명은 시작되었고, 그 혁명의 불이 꺼질 때까지 공룡이 죽음을 맞이했던 그것에는 각별이 공룡에게 준 선물, 아니 독약인 양귀비 꽃잎 향이 은은하게 퍼져 방 안을 꾸며냈다. 꽃이 없는데도 꽃 향기가 나는 기이한 방으로 남겨진 것이다.
Anterctica's writting End.
End. gift: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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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 독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