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gimsoeu0913)
여기는, 뭐든 대신해 준다는 각별의 가게이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사소한 의뢰부터 살인청부 같은 의뢰까지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늘 의뢰가 넘쳐나서 각별은 좀 힘든 모양이지만, 요즈음은 좀 한가한 듯했다.
오늘은 의뢰가 들어온 모양이다. 조수인 덕개가 의뢰 내역이 든 편지를 두고 간 듯했다.
각별의 책상 위에는 밀봉된 편지가 놓여 있었다.
"자... 이번에는 무슨 의뢰길래 의뢰인이 없고 편지만 왔을까나~"
각별은 편지를 열어보았다.
"뭐라고 적혀있나 한번 볼까..?"
플로렐리아 가문의 후계자를 없애주십시오.
돈은 후하게 드릴 테니 말이죠.
그곳 집사로 들어갈 수 있도록 손도 써놨으니 들어가기 편할 겁니다.
편지봉투 안에 추천서도 넣었으니,
이 편지를 받으신다면 플로렐리아 성으로 가주십시오.
편지를 읽은 각별의 눈이 아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해졌다.
"진짜 귀찮은 의뢰가 들어와 버렸네?"
"다른 무엇보다도, 디에나의 성은 지금 내가 있는 라브 샤에서 제일 먼 곳인 플로렐리아."
"지금 당장 출발해도 최소 4일은 걸릴 텐데..."
"아니... 그 근방에도 나 같은 사람들 분명 있을 텐데 왜 나한테 그러는 거지?"
그러나, 사례금을 보자마자 각별의 생각은 바뀌었다.
"아... 일단 출발하자... 덕개야!! 마차 준비해라!!!"
"아, 네... 사장님..."
덕개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하며 마차를 준비했다.
각별은 옷가지 등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를 챙기고 마차에 탑승했다.
"그래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아, 말 안 해줬니? 플로렐리아. 플로렐리아에 가야 해."
"네?? 족히 사흘은 걸리는 숲만 가득한 깡시골엔 왜..."
"있어, 그런 게. 근데, 정확힌 플로렐리아 있는 디에나 성으로 갈 거야."
"무슨 의뢴지는 묻지 말고 그냥 가줘."
"네에.."
그렇게 4일이 걸려 픽셀리아 최남단 플로렐리아,
그중에서도, 가장 먼 위치에 존재하는 디에나 성에 도착했다.
"어, 고생했고, 넌 이제 다시 가~"
"네??"
"내 가게 잘 보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각별은 성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덕개는 꽤 짜증 나 보였다.(저것도 사장이라고...)
"흐음... 여기가 에스테르 성인가...
과연, 명실상부 픽셀리아 최고 귀족가문인 디에나 가문 답군."
"누구십니까? 이곳은, 함부로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경비병이 그를 막아 세웠다.
"아, 저는 여기 집사로 들어온 햅타라고 합니다."
각별은 그 말과 함께 추천서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경비원이 길을 비켜주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저택의 정문 앞에서 집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아, 햅타씨 맞으시죠?"
"아, 네."
"당신은, 가주님께서 도련님을 맡으라 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도련님은, 어디 계십니까?"
저쪽 탑 맨 위에 계십니다.
각별은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탑은 높았고, 계단이 무척이나 높았다.
"거참 더럽게 높네."
각별은 조용히 불만을 읊조렸다.
다리에 힘이 풀릴 때 즈음 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각별은 문 앞에서 노크를 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갈색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가 내 타깃이군?
"새로 온 집사라고? 잘 부탁한다."
"네.(역시나, 싸가지가 없어...)"
"너는 이름이 뭐야?"
"햅타라고 합니다."
"그럼 잘 부탁해, 햅타."
"네, 도련님."
"일단, 외출할 거니까, 준비해 줘."
"네. 어디로 가실 건가요?"
"음... 저기 있는 숲."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숲으로 향하였다.
각별은 솔직히 여기서 처리하려 단검을 꺼냈으나,
공룡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 실패하고 말았다.
"있잖아, 새집사!"
"네?"(설마... 걸렸나...)
"아깐, 너무 무뚝뚝하게 대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어... 혹시 아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공룡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그 미소는 마치, 저 밝은 햇살보다도 밝았다.
아무리 집안이 엄격하지만, 뭐,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였다.
이러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도련님.
"그래서,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산책."
"그렇군요. 그런데, 산책을 이렇게 먼 곳까지 갑니까?"
"그냥, 사실대로 말해줄게!
사실, 집은 너무 답답했거든...
그래서, 후계자 교육도 때려치우고 놀러 나온 거야. 이거, 비밀이다?
아버지한테 걸리면, 큰일 나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한답니다?"
"벌써...?"
"네, 곧 저녁시간 이니까요."
"알겠어..."
공룡은 아쉬운 듯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성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각별은 그 뒤에서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아까는 여기에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보니까, 웬 늑대 한 마리가 각별을 덮치려 했다.
각별은 공룡을 자신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선 공룡을 데리고 성 쪽으로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저걸 해치운다면, 말이 많아질 것 같으니, 도망을 선택한 것이다.
"고마워, 햅타! 네 덕분에 살았어!"
하지만, 공룡은 자신을 구해준 각별을 영웅처럼 생각할게 뻔했다.
공룡은 이 점을 생각해서 각별의 입을 다물게 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꽤 괜찮은 묘안을 생각해 내었다.
몰래 나온 거라 하지 않았는가.
각별은 이 점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도련님."
"응?"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입니다?"
"왜?"
"저희가 나갔다 온 게 들키면, 도련님은 출입금지 당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어! 외출금지는 싫으니까..."
다행히도, 공룡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빠르게 성으로 돌아갔다.
각별은, 아직 첫날인데도 벌써 힘이 들었다.
그렇게 다행히 늦지 않고 저녁시간에 도착에 의심을 사진 않은 그들이었다.
각별은 저녁을 다 먹은 공룡을 탑에다 대려다 주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풀썩 쓰러진 그였다.
"으으...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겠다...."
그 말을 끝으로, 각별은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다.
정말 곤히 잠들었다.
그 덕에 암살시도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려고 했지만,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없애보려 했으나, 시도하는 족족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각별이 이곳에 온 지 한 달이 되었다.
"오늘은, 기필코 저 도련님을 처리하고 돌아가고 만다..."
각별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마침, 오늘. 그것도 잠시 뒤에 도련님 티타임이 있으니,
차에다 독을 푸는 방법이었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성에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집사님께서는 무슨 일이십니까?"
주방 직원이 물었다.
각별은 대답했다.
"도련님이 드실 차는, 준비되어 있습니까?"
"네, 여기 있습니다."
주방 직원은 쟁반 위에 올려진 찻주전자와 찻잔을 각별에게 가져왔다.
각별은 이를 받아, 공룡이 있는 탑으로 향했다.
"이 계단 오르는 것도 마지막이구나..."
각별은 꼭대기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린다.
"들어와."
각별은 찻잔과 찻주전자를 공룡의 탁자에 올려두었다.
"여기에 앉아, 다리 아프겠다. 오늘은, 무슨 차야?"
"허브티입니다."
"아... 알았어... 난 허브티 안 좋아하는데..."
차를 따르니, 좋은 향이 공룡의 방에 퍼졌다.
공룡은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도련님? 제가 도련님의 차에, 독을 탔습니다."
"... 왜? 난 널 믿었었는데... 넌, 그저 날 없애려고 접근한 것이였구나."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각별의 말을 끝으로, 공룡이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각별은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공룡의 방을 빠져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자신의 짐을 챙겨, 저택을 빠져나왔다.
저택 내부가 좀 시끄러운 것 같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이제, 돌아가서 보수를 받아볼까나."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