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지난 나의 언술 세 가지-
작품은 더 이상 내가 아닌,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그 나머지로 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언어도
대상도 이미지도 아닌 것으로, 다시 말하면 비언어
(非言語)적인, 비대상(非對象)적인, 비사상(非事象)
적인 것으로서 이들끼리 서로 나누어 갖도록 하는데,
그래서 나에게는 언어도 대상도 이미지도 필요했던
것이다. 이 사이를 오가며 한없이 표류하는 것...
나는 그 곳에서 무엇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놓아 주는 허용의 가벼움을 배운다. (1994. 9)
시간이란 겹겹이 쌓여져서 누적된 주름의 다발과도 같다.
시간은 순간과 순간, 차이와 차이의 경계 사이에
놓여지는 틈이나 간격이나 여백에 위치한다. (1997.9)
내가 과거의 시간을 되살려 보고 이를 반복하여 곱씹는
것은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오래되고도 중심된
습성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의 단순한 회상이나
퇴행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확고하게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정체에 대해 알고자 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전부이자 동시에 해체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2008. 11)